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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시간의 물리학] 시간여행은 가능한가?

빛보다 빠르면 된다는 생각은 틀려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갈 수 있을까? 불행히도 이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이유는 시간은 한방향으로만 흐르기 때문이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가? 시간의 방향은 있는가? 만일 빛의 속도보다 빨리 간다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시간여행이 가능하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뉴턴 시대의 시간은 절대적이며 불변의 양이다. 어느 누구도 감히 바꿀 수 없는 절대적인 것으로 신의 창조물이라고 본다. 시간은 우주 어디에 있든 어떤 속도로 움직이든 누구에게나 그 흐름이 같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 개념이 달라진다. 시간은 공간과 한데 묶여서 행동을 같이 한다. 그래서 여태까지 절대적으로 달랐던 시간과 공간을 따로 두지 않고 이들을 묶어서 4차원의 시공간으로 취급한다. 즉 시간의 성질이 공간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의미다.

시간과 공간의 구별이 사라지면서 시간마저도 공간처럼 상대적이 된다. 공간상의 거리가 관찰자의 위치나 상태에 따라 달라지듯 관찰자에 따라 시간도 변한다. 이 점이 바로 특수상대론의 핵심이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에서 무대는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까지도 함께 포함된 시공간이다.

한술 더 떠서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가면 시공간은 더욱 이상한 존재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중력에 의해 주위의 시공이 뒤틀리고 휘어진다. 일반상대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공간은 무대가 아니라 배우처럼 역동적인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은 크게 다른 점이 있다. 공간에서는 앞뒤 상하 좌우 3방향 어디로나 갈 수 있지만 시간은 한방향으로만 이동한다. 시간축은 불완전한 축인 것이다. 따라서 이 불완전한 시간축을 포함하는 4차원 시공간 세계는 완전하지 못하다. 그렇다면 시간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 것일까. 물리학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정의된 것은 열역학적인 시간의 방향, 우주론적인 시간의 방향, 그리고 심리적인 시간의 방향이다.

열역학적인 시간의 방향은 열역학 제2법칙을 말한다. 열역학 제2법칙이란 총 엔트로피, 무질서도가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잉크방울이 물에서 퍼지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잉크방울이 퍼지면서 원래 위치가 점차 불확실해져가는 것을 우리는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말한다. 이 과정은 절대로 거꾸로 되돌릴 수 없다. 따라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을 시간의 방향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른 정의는 우주의 진화방향이다. 우리우주의 생성과정 시나리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으로부터 유도되는 빅뱅을 기본으로 하는 표준모형이다. 시간이 만들어진 때부터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우주의 진화방향이 바로 시간의 방향으로 정의된다.

마지막으로는 심리학적인 시간의 방향이다. 우리가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방향이 바로 시간의 방향이라는 관점이다.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인생은 절대로 돌이킬 수 없다. 우리는 우주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세포가 늙어가는 것도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현상인 것이다.

이 3가지 시간의 방향은 모두 같다. 결국 ‘시공간에서 시간적으로 거꾸로 갈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은 일단 ‘아니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빛의 속도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시간여행을 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는 이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람들이 이렇게 묻는 이유는 이러면 시간여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빛보다 빠른 물체를 ‘타키온’이라고 한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론에 따르면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가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물체다. 이 타키온이 존재한다면 시간여행이 가능해질까? 실망스럽게도 그 답은 ‘아니오’다. 물체의 속도만 광속보다 빠르다고 해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시간여행을 한다는 것은 시공간상에서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빛보다 빠른 물체가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시공간에서는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 왜 그럴까?

4차원 시공간에서 공간의 두개 차원을 줄여 2차원의 시공간을 평면에 그려보자. 이때 가로축(x축)은 공간, 세로축(y축)은 시간이라 하자. 이 2차원 평면에서 빛은 45°의 기울기를 갖는 사선의 궤적을 갖는다. 따라서 빛보다 느린 물체는 시간축과 빛의 사선의 안쪽 곡선을, 빛보다 빠른 물체는 빛의 사선과 공간축 사이에의 곡선을 갖는다.

그렇다면 이 평면 시공간의 어떤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할 때 다시 그 지점으로 돌아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간축의 아래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빛보다 빠르든 느리든 마찬가지다. 즉 시간적으로 거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과 달리 한방향으로 흘러간다. 따라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이 보인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하는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그 방법은 시공간을 구부리는 것. 이는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에 의해서 가능하다.

가장 쉬운 예를 들자. 평평한 2차원 시공간을 시간방향으로 둥글게 원기둥 모양으로 말아보자. 시간, 공간 모두 각각 1차원씩인데, 원기둥의 축방향이 공간축이고 원기둥을 감싸는 방향이 시간축이다. 이 시공간에서 원통을 둘러싸는 한원을 그린다. 이 선을 따라가면 시간 방향으로 진행해가면서 다시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온다. 따라서 물체의 미래가 자신의 과거가 되며 과거로의 여행이 이뤄진다.

이처럼 시간여행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적으로 원처럼 닫혀있는 구조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공간이 굽어져야 한다. 시공간을 구부리는 방법으로는 현재 일반상대론이 유일하다. 그동안 연구돼온 굽은 시공간으로는 웜홀, 우주끈, 괴델의 우주모형 등이 있다.

결국 시간여행의 조건은 빛보다 빠른 물체가 아니다. 사실 빛보다 빠른 타임머신은 존재할 수 없다. 타임머신이 물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간여행이 가능하려면 빛보다 빠른 물체가 아니라 굽은 시공간이라는 조건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장애물들이 많으므로 겉보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된다.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

이 문제가 해결됐다 치더라도 시간여행의 또다른 핵심적인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타임머신이 존재한다면 과거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시간여행과 관련된 대부분의 SF소설이나 영화의 흥미거리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그동안 설명한 온갖 방해거리를 피하고 문제를 해결해서 타임머신을 겨우 만들었다 해도 덜컥 걸리는 것이 바로 이 문제다. 여기에는 ‘인과율’이라는 불문율이 과거를 바꾸는 문제를 철저하게 막고 있다. 예로 ‘할아버지 역설’이 있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낳기 전에 할아버지를 살해하면 나 자신의 존재가 모순이 된다. 그러면 여기에서 시간여행을 포기할 것인가?

미 캘리포니아공대 킵 소온 교수와 덴마크의 이론물리연구소 소장인 이고르 노비코프라는 러시아 물리학자는 이 문제를 물리학적으로 다루려 했다. 그들이 내린 결론은 2가지였다.

하나는 모순이 되도록 역사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당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어린 시절의 당신을 죽인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 일은 불가능하다. 물리학 법칙이 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죽이려는 순간 무엇인가가 당신의 손을 방해할 것이다. 무엇이 당신의 손을 막는지 정확하게 계산한다는 것은 물리학자로서도 가능하지 않다. 이것은 스스로 하려는 마음과 의지가 물리학의 법칙에 의해 속박받아야 함을 의미한다. 내가 거꾸로 천장에 붙어 걸으려 하는 것은 나의 의지이지만 중력의 법칙, 즉 물리학의 법칙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처럼 말이다.

둘째는 첫번째 경우보다 좀더 과학적이다. 과거의 자신과의 만남을 물리학적으로 분석하기 쉬운 당구공 모형으로 다뤘다. 과거 자신과의 만남은 당구공 두개의 충돌사건과 비슷하다. 소온과 노비코프는 미래의 당구공(시간여행을 한 미래의 사람)이 과거의 당구공(과거의 자신)과 충돌하는 사건(만남)이 모순이 되는지 점검해 과학적으로 모순이 없는 경우가 있음을 발견해냈다.

아주 특별한 경우에 과거와 미래의 당구공이 서로 충돌한 후 움직이는 궤적이 마치 이들의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 것과 같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과거와 미래를 전체 역사로 보았을 때 이들의 만남이 없던 것처럼 된다. 따라서 이들의 만남으로 생기는 상호 인과관계의 모순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 경우는 아주 특별해 미세한 조정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작업이 성공할 확률은 아주 낮아서 일부 과학자들은 그와 같은 미세 조정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타임머신을 만드는 것은 장애물들이 많으므로 겉보기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처럼 생각된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뚫은 구멍을 통해 빼꼼하게 잠깐 내다보듯 극히 일부만 살짝 본 우리는 아직도 탐색해야할 것이 많다. 우리에게 과학은 늘 열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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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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