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은 무엇을 먹었을까. 화석으로 남은 치아의 형태를 보고 초식인지, 육식인지를 판단하거나 초식공룡의 뼈에 남은 이빨 자국을 통해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적인 화석 증거를 발견하지 않는 이상, 정확히 어떤 먹이를 먹었는지 찾기는 쉽지 않다.
2023년 12월 8일, 프랑수아 테리앙 캐나다 로열티렐박물관 공룡 고생태학 큐레이터와 달라 젤레니츠키 캐나다 캘거리대 지구에너지환경학과 교수가 이끈 공동 연구팀은 위 속에 식사 내용물이 남은 육식공룡 고르고사우루스의 화석 표본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doi: 10.1126/sciadv.adi0505
고르고사우루스는 약 7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후기, 현재의 북아메리카 지역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과 육식공룡이다. 성체는 8~9m까지 자란다. 이번에 연구팀이 분석한 표본은 길이 4m에 몸무게는 약 335kg으로, 성체 무게의 13%에 불과한 어린 공룡이었다.
연구팀은 화석 표본을 정리하던 도중 어린 고르고사우르스 흉곽 내부에서 아기 공룡의 뒷다리 화석을 발견했다. 고르고사우루스의 뱃속에 들어있던 마지막 식사가 함께 화석이 된 것이다. 분석 결과 뱃속에 들어있던 공룡은 시티페스라는 수각류 공룡으로, 1살 미만의 아기 공룡 두 마리의 뒷다리가 들어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젤레니츠키 교수는 보도자료를 통해 “고르고사우루스가 작은 먹이의 (살이 풍부한 부위인) 뒷다리만 먹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금까지 티라노사우루스류 육식공룡의 성체는 일반적으로 거대 초식공룡을 먹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번 발견을 통해 티라노사우루스류 육식공룡은 청소년기에는 작은 공룡을 사냥하는 중간 포식자였다가, 성장하면 거대 초식공룡을 사냥하는 최상위 포식자로 먹이의 종류가 바뀐다는 점이 드러났다.
연구팀은 이 결과에 대해 육식공룡의 어린 개체와 성체가 생태계에서 다른 위치를 점하는 먹이를 사냥했기 때문에 서로 먹이 경쟁을 하지 않았고, 이것이 “티라노사우루스가 진화적으로 성공한 열쇠였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