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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신고 환경과학반은 생긴지 3년이 됐다. 그동안 무공해비누와 재생지를 만들어 보고, 한강 수질도 조사 했다.


흔히 수질오염이라는 말이 나오면 전문가들이 측정해 놓은 수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가 직접 오염도를 측정해 볼 수 없을까. 어렵고 복잡한 방법이 아닌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말이다. 물이 전도체라는 사실은 다 알 것이다. 그렇다면 물의 전기저항값을 측정해 봄으로써 오염정도를 알아볼 수 없을까. 그래서 우리는 디지털 테스터를 이용해 간단하게 측정해 보기로 했다. 측정된 저항값과 오염정도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가설
전기저항값이 작을수록 오염정도가 심할 것이다.

준비
실험을 위해 우리는 안양천, 도림천, 안양천과 도림천이 만나는 곳, 관악산 상류 등에서 물을 떠왔다.
 

오염된 물을 채취한 곳들


저항값 측정

떠온 물을 비커에 모두 일정한 양만큼 붓고 테스터를 이용해 전기저항값을 측정했다. 결과는 과 같다. 그러나 이런 단적인 결과만 가지고 저항값이 작을수록 오염정도가 심하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미흡한 듯했다. 그래서 과연 테스터로 저항값을 측정한 것이 물의 오염정도를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지를 다른 실험을 통해 검증하기로 했다.
 

전기저항값 측정결과


팩테스트1/용존산소량 측정

우선 측정한 것은 물 속에 있는 산소량이다. 관악산 상류의 수치가 제일 높고 안양천과 도림천이 만나는 곳의 수치가 제일 낮았다. 관악산 상류는 하천의 시점이고 안양천과 도림천이 만나는 곳은 하천의 종점이어서 그런지 차이가 컸다. 나머지 두곳은 3ppm으로 앞의 두곳의 중간치쯤 됐다.
 

용존산소량읭 측정


팩테스트2/COD 측정

화학적 산소 요구량(COD)을 측정해 용존산소량 측정 실험과 비교했다. 관악산 상류는 0ppm으로 나와 용존산소량이 많아 화학적 산소 요구량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화학적 산소 요구량 측정


팩테스트3/질산염과 인산염의 측정

전해질인 질산염과 인산염의 수치가 전기저항값과 반비례 관계로 나타났다. 관악산 상류의 수치는 다른 곳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질산염과 인산염의 농도 측정


결과

질산염과 인산염은 미생물의 생육을 방해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그 수치가 클수록 하천의 자정작용은 저하된다. 즉 오염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실험에서 전기저항값은 물의 오염도와 큰 관계를 가지는 질산염과 인산염의 수치와 반비례 관계를 보임으로써 가설이 맞다는 것을 보여줬다.

실험을 마치면서

우리들의 실험 재료는 다름 아닌 물이다. 그것도 깨끗한 수돗물이 아닌 더럽고 냄새나는 하천수다. 우리는 도림천, 안양천, 도림천과 안양천이 만나는 곳, 관악산 상류로 물을 뜨러 가느라고 토요일을 소모했다.

관악산에 처음 갔을 때 물이 산쪽으로 뻗은 도로 밑으로 흐르고 있었다. 도로와 물이 흐르는 곳의 높이 차는 적어도 2m는 넘어 보였다. 내려갈 길을 찾지 못한 우리들은 용감하게 그냥 뛰어내렸다. 몇명은 내려가서 물통에 물을 채우고 나머지는 주변 환경 조사에 도움이 될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뭐하냐”라고 자꾸 물어보는 사람들 때문에 좀 당황스러웠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안양천. 우리들은 키만큼 자란 수풀 사이를 헤치고 늪을 지나 하천이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그냥 물을 뜨면 윗부분만 떠져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을 거라고 판단해서 물통에 돌을 넣어 물을 떴다. 진짜 고약한 냄새가 났다.

지도 상에 표시된 도림천을 가보니 흐르는 하천은 없고 군데군데 웅덩이만 있을 뿐이었다. 마침 도림교를 공사하던 아저씨를 만나 여쭈어보니 비가 오는 날만 도림천이 흐른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냥 웅덩이물을 뜨기로 했다. 강바닥은 발이 푹푹 빠지는 진흙이어서 물이 고여있는 곳으로 가기가 좀 힘들었다. 그리고 쓰레기도 많고 벌레들도 많았다. 무척 더럽다는 느낌이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도림천과 안양천이 합쳐지는 곳. 다행히도 쉽게 찾았지만 내려가는 길이 너무 가파랐다. 수풀에 다리를 긁히며 물을 겨우 떠왔다.
점심시간과 방과 후를 이용해 지도를 제작하고 실험 전의 사진을 찍었다. 실험은 생각보다 쉬웠다. 하지만 4군데에서 떠온 물을 동시에 실험해야 했기 때문에 엄청난 민첩성이 필요했다. 용존산소량은 조그만 병에 들어있는 약품을 떨어뜨려 구하는 것인데 시간이 좀 지나면 결과가 달라졌다. 문제는 병 입구를 부러뜨리는 기구가 한개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빠르게 우리는 해냈다.

물을 뜨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실험은 매우 재미있고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엔 전기저항이 진짜 관련이 있을까하고 우리 스스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전해질인 질산염과 인산염들이 전기저항과도 관계가 있고 미생물 발육과도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혀내 기분이 좋았다.

지도교사 의견/ 수질오염 검사를 우리 손으로

영신고 환경과학반은 학교의 역사만큼이나 짧아 생긴지 3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동안에는 과학실에서 할 수 있는 실험들을 주로 했다. 과학동아를 보고 폐식용유를 이용한 무공해비누 만들기, 재생종이 만들기를 직접 해봤다. 또한 세제의 성분을 조사하고, 샴푸를 사용한 머리카락의 굵기를 관찰하기도 했다.

작년에 한강의 수질을 검사한 적이 있어 올해는 학교에서 가까운 도림천과 안양천의 수질을 검사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또 수질검사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봤다. 팩테스트를 사용하기도 하고 여러 시약을 사용해 용존산소량(DO)을 측정할 수도 있지만 이건 어떨까라는 방법들을 찾았다.

깨끗한 물과 오염된 물의 차이는 무엇일까. 물의 오염도를 이야기할 때 나오는 수치들은 다 무엇일까. 용존산소량, COD, 질산염, 인산염의 측정 수치들은 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것일까.

우리는 방송에서 공장폐수, 생활하수 등이 강이나 바다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이러한 곳을 조사해 보면 질산염, 인산염 등의 성분이 무척 많다. 질산염과 인산염 성분이 너무 많으면 미생물이 급격히 증가해 산소가 부족해지고 곧 물이 썩는다는 사실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이를 ‘부영양화’라고 한다는 사실도 말이다.

전해질 용액에서 저항값을 측정할 수 있듯이 이러한 염들이 오염수에 많다면 저항값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개천과 그 개천의 상류에 있는 물을 떠서 디지털 테스터를 사용해 저항값을 측정해 보기로 한 것이다. 실험은 저항값과 질산염 등의 양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나 이러한 실험 결과를 얻은 기쁨보다 많은 개천이 과거의 모습을 잃고 말았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는 아픔을 느꼈다. 학생들은 불과 20-30년 전만 하더라도 도림천에서 미역을 감았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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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석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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