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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19명의 청소년이 한국 정부와의 싸움을 시작했다. 정부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미흡한 대응을 해, 청소년들의 생명권을 침해했다는 게 그 이유다.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의 활동가들이 2020년 3월 13일 대법원에 청구한 헌법 소원은 그렇게 아시아 최초의 기후소송 사례가 됐다. 이 오랜 싸움이 2024년 끝을 맺는다. 4월 23일 1차 공개 변론에 이어, 5월 21일 2차 공개 변론까지 끝난 시점. 싸움의 시작부터 함께해온 윤현정 활동가를 6월 2일 화상으로 만났다.
편집자 주
현정 님이 몸담고 있는 청소년기후행동(이하 청기행)을 소개해 주세요.
청소년기후행동은 2018년 기후위기를 인식한 청소년들의 작은 모임에서 시작한 단체예요. 개인적인 실천을 넘어, 정책의 변화를 통해 기후위기를 실질적으로 막기 위한 활동을 해오고 있죠.
대표적인 활동이 바로 대법원에 헌법 소원을 청구한 ʻ기후소송’입니다. OECD 중a에서 한국은 온실가스를 다섯 번째로 많이 배출하는 국가예요. 하지만 정부는 2009년 세운 ‘202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이행하지 않은 채 폐기했어요. 원래라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배출전망치 대비 30% 줄여야 했죠(탄소 5억 4300만 t 배출). 개정한 ‘2030년 감축목표’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배출량 대비 24.4% 줄이는 건데(탄소 4억 3660만 t 배출), 이건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합의된 탄소 배출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에요.
이렇게 미온적인 대응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 돼요. 게다가 현시점에서 탄소 배출량을 충분히 줄이지 못하면, 미래 세대에게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부담이 넘어가죠. 청소년들의 생명권과 환경권, 그러니까 기본권을 침해한 행동이므로 위헌 또는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게 헌법 소원의 골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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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가을부터 청기행에 합류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합류하게 됐나요?
그때 저는 울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어요. 사실 학교에서 지구온난화가 심각하고, 북극곰이 어쩌고 하는 내용을 배워도 아무렇지 않았어요. 저에게 닥치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019년 여름, 다큐멘터리를 하나 봤어요. 기후위기가 눈앞에, 코앞에 닥쳤다는 내용이었는데, 충격을 되게 많이 받았죠.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 도시가 잠기는 일 밖에, 당장 날씨가 이상해지고, 식탁 위 먹거리가 바뀌는 식으로 우리 삶 속에 이미 기후위기의 영향이 나타난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처음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비건 채식을 하는 등 개인적인 실천에 매달렸어요. 그런데 이것만으로 세상을 바꾸는 큰 변화를 이끌어내긴 어렵겠더라고요. 진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치와 정책의 변화라는 걸 깨닫고, 친구와 피켓 시위를 했어요. 하지만 교문 앞이나, 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어도, 교육감이나 국회의원 후보, 부시장을 만나도 실질적으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이어지진 않았어요.
기후위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청소년들끼리 모여 기후위기에 관해 이야기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찾았죠. 그때 청기행은 수십 명 규모였어요. 2019년 9월 27일에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거의 1000명의 청소년이 함께한 ‘기후 파업’ 시위를 진행했죠.
그 후로도 청기행은 수차례 기후파업과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그 사이 저를 포함해 청소년이던 활동가들이 청년이 됐기도 했죠. 시작할 땐 일이 이렇게 길어질 줄 상상도 못했어요.
보통은 쉽게 변화시킬 수 없는 거대한 대상을 마주하면 싸울 생각을 접잖아요. 그런데 기후위기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답을 찾는 모습이 대단해요.
저희는 늘 “그래도 할 수 있는 건 해야지,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보이니까, 그건 해야지”란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어쨌든 계속할 수 있는 일이 있었던 거죠.
그렇게 보더라도 시위를 하는 것과 헌법 소원을 청구하는 건 무척 다른 층위의 일인데요.
그렇죠. 사실 헌법 소원을 청구하기 이전에 했던 활동들은 모두 정부에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 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었어요. 정책을 결정하는 이들의 호의, 또는 자발성에 기댈 수밖에 없죠. 강제적인 수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지난 4월 23일과 5월 21일, 두 차례 공개 변론이 진행됐어요. 헌법소원을 청구한 지 4년 만에 실제로 법정에서 정부와 싸울 수 있게 된 건데, 소감이 궁금해요.
‘끝이다’라는 생각이 무척 많이 들었어요.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단계만 남았으니까요. 저희는 4년 전, 헌법 소원을 청구하고 난 뒤로 계속해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자료를 모아 의견서 형태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하기도 했어요. 이제 헌법재판소는 청기행이 4년간 차곡차곡 쌓아 올린 것들을 쭉 살펴볼 거예요. 그간의 노력이 한 데 모이는 느낌, 비현실적인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재판관들이 하는 말을 들으며 많이 놀랐어요. 사회가 기후위기를 크게 여기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는데, 재판관들이 정부를 압박하는 말들을 들으며 이 사람들이 기후위기란 문제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고,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죠.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이르면 9월경에는 나올 거라는 예측이 많아요. 청기행은 그다음엔 어떤 일을 할 건가요?
판결을 근거로 입법부를 설득할 수 있어요. 그다음엔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에게 선거 공약에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넣으라고 압박해볼 수도 있고요. 아직은 여러 기회가 남아 있잖아요? 최대한 다 해보고 포기하고 싶어요. ‘진짜 더 이상 방법이 없네’ 생각하는 상황이 올 때까지는 노력해 봐야 후회가 없을 것 같아요.
기후위기를 걱정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나 하나라고 생각하면 되게 작은 것 같잖아요? 하지만 0과 1은 차이가 무척 커요. 시위나 헌법 소원처럼 ‘내가 여기 있음’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여럿 있어요. 그 기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는 존재하지 않고 0으로 남는 거고, 참여하는 순간 나라는 사람이 1이란 숫자로 남는 거죠. 그렇게 “나도 여기 있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모이면 점점 몸집이 커지고 목소리가 커지죠. 그게 무척 중요해요.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뭘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정답은 잘 모르겠지만, 우선 세력화가 중요합니다. 기후위기에 관련한 정책이나 법이 나오려면 그 정책이나 법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야 하거든요. 그래서 관심을 표현하는 일, “나 여기 있다”고 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목소리를 보태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언제든지 청기행으로 연락 주세요. 현재 진행 중인 캠페인도 있으니 함께해주신다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