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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유전자를 찾아라! 아인슈타인 프로젝트


 
수학 천재는 타고나는 걸까요? 아니면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걸까요?
저 아인슈타인도 이점에 대해 살아 있는 동안 매우 궁금해 했었죠. 그런데 얼마 전 수학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해서 알아보니까 그 연구명이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 프로젝트’지 뭐예요?
전 살아생전에 이 같은 연구를 한 적이 없는데, 대체 무슨 일일까요?

수학 천재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닐까?


수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중 하나는 필즈상이다. 그런데 몇몇 필즈상 수상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수학 천재 유전자가 있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 재능이 남다르다.

한 예로 1978년 수상자 찰스 페퍼먼 교수(미국)는 어릴 때부터 수학 신동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11세의 어린 나이에 대학에 입학했고, 4년 뒤에는 수학 논문을 독일어로 써서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17세에 대학을 졸업한 그는 프린스턴대 대학원에 입학하는데, 4년 만에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곧바로 시카고대 수학과에서 전임강사로 일한다. 게다가 이때 수십 년 묵은 수학 가설들을 연속해서 풀어내면서 22세에 나이에 정교수로 임명돼 미국 역사상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페퍼먼 교수에게 남다른 수학 유전자가 있다고 느끼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그의 남동생인 로버트 페퍼먼은 시카고대 수학과 교수이고, 그의 딸인 니나 페퍼먼도 수학 모델을 이용해 생물학을 연구하는 전산 생물학자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수학자 집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6년 수상자 테렌스 타오 교수의 집안 또한 대표적인 수학자 집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두 남동생인 트레버 타오와 나이젤 타오까지, 삼형제 모두 호주 대표로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인 트레버 타오는 대학에서 수학과 음악을 전공했는데, 현재는 피아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14세 때에는 호주 체스 챔피언에 오른 경력도 갖고 있다. 막내인 나이젤 타오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동메달을 수상한 경력이 있으며, 현재는 구글 호주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다.

한편 테렌스 타오 교수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에서 역대 최연소 출전과 함께 화려한 수상 기록도 가지고 있다. 11세에 처음 출전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고, 12세에는 은메달, 13세에는 금메달을 받았다.

아인슈타인 프로젝트

정말로 수학 유전자가 있을까? 사실 유전학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이 지능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기여하는지 궁금해 한다. 하지만 지능 유전자에 대한 연구는 진행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런 연구를 한다고 하면 바로 우생학자★로 몰려 학계에서 비난을 받고, 연구비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몇 해 전부터 수학 천재의 뿌리를 찾는 ‘아인슈타인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생명과학자 조너선 로스버그가 자신이 개발한 ‘아이온 토렌트’라는 유전체 분석 기계로 자신의 재산을 들여 이번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일류대에 재직 중인 뛰어난 수학자 400명의 유전체를 분석해 수학 천재의 비밀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아이온 토렌트는 특수 칩을 이용해 DNA를 이루고 있는 네 가지 염기(A, G, C, T)의 순서를 알아내는 기계다.

그렇다면 로스버그는 누구일까? 그는 생명과학계의 스티브 잡스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1999년 ‘454라이프 사이언시스’라는 회사를 설립해 유전체 분석기를 개발했는데, 이 기계로 제임스 왓슨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또한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체를 해독하는 데에도 기여했다. 이후 그는 자신이 설립한 벤처기업을 다른 회사에 팔아 우리 돈으로 약 9,000억 원의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로스버그는 “우주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우리가 우주를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에게서 영감을 얻어, 우주를 이해할 수 있는 유전자를 찾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고 말했다.

우생학자★사람을 유전학적으로 우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한 뒤,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수를 늘리기 위해 유전학을 연구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사람의 유전체에 있는 약 30억 개의 염기쌍의 순서를 밝히는 프로젝트로, 연구결과는 2000년 6월에 발표됐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가 주도하는 수학 유전자 연구

중국에서도 지난 2012년부터 수학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유전체연구소는 199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스티븐 추 교수(중국계 미국인)와, 영국의 유전학자인 로버트 플로민 교수하고 손을 잡고 수학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연구팀은 본래 국제수학·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 모두를 대상으로 유전체를 분석하려고 했다. 하지만 입상자 부모들이 거세게 반대해 계획이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다 플로민 교수와 연이 닿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수학 영재 1,600명의 DNA를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1970년대 미국에서 진행됐던 연구 자료였다. 이후 연구팀은 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추가로 지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그 결과 IQ가 160 이상이면서 일류대학 학위자 또는 국제수학·과학올림피아드 입상자 500명의 DNA를 추가로 확보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구한 총 2,200개의 DNA 표본을 슈퍼컴퓨터 100대를 이용해서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인 대조군 4,000명과 비교하면서 수학 영재들에게서만 발견되는 공통적인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찾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유전자가 99.9% 이상 동일한데, 단 0.1%의 유전자가 달라 인종과 생김새, 질병 등의 개인차가 생긴다. 따라서 연구팀은 수학 영재들에게만 나타나는 SNP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NP★는 사람이 가진 30억 개의 염기서열 가운데 다른 사람과 차이가 나는 부분을 일컫는다.

수학 유전자 찾기의 문제점과 한계는?

미국과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학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를 두고 많은 유전학자들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이런 연구를 하는 것만으로도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98년 필즈상 수상자 커티스 맥멀린 교수
“태아를 선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어요!”


안녕하세요. 저는 아인슈타인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거절한 커티스 맥멀린 교수입니다. 제가 이 연구를 함께 할 수 없었던 이유는 이번 연구가 비윤리적이기 때문이에요.
만약 수학적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유전자가 발견됐다고 해 봐요. 그러면 몇몇 사람들은 수학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 미리 태아의 유전체를 검사하겠죠. 그리고는 유전적으로 우수하지 않은 아기에 대해서는 낙태와 같은 비윤리적인 행동을 할 겁니다.
너무 앞선 생각이 아니냐고요? 실제로 제가 이번 프로젝트를 승인한 뉴잉글랜드 심사위원회에 연구 결과를 어디에 사용할 건지 문의한 결과 어떻게 사용해도 상관없다는 대답을 들었어요. 얼마든지 태아를 선별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뜻이죠.

생명과학 벤처사업가 조너선 로스버그
“인지 분야에 관심이 있을 뿐이에요.”


아인슈타인 프로젝트를 두고 많은 비판이 있는데요, 저는 그 비판에 개의치 않고 있어요. 그 이유는 수학 유전자를 알아냈다고 해서 똑똑한 아기를 선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제가 이 연구를 진행하는 이유는 단지 인지 분야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에요. 대학생 시절 인공지능 분야의 선구자로부터 강의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인지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 이후 제 딸이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유발하는 질환인 결정성 경화증을 앓으면서, 인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죠. 앞으로 제 연구가 인지 기능과 관련한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런던 킹스칼리지 로버트 플로민 교수(유전학자)
“수학 유전자를 찾는 이유는 학습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예요.”


베이징유전체연구소와 함께 수학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플로민 교수입니다. 저는 2010년에 7,900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35만 개의 SNP를 검사했어요. 하지만 지능과 관련한 아무 성과도 내지 못했죠. 하지만 이번 연구는 달라요. IQ가 높은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표본이 작아도 천재 유전자를 찾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 연구와 관련해 학계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는 우생학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요. 단지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학습장애를 초기에 예측하고 치료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에요.

울산과학기술대 생명과학부 박종화 교수
“수학 유전자 찾기 프로젝트는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어요!”


수학 유전자를 찾는 것은 똑똑한 유전자를 찾는 것과 같아요. 그런데 예를 들어 잠을 덜 자도 덜 피곤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이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오랜 시간 공부할 수 있기 때문에 똑똑할 가능성이 높죠. 즉 똑똑한 유전자는 수만 가지나 됩니다.
또한 만에 하나 수학 유전자가 있다면, 침팬지에 이 유전자를 심었을 때, 침팬지가 수학자만큼 수학을 잘해야 하죠. 하지만 이것은 불가능해요. 또한 수학 유전자가 있다면 물리 천재 유전자, 천재 신문 기자 유전자, 대통령 유전자도 있어야 합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과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답니다.
 

2014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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