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세계의 난쟁이들이 돌아왔다! <;호빗 : 스마우그의 폐허>;는 <;반지의 제왕>;에서 악에 맞서 싸운 프로도의 삼촌, 빌보 배긴스와 난쟁이족 전사들의 모험 이야기다. 중간 세계를 폐허로 만든 거대한 용, 스마우그에 맞서는 호빗과 난쟁이들은 과연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을 수 있을까?
빼앗긴 왕국을 되찾아라!
영화 <;반지의 제왕>;을 본 사람이라면 절대반지가 어떻게 프로도의 삼촌인 빌보 배긴스의 손에 들어가게 됐는지, 골룸을 비롯한 많은 등장인물들이 왜 절대반지를 그토록 탐내는지 궁금했을 것이다. 작년부터 3부작으로 개봉되고 있는 호빗 시리즈는 바로 그 궁금증을 풀어 주는 60년 전 사건을 다룬 이야기다. 작년에 개봉된 1편 ‘뜻밖의 여정’은 호빗인 빌보와 난쟁이들이 함께 모험을 떠나는 과정을 담았다.
한때 중간 세계의 강력한 왕국이었던 난쟁이 왕국 에레보르는 난폭한 용 스마우그에 의해 폐허가 됐다. 회색 마법사 간달프는 난쟁이 왕국의 후계자 소린에게 난쟁이 왕국을 되찾으라며 격려하고, 빌보 배긴스와 13명의 난쟁이들은 왕국을 되찾을 힘을 준다는 전설의 보물 ‘아르켄스톤’을 찾아 ‘외로운 산’으로 모험을 떠난다.
하지만 모험은 순탄치 않다. 오크족이 시시때때로 공격해오고, 난쟁이족 전사들은 다른 종족인 빌보 배긴스를 믿지 못한다. 적들의 공격과 서로간의 불신으로 수차례 위기를 맞게 되고, 결국 빌보를 제외한 난쟁이들은 고블린의 포로가 된다. 그곳에서 골룸을 만난 빌보는 골룸이 떨어트린 반지를 몰래 차지한다. 그리고 간달프의 도움으로 위기에서 빠져 나온 일행은 점차 서로를 신뢰하게 된다.
이번에 개봉한 ‘스마우그의 폐허’는 호빗과 난쟁이들의 모험을 담은 두 번째 이야기로, 외로운 산까지 가는 험난한 여정을 담고 있다. 그리고 빌보와 난쟁이족들이 모험 과정에서 엘프족과 인간종족을 만나 갈등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를 통해 전편인 <;반지의 제왕>;에서 호빗과 인간, 엘프족, 난쟁이들이 함께 힘을 모아 원정대를 꾸리게 된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최단거리를 찾아 외로운 산에 도착하라!
오크족의 추격을 뿌리치며 외로운 산으로 향하는 호빗과 난쟁이들은 보기만 해도 귀신이 나올 것만 같은 어둠의 숲에 다다르게 된다. 두려움을 느낀 빌보가 난쟁이족의 리더인 소린에게 다른 길은 없냐고 묻자, 소린은 어둠의 숲을 관통하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라며 앞장서서 숲속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빌보와 난쟁이 일행은 미로처럼 복잡한 숲속에서 길을 잃게 되고, 거대한 거미들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수학 원리가 있다. 바로 ‘최단거리’를 찾는 문제다. 어둠의 숲을 통과하는 것이 외로운 산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이며, 난쟁이들을 잡아먹기 위해 거대한 거미도 최단거리를 찾아 이동해 오기 때문이다.
보통 최단거리라고 하면 출발점에서 목적지를 잇는 직선을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부분의 길은 직선이 아니며, 수많은 갈림길을 지나야 한다. 그리고 중간에 장애물이 있거나, 어딘가에 들러야 하는 경우도 있다.
역사상 최고의 수학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레온하르트 오일러는 이와 비슷한 문제를 연구하다가 ‘그래프 이론’이라는 새로운 수학 분야를 만들어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쾨니히스베르크 지역에 있는 7개의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모든 다리를 다 지나는 경로가 있을지 알아
보다가 그것을 그래프로 나타낸 것이다.
한편, ‘퍼즐왕’이라고 불리는 영국의 퍼즐 연구가 헨리 듀드니는 ‘거미와 파리 문제’라는 재미있는 문제를 생각해냈다. 만약 거미와 파리가 다음 그림처럼 직육면체 모양의 공간의 반대편 모서리에 있을 때, 거미줄을 쏠 수 없다면 거미는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최단거리로 파리를 잡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판타지 세계를 만드는 수학의 힘!
우여곡절 끝에 절대반지의 힘으로 거미들의 공격에서 목숨을 구한 빌보와 난쟁이 일행은 그동안 앙숙으로 지내던 엘프족에게 붙잡히게 된다. 그리고 탈출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오크족의 공격을 받는다. 이때 나타나는 기괴한 오크족의 모습은 놀라운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힘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이처럼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컴퓨터 그래픽스 기술의 밑바탕에도 수학이 깔려 있다. 호빗 2편에는 비록 골룸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빌보 일행을 뒤쫓는 오크족 대장 ‘아조그’가 비중 있게 등장하면서 컴퓨터 그래픽스로 만든 세밀한 표정 연기를 맛볼 수 있다.
아조그의 표정 변화를 만드는 것은 수많은 3차원 표정 데이터를 조합하는 ‘형태 혼합 기법’이다. 이 기법은 컴퓨터가 인식하는 3차원 마커를 얼굴에 부착한 배우가 연기한 표정 정보를 조합해서 새로운 표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얼굴에 부착된 3차원 마커는 $x, y, z$ 좌표로 표시되는 공간좌표 정보로 기록된다. 표정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마커의 위치 변화를 기록해서 웃는 표정, 우는 표정, 찡그린 표정 등으로 저장하는 것이다. 등장인물을 만드는 디자이너는 이렇게 만들어진 기본 정보들을 이용해 원하는 얼굴 표정을 만든다. 예를 들어 눈을 찡그리는 동작에 씰룩거리는 입술의 움직임을 더해 주어 인상을 쓰는 아조그의 얼굴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십 초 동안에도 수없이 변하는 등장인물의 표정을 일일이 디자이너가 만들어 줘야 하는 걸까? 놀랍게도 이 작업 역시 수학적인 원리를 바탕으로 컴퓨터가 자동으로 만들어낸다. 이때 활용되는 수학 원리는 ‘조건부 확률’로, 어떤 사건이 일어났다는 조건 아래 다른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말한다.
예를 들어, 등장인물이 한순간 찡그린 표정을 지을 때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1초 뒤에 각각의 얼굴 근육 좌표가 이동할 확률이 가장 높은 지점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수식을 만들어 준 것이다.
또 하나, 영화를 보면서 독자들이 궁금해 할 부분은 바로 등장인물들의 크기다. 고작 1m 정도밖에 안 되는 호빗과 난쟁이들이 어떻게 간달프나 레골라스 같은 다른 인물들과 함께 등장하는 걸까? 비결은 바로 원근법을 파괴한 착시현상에 있다. 영화를 찍을 때 똑같은 촬영 세트와 소품들을 보통 크기와 실제보다 큰 크기, 이렇게 두 가지로 만든다. 그런 다음 키가 작게 나와야 하는 배우들은 큰 크기의 소품과 세트를 이용해 촬영하고, 나머지 배우들은 정상 크기의 세트에서 촬영해서 두 영상을 혼합한다.
이처럼 수학을 알고 영화를 보면, 호빗과 난쟁이족 전사들의 모험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즐길 수 있다. 과연 그들은 외로운 산에 도착해서 중간 세계 최강의 용 스마우그를 무찌르고 잃어버린 왕국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