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기 전 사람들은 수학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세계 곳곳의 기록을 살펴보면 다양한 수학 문제를 푸는 방법들이 남아 있어. 몇 가지만 살펴보기로 해.
3600년 전 세계 최초의 수학자인 이집트의 아메스는 파피루스에 신기한 수학 기록을 많이 남겼어. 알 수 없는 표현들이라 기록 전체가 무슨 뜻인지 나도 잘 몰라. 다만 이 중에 오늘날 수학시간에 배우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실려 있어.
이걸 어떻게 푸는지 아직 배우지 못한 친구도 있을 거야. 어쩌면 머리 속에 식을 떠올리며 '이게 뭐 어렵다고…'하는 친구도 있겠지. 하지만 이집트 시대에는 숫자를 쉽게 표현하는 방법도 없었고 +, =와 같은 기호도 없었어. 오직 머리로 생각하고 말로 문제를 풀어야 했으니 간단한 문제라도 푸는 과정이 쉽지 않았어.
중국이나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어. 중국의 주세걸이 1299년 펴낸 '산학계몽'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와. 이 문제는 조선 영조시기의 실학자 황윤석이 쓴 책 '산학입문(이수신편 21권)'에서도 찾아볼 수 있지.
"今有 鷄兎 一百共足二百七十二雙 只元 鷄足二兎足四 問 鷄兎各幾何"
(금유 계토 일백공족이백칠십이쌍 지원 계족이토족사 문 계토각기하)
"지금 닭과 토끼가 100마리 있는데 다리의 수는 모두 272개다. 닭의 다리는 2개고 토끼의 다리는 4개일 때, 닭과 토끼는 각각 몇 마리인지 계산하여라."
숫자도 한자이고 기호도 없으니 문제를 이해하는 것조차 어렵군. 그래도 풀 수 없는 문제는 아닌 것 같네. 학교에서 배웠던 '예상과 확인'방법으로 풀어 보기로 해. 닭과 토끼가 몇 마리씩일지 예상해서 다리의 수를 맞춰가는 방식 말야.
닭이 100마리면 다리가 2개니까 다리 수는 200개가 되지. 다리 수가 너무 적네. 토끼가 100마리라면 다리는 총 400개가 되니 역시 답이 아니야. 닭과 토끼가 각각 50마리라면 닭 다리 100개, 토끼 다리 200개를 더해서 총 다리 수는 300개가 되는군. 정답이랑 가까워진거 같네. 다리 수를 좀더 줄이려면 닭을 늘리고 토끼를 줄여보는 거야. 이런식으로 맞추다 보면 닭이 64마리, 토끼가 36마리일 때 다리가 272개라는 정답을 얻을 수가 있어. 답을 예상해서 바른 답인지 확인하는 방식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이야. 하지만 문제가 더 복잡하고 훨씬 큰 수로 바뀐다면 이 방법을 쓰긴 힘들거야. 답을 예상하기도 어렵고 정답인지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니 말야. 그래서 사람들은 문제를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
다리를 한 쪽씩 들고 있다면?
이 책에는 신기한 풀이법이 담겨 있어. 무슨 소리가 나자 닭이 놀라 한 다리를 들었고 토끼도 앞다리를 들고 일어섰다는 거야. 이러면 다리의 수가 절반으로 줄어 136개가 돼. 만약 100마리가 모두 닭이라면 다리는 100개일 거야. 다리의 수가 136개라는 것은 토끼가 36마리 섞였다는 뜻이지. 왜냐하면 닭은 다리 수와 마리 수가 같지만, 토끼는 다리 수가 마리 수보다 1이 많기 때문이야. 결국 토끼 36마리, 닭 64마리라는 답이 나와. 선조들의 지혜가 놀랍지? 하지만 문제마다 이같이 기발한 생각을 떠올리긴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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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χ가 없던 시절에는
Part 2. 세계 곳곳에서 쓰였던 χ의 다양한 이름들
Part 3. "모든 문제를 식으로 바꾸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