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교의 대표적인 활동은 하루 동안 10개의 소수 관련 게임을 진행하는 두뇌 게임 서바이벌 ‘더 프라임’이다. 매년 열리는 교내 행사로 10차전을 거쳐 최후의 승자 한 명을 가린다. 게임은 모두 소수교 부원이 짠다. 할리갈리, 마피아, 오목게임 등 각종 게임을 소수와 연관시켜 변형해서 만든다. 예를 들어게임이라면 원래 규칙처럼 3, 6, 9가 있는 수에서 손뼉을 치지 않는다. 대신, 각 자릿수가 소수고 전체 수가 소수면 일의 자리 수만큼 손뼉을 친다.
최근엔 부원들이 소수를 이용해 만든 가사에 드럼 비트를 붙여 ‘소수송’을 만들었다. 학생들 사이에 소수송이 퍼지며 한때 소수송을 따라 부르는 것이 유행이었다. 학교 축제 때 무대에 올라 부원들이 드럼, 베이스 등 악기를 연주하며 소수송을 불렀고, 선생님의 제안으로 소수를 배우는 수학 시간에 부원들이 깜짝 등장해서 공연하기도 했다.
소수송 유행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이 현재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전교생이 소수교 활동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소수교 정식 부원은 10여 명이지만, 이들의 의도에 공감하고 소수교 활동을 돕는 명예 부원은 무려 120명이나 된다. 이 학교 전교생이 270여 명이니, 절반 가까이 가입한 셈이다. 이 학교에서 소수교는 어느새 하나의 문화가 됐다.
120명이 모인 소수교 학생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은 ‘오늘은 소수데이입니다’라는 메시지로 하루의 대화를 시작한다. 왜냐하면 여기선 11월 29일(1129)처럼 날짜가 소수인 소수데이에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읽었다고 표시할 때도, ‘네’, ‘응’이 아니라 ‘2!’, ‘5’ 같이 소수로 답한다. 채팅방에선 소수에 관한 수학 상식, 영상 등을 공유하거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 1세대를 소수데이인 2007년 1월 9일(0109)에 출시했으니 소수교야’, ‘책상에서 풀을 주웠는데 5개야. 소수님의 은총이 깃들었다’처럼 연결 짓는다. 소수교 부장인 전민성 학생은 “몇 달 전엔 7시 13분처럼 대화 시각의 시와 분도 소수여야 했다”면서, “대화 중 시각이 바뀌어 대화가 끊기는 경우가 많아 소수데이인 날엔 하루종일 이야기하기로 했다”고 소수에 진심인 모습을 보였다.
소수의 진정한 의미에 매료
아이돌, 배우, 음식 등 좋아할 게 주변에 널렸는데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은 도대체 왜 소수를 탐닉하는 걸까? 아무리 영재학교 학생이라도 소수보다는 세계적인 학자나 유명한 연구에 빠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사실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학생들이 소수에 관심을 두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수학을 깊게 공부할수록 소수와 마주하기 때문이다. 수학에는 여러 분야가 있지만, 중고생 시절 쉽게 빠질 수 있는 분야가 수의 성질을 다루는 ‘정수론’이다.
이 정수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주제가 소수다. 에우클레이데스, 피에르 드 페르마, 레온하르트 오일러,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 등 유명한 수학자가 모두 소수 연구에 몰두한 적이 있다. ‘현존하는 최고의 수학자’로 꼽히는 테렌스 타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교(UCLA) 교수도 소수 관련 연구의 업적을 인정 받아 2006년에 필즈상을 탔다. 리만 가설을 비롯한 정수론의 난제도 소수에 관한 문제가 많다.
정시우 학생은 “수학을 공부하면서 ‘에라토스테네스의 체’처럼 소수의 규칙성을 찾기 위한 수학자들의 노력을 알게 됐다”라면서,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내놓은 다채롭고 혁신적인 발상이 너무 신기해서 소수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전민성 학생은 “초등학생 때 소수를 배우면서 모든 수를 ‘소수’와 ‘소수가 아닌 수’로 분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소수가 수의 중심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재학교에서는 정수론 과목을 수업 시간에 가르친다. 정수론 수업에서 ‘소수는 왜 아름다운지 조사하시오’, ‘우리 주변에서 찾을 수 있는 소수는 무엇인가’처럼 소수에 관한 과제가 종종 주어진다. 소수를 사랑하기 위한 기반을 학교에서 이미 다진 셈이다.
수학 교사도 소수를 좋아하는 마음을 실컷 드러낸다. 소수교 지도 교사인 김백진 교사는 평소 자신의 차 번호가 소수 분류 중 하나인 ‘소피 제르맹 소수(70쪽 참고)’라고 학생들에게 자랑한다. 그는 “소수 개념을 인식하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만 할 수 있다”라면서, “소수 자체가 아름답다기보다는 소수의 가치를 바탕으로 탐구해 나가는 수학자와 학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