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으아악~, 다들 피해! 숫자 돌풍이 불어온다~!”
“조심해! 이…, 이번엔 길이 무너진다!”
폴 일행은 수학 가디언즈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학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는 공포의 대왕, 테스티를 찾아가기로 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만 뫼비우스의 공간에 빠져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대체 이곳엔 어떻게 온 것일까? 그리고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미션 ❶ 테스티를 만나러 가다


이야기는 다시 페이퍼맨의 방에서 시작된다.
“어디서 공포의 대왕, 테스티를 볼 수 있어?”
폴의 질문에 펜슬맨과 페이퍼맨이 얼굴을 마주보며 눈짓을 주고 받더니 펜슬맨이 입을 열었다.
“따라와. 그가 있는 곳으로 안내할게.”
뜻밖의 제안에 폴 일행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너흰 테스티의 명령에 따라 우릴 해치려고 했잖아. 갑자기 우릴 돕는 이유가 뭐야?”
“우린 그의 명령에 복종해 왔어. 하지만 우리도 좋아서 그런 건 아니야. 그는 이 세계의 절대적인 권력자, 공포의 대왕이라고. 하지만 다른 세계에서 온 너희라면 우릴 구원해 줄지도 모르지.”
펜슬맨과 페이퍼맨이 고개를 떨구고 있어 표정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말은 진실하게 들렸다. 폴 일행은 펜슬맨과 페이퍼맨의 제안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잠시 상의해 보기로 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저들을 따라갈까?”
“저들은 방금 전까지 우릴 해치려고 했다고!”
“하지만 우리 힘만으로는 이곳에서 테스티를 찾을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하지?”
“흠, 어쩔 수 없지. 저들을 따라가는 수밖에.”
폴의 말에 폴리스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저들이 다른 맘을 품더라도 우릴 해치지 못하게 경계를 늦추지 말자고. 하루, 네 생각은 어때?”
하루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펜슬맨에게 말했다.
“좋아. 안내해 줘.”
폴 일행은 펜슬맨과 페이퍼맨의 뒤를 쫓았다. 그들은 여태 티격대며 말을 하던 것도 멈추고, 묵묵히 앞만 보고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거운 공기가 길을 가득 메우자 폴이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페이퍼맨, 펜슬맨! 너희가 알려 준 대로 이쪽으로 가면 테스티를 만날 수 있단 말이지? 대체 언제쯤….”
그때 펜슬맨이 뒤를 훽 돌아보더니 말했다.
“다 왔어. 우리의 안내는 여기까지야. 이제부터는 너희끼리 가야 해.”
펜슬맨과 페이퍼맨의 앞에는 웬 문이 하나 서 있었다.
“그…, 그래. 데려다 줘서 고맙다.”
폴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무 생각 없이 문에 손을 댔다. 그러자 폴의 몸이 문에서 퉁 튕겨져 나오면서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아얏! 이건 또 뭐야?”
화를 내며 땅에서 일어나던 폴은 문에서 문제를 발견한다.

미션 ❷ 숫자 돌풍을 피하라!

폴과 친구들이 문을 열자 그 안에는 좁은 외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길은 폴 일행 4명이 충분히 걸을 수 있는 넓이였지만, 길 양쪽이 낭떠러지라서 어쩐지 아찔해 보였다. 폴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넘기며 중얼거렸다.
“정말 테스티를 만날 수 있단 말이지?”
하루가 용기를 내 말했다.
“그래도 조심만 하면 그렇게 위험해 보이진 않아. 어? 그런데 저건 뭐지?”
길 앞쪽으로 + 모양의 장애물이 좁은 길을 가로막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길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며 피해서 가는 일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응? 저 앞에도 뭐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 -, ÷, × 모양의 각종 장애물들이 계속 줄지어 놓여 있었다. 하지만 이 장애물들도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었다. 장애물 말고는 볼 것도, 다른 방해물도 없는 단조로운 길을 계속해서 걷다 보니 폴은 좀 지루해졌다.
“무슨 길이 이렇게 싱거워?”
이때 길 뒤쪽에서 큰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하루는 엄청난 바람이 덮쳐 오고 있는 것을 보고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게다가 거센 바람에 뭔가 작은 알갱이들이 실려 날아오고 있었다.
“갑자기 저런 바람이 어디서 몰아치는 거야!”
“저 알갱이들은…, 숫자들이잖아?”
“숫자 돌풍이야!”
피타가 사전을 펼치자 숫자 돌풍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숫자 돌풍. 작은 숫자 알갱이들이라고 무시하지 말라. 그 숫자들은 세상의 근원이 되는 알갱이들로 하나하나가 어마어마한 위력을 품고 있다.’
숫자 돌풍이 지나가자 사칙연산 장애물들이 길 밖 낭떠러지로 힘없이 나가떨어졌다. 그 장애물들은 방금 전까지 폴 일행이 힘으로 밀어붙여도 끄떡도 하지 않던 것이었다.
“저 바람에 휩싸이면 우리도 길에서 떨어지고 말거야! 어떻게 하지?”
그때였다. 길 바닥에서 갑자기 화면이 올라왔다. 그 화면에는 마치 계산기처럼 숫자 버튼들이 놓여 있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숫자들이 어지럽게 엉켜있다는 점이었다.
“이 화면은 뭐야? 갑자기?”
때마침 화면에 문제가 떠올랐다.
“다음 엉켜 있는 숫자들을 순서대로 바꾸면 숫자 돌풍이 멈출 것이다.”

미션 ❸ 뫼비우스의 공간에 갇히다

“휴~, 숫자 돌풍이 멈췄어!”
숫자 돌풍이 멈추자 길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폴 일행은 다시 이따금 나타나는 사칙연산 장애물들을 피하며 터덜터덜 길을 걸어 나갔다. 한참을 걷다가 폴이 크게 소리를 질렀다.
“아, 지겹다! 무슨 길이 이렇게 가도가도 똑같냐? 재미 없어!”
하루도 폴의 말에 동의하며 맥빠진 얼굴로 말했다.
“그러게. 왠지 계속 같은 길을 뱅글뱅글 걷는 것 같아.”
하루의 말에 폴리스가 갑자기 고개를 홱 치켜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친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같은 길을, 같은 길을 걷는 것 같다고? 나도 아까부터 그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모두 같은 생각인거야?”
폴리스의 질문에 피타도 고개를 끄덕였다.
“피타피타!”
폴의 무서운 얼굴에 폴과 하루는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왜?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게…, 우리가 닫힌 공간에 갇혔다면?”
“닫힌 공간? 그게 뭐야? 닫혀 있는데 어떻게 가도 가도 끝이 없냐?”
“그래. 가도가도 끝이 없고 같은 길을 뱅글뱅글 도는 느낌이 맞다면…?”
폴리스의 추리에 하루도 뭔가 눈치챘다는 듯이 외쳤다.
“혹시 너…?”
“그래! 뫼비우스의 띠. 뫼비우스의 공간에 우리가 갇힌 거라면?”
“뫼비우스의 띠? 그게 뭐였더라? 수학 시간에 종이 띠로 만들었던 것 같은데….”
폴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고민하는 찰나, 뒤쪽에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피타피타!”
피타가 뒤쪽을 가리키며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폴은 뒤를 돌아보다가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뭐…, 뭐야! 또 숫자 돌풍이 불어 오고 있어!”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길바닥에서 문제가 쓰여진 화면이 올라오지 않았다. 대신 길 바닥에 여러 선들이 그려지기 시작하더니 문제가 바닥에 쓰여졌다.

미션 ❹ 메비우스 공작을 만나다

“뭐라고? 우리가 어디에 갇혔다고?”
문제를 풀고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난 폴이 다시 폴리스와 하루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뫼비우스의 공간에 갇힌 것 같아. 똑같은 길이 계속 반복되는 것 같은 기분이고….”
그때였다.
“캬캬캬캬캬. 기분이 아니라 실제로 반복되고 있답니다. 여러분.”
어디서 나타났는지 잘 차려입은 개미 한 마리가 폴 일행을 향해 말을 하고 있었다.
“개미가…, 개미가 말을 하잖아?”
폴은 말을 하는 개미에게 눈을 고정시키곤 입을 떡 벌린 채 멍청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개미는 폴이 재미있다는 듯이 후후훗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안녕하세요. 메비우스 공작이라고 합니다. 캬캬. 전 이 공간의 주인이지요. 이곳에 이렇게 많은 방문객이 찾아온 건 처음입니다. 참 흐뭇하군요. 캬캬캬. 오랜 시간 참으로 적적했는데, 이제부터 영원토록 여러분과 함께라니 힘이 됩니다. 캬캬캬캬.”
이 말을 들은 폴이 발끈해서 소리를 질렀다.
“영원토록 함께라니 무슨 말이냐! 게다가 우린 가야만 하는 목적지가 있다고!”
“당신들이 이곳에 발을 들인 이상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습니다. 아무리 걸어도 같은 길을 계속 반복해서 걸을 뿐이지요. 이곳은 그런 곳이니까요.”
메비우스 공작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폴이 무서운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뫼비우스의 띠…. 그래. 이제 생각났어! 좁고 긴 직사각형 종이를 180° 꼬아서 끝을 붙여서 만들었잖아. 경계가 하나밖에 없는 2차원 도형! 앞과 뒷면이 서로 연결돼 있으니, 아무리 걸어도 이 길은 영원히 끝나지 않아.”
폴의 말에 메비우스 공작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바보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머리가 좀 돌아가는군요. 하지만 이곳이 뫼비우스의 공간이란 것을 알았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캬캬캬.”
그때 굉음과 함께 길이 흔들리더니 우두두두둑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엇? 길이…, 길이 무너진다!”
안 그래도 좁은 길이 무너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길 위에서 폴 일행은 위태롭게 균형을 잡으며 서 있었다. 메비우스 공작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서 있다가 폴 일행에게 말했다.
“혹시 또 모르죠. 당신들이 만약 이 문제를 푼다면 잠시 목숨을 연장할 방법이 있을지도….”

메비우스 공작을 같은 편으로 만들어라!

길이 다 무너지기 전에 간신히 문제를 푼 폴 일행. 메비우스 공작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질 않았다. 폴리스와 하루, 피타는 더 이상 걸어봤자 똑같은 길만 반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폴은 자신이 뫼비우스의 공간에 갇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앞으로 뛰고 또 뛰었다. 이런 폴에게 하루가 소리를 질렀다.
“폴, 소용 없어. 돌아와!”
피타와 하루가 뒤쫓으려고 일어나자, 폴리스가 하루를 만류하며 다시 앉혔다.
“폴이 저렇게 앞으로 뛰어봤자 다시 이곳으로 돌아 올 거야. 그게 뫼비우스 띠의 성질이잖아. 게다가 피타까지 쫓아갔으니 우린 체력을 비축해 놓자고. 분명 우리에게 또다른 기회가 찾아올 거야.”
“폴, 괜찮을까?”
“응. 저 녀석, 생각보다 똑똑하다고. 우연히 수학 가디언즈가 된 게 아니야. 게다가 체력은 우리보다 훨씬 좋을걸?”
폴과 피타는 어느덧 멀리 사라지고, 폴리스와 하루는 한참 동안 자리에 앉아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뒤에서 폴의 음성이 들려왔다.
“정말…,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왔잖아?”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폴에게 하루가 물었다.
“잠깐, 그 개미 공작은 만났어?”
“아니, 한 바퀴 다 돌았는데 전혀 안 보여.”
“그 녀석이 어디론가 사라졌다면, 분명 우리도 빠져나갈 방법이 있을 거야.”
“정답~!”
경쾌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메비우스 공작이었다. 그는 어느덧 폴 일행 앞에 나타나더니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죠. 전 이 공간의 주인이니까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이 방법을 아는 건, 몇백년 동안 저뿐이었죠. 하지만 당신들은 이곳에 있어야만 합니다.”
“대체 왜지?”
“그 사람이 제게 부탁했거든요.”
“그 사람이라면…, 혹시….”
“맞아요. 테스티, 바로 그 사람이에요.”
“너도…, 너도 테스티 그 녀석이 두려운 거냐?”
폴의 도전적인 외침에 메비우스 공작이 폴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근 몇백 년 만에 재미있는 사람들이 계속 나타나는군요. 테스티 그 사람도 이 공간만큼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답니다. 그래서 그도 날 함부로 할 수 없지요. 다만, 난 그의 제안이 참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그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는데, 이번엔 당신들 쪽도 점점 재미있어지는군요.”
“테스티가 무슨 제안을 했지? 우릴 풀어 줄 생각이 있는 거야?”
“당신들, 시간의 비밀을 알고 있나요?”

2013년 08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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