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어가 게임에 오랫동안 몰입하려면 현실에 가깝게 화면을 구성해야 하는데요, 현실 속 입체를 2차원 평면인 화면에 나타내는 방법을 ‘투영법’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투영법 중 하나인 ‘평행투영법’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9월호에서 알아본 투시투영법은 ‘소실점’으로 입체감을 나타내요. 바라보는 시각과 가까운 물체는 크게, 먼 물체는 작게 그려 입체 공간을 표현했죠. 그런데 평행투영법에서는 소실점이 없이 공간감을 나타냅니다. 주로 건축이나 제품도면을 제작할 때 사용하지만, 게임에서도 자주 쓰이죠. 평행투영법은 ‘직투영법’과 ‘사투영법’으로 나뉘어요. 직투영법은 또다시 정투영법과 축측투영법으로, 사 투영법은 수직투영법과 수평투영법으로 구별되죠.
먼저 직투영법의 정투영법은 한 방향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하나의 스테이지를 모두 펼쳐 보여주는 방식의 게임이나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처럼 가로나 세로로 움직이는 게임에 쓰입니다. 직투영법 중 축측투영법은 세 면을 모두 보여주는 방식으로, 게임 ‘랜드스토커’에 적용됐죠.
사투영법은 기준이 되는 면을 정면에 놓고 연결된 면을 경사지게 그리는 방식으로, 게임 ‘페르시아의 왕자’는 사투영법 중 수직투영법, 게임 ‘울티마7’은 수평투영법이 적용된 게임입니다. 제작자의 의도와 선택에 따라 게임에서는 다양한 투영방식이 쓰이고 있습니다.
여러 투영법을 한 화면에 복합적으로 적용한 게임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에 인기인 ‘어몽어스’가 있죠. 아래 어몽어스의 왼쪽 화면을 볼까요? 바닥은 위에서 정면 방향으로 바라본 정투영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상자는 축측투영법을 사용하고 있어요. 오른쪽의 파란 테이블은 사선에서 바라본 시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복합 구성은 각 사물의 개별 속성을 잘 보여줄 수 있을 뿐 아니라 화면을 더욱 생동감 있고 독특하게 만들어 주는데요, 동양화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1702년 제주목사인 이형상이 제주도의 각 고을을 순회한 장면을 기록한 ‘탐라순력도’는 복합 구성을 통해 다양한 장면을 한 화폭에 나타냈어요. 특히 감상자가 그림 속을 거닐고 이동하며 머무르는 느낌이 들게 공간을 형성했죠.
우리가 즐기는 게임 속 세상의 표현법에 동양화에서 추구했던 그림 원리가 들어가 있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이처럼 게임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이 세상을 화면에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창의적으로 적용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