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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축구 선수의 팀 기여도 네트워크 분석으로 측정한다!

미래를 여는 수학


 
“2골 1도움 맹활약 손흥민, 양 팀 최고 평점 2점”
지난 10월 18일 독일 분데스리가 8라운드에서 슈투트가르트를 상대로 맹활약한 레버쿠젠의 손흥민 선수가 독일 일간지 <;빌트>;에게서 받은 평가다. 분데스리가에서는 1점에 가까울수록 좋은 활약을 펼쳤다는 뜻이다. 이처럼 유럽 빅리그 경기나 월드컵 경기가 끝나고 나면 스포츠 전문지에서는 선수별로 평점을 내놓는다. 그런데 이 점수는 객관적인 점수가 아니라 전문가의 주관적인 점수다. 그래서 때로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왜 축구에서는 주관적인 점수로 선수를 평가하는 걸까? 누구나 납득할 만한 방법으로 점수를 매길 수는 없을까?

축구 선수 점수 매기기는 왜 어려울까?


개인기와 팀플레이의 조화가 가장 중요한 스포츠가 바로 축구다. 선수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서로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팀이 성공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각 선수가 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사실 개인이 팀에 기여한 정도를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축구 경기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야구와 비교해 보자. 야구는 공격과 수비가 명확하게 구분된다. 각 선수의 성적은 공격 기여도와 수비 기여도로 명확히 구분해 평가가 가능하다. 그리고 전체 경기의 흐름은 투수가 공을 던지고, 타자가 공을 치고, 주자가 뛰는 별개의 사건으로 나눌 수 있다. 이 때문에 각 사건별로 선수 개인의 성적을 분류하고 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처럼 야구에서는 다양한 개인 기록을 데이터화할 수 있고, 이를 분석해 작전이나 경기 운영에 이용한다. 야구를 통계의 스포츠라 부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와 달리 축구는 90분 동안 끊임없이 공을 빼앗기 위해 다툰다. 공격과 수비가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선수의 팀 기여도를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축구에서 각 개인의 기여도를 측정하기 힘든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한 경기에 나오는 골의 수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 축구는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다. 한 경기당 적게는 60점에서 많게는 100점까지 나오는 농구는 슛 성공률을 가지고 개인 기량을 객관적으로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1-0으로 승리한 축구 경기를 가지고 골을 넣은 선수만 팀에 기여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이런 특성은 각 선수의 경기력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걸림돌이 됐다. 결국 소수 전문가들이 축구 경기를 관람한 뒤 각자의 의견에 따라 선수의 평점을 매기는 방식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평가하는 사람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은 기준이 들쑥날쑥하다는 문제가 있다.

네트워크 분석으로 축구 선수를 평가한다!

2010년 루이스 아마랄 미국 노스웨스턴대 생화학과 교수팀은 축구 경기에서 선수 개개인의 기여도를 객관적으로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로 2008 경기 자료를 바탕으로 대회에 참가한 모든 선수들을 분석해 팀에 많이 공헌한 선수 20명을 뽑았다. 놀랍게도 이 결과는 전문가들이 뽑은 최고 선수와 큰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면 연구팀은 선수 개인의 기여도 측정이라는 축구계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을까?

바로 네트워크 분석★이다. 연구팀은 각 경기당 선수들 사이의 패스와 슈팅 데이터를 바탕으로, 선수 사이의 패스 성공률과 슈팅 성공률, 그리고 수비 역할, 전체 경기 흐름을 네트워크 분석했다.
 

여기서는 유로 2008에서 독일과 스페인의 경기를 살펴보자. 그래프에서 각 원은 경기에 참가한 모든 선수를 의미한다. 각 원에 표시된 숫자는 각 선수의 등번호고, 각 원의 위치는 각 선수의 포지션을 나타낸다. 그래프의 중앙에 있는 사각형은 골대로 향한 슈팅(G)과 골대를 벗어난 슈팅(W)을, 원과 원을 잇는 선은 선수 사이의 패스를 의미한다. 선이 굵을수록 패스 성공률이 높다는 뜻이다. 즉 전체 선수의 팀 기여도는 각 선수를 표시한 원의 크기로 표시되는데, 원의 크기가 클수록 선수 기여도가 높다.

그렇다면 선수의 수비 기여도는 어떻게 구할까? 이는 선수가 패스를 받은 수와 상대 선수에게 패스를 한 수를 분석해 구할 수 있다. 즉 어느 선수가 팀 동료 선수에게 패스한 횟수가 20번인데 반해 동료 선수에게서 공을 패스 받은 횟수는 12번이라면 나머지 8번은 상대편 선수에게서 공을 뺏은 것이라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실제 패스가 골로 이어져 팀의 승리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다. 수비 진영에서 시간을 끌려고 공을 돌리는 패스와 상대방 문전 앞에서 슈팅 기회를 잡기 위해 수비를 피해가며 숨 가쁘게 이어지는 패스의 가치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수비와 공격의 중간에서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패스의 가치도 생각해야 한다.

아마랄 교수는 이렇게 경기를 주도하는 역할을 ‘중앙성’을 이용해 수로 나타냈다. 중앙성이란 그래프 이론의 한 개념으로, 전체를 구성하는 개인의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 쓴다.
 

그림 ➊에서 흥민과 친하게 지내고 싶어 하는 영권은 성용을 통해 흥민을 소개받았다. 성용은 모든 인적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어 주호나 영권, 용이가 흥민이나 동국, 청용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성용을 통해야 한다. 즉 이들 관계에서 성용의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그림 ➋에서는 성용뿐만 아니라 태희와 명주도 이들 사이의 중개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영권이 흥민을 소개받고 싶으면 성용이 아니라 태희나 명주에게도 부탁할 수 있다. 이 경우 성용의 영향력은 그림 ➋만 못하다.

아마랄 교수는 중앙성 분석을 통해 슛으로 연결된 공의 흐름에서 누가 가장 많은 영향력을 발휘했는지를 분석해 각 개인의 역량을 계산했다. 즉 슛으로 연결된 패스 중에서 어떤 게 가장 많이 연결에 가담했는지를 판단한 것이다.

네트워크 분석★ 그래프 이론을 이용해 수많은 구성 요소로 이뤄진 시스템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알아내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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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장영재 교수
  • 사진

    동아일보
  • 진행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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