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 3. 최석정의 10차 라틴방진은 ‘아벨 군’?

 

만나서 반갑습니다. 한상근입니다. 라틴방진이 왜 ‘라틴’방진인지 아시나요? 오일러가 아라비아 숫자 대신 라틴어를 써서 라틴방진을 연구했기 때문이에요. 2006년에 최석정이 오일러보다 먼저 라틴방진을 연구했다는 게 알려졌는데,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세계 사람들이 ‘최석정 방진’이라고 불렀을 거예요.

 

구수략에는 직교라틴방진뿐 아니라 가로세로 10칸인 10차 라틴방진 2개를 포개 놓은 ‘백자생성순수도’가 실려 있어요. 직교라틴방진처럼 보이지만, 순서쌍 중 일부가 2번씩 나와서 직교라틴방진은 아니지요.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백자생성순수도의 10차 라틴방진 중 하나는 원소가 10개인 특정 ‘아벨 군’처럼 보이더군요!

 

 

전격 비교! 백자생성순수도 vs 아벨 군
 

위에 최석정이 쓰고 있는 표가 바로 백자생성순수도에 있는 10차 라틴방진, 오른쪽 아래 아벨이 쓰고 있는 표가 아벨 군을 이루는 의 덧셈표예요. 서로 달라 보이지만, 위 대응 규칙에 따라 바꾸면 같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벨 군이 뭐냐고요? 아벨 군은 대수학에서 매우 중요한 개념이에요. ‘군’이라는 개념 자체가 고차방정식의 해를 구하기 위해 만든 것이거든요. 아시다시피 5차 이상의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존재하지 않아요. 노르웨이 수학자 닐스 헨리크 아벨이 5차 방정식의 근의 공식이 없다는 것을 증명했고, 그 과정에서 군 중에서도 조금 특별한 아벨 군을 고안했죠. 이때가 19세기 초반이니까 최석정이 살았을 때보다 약 100년 뒤입니다. 그런데 최석정이 남긴 라틴방진이 아벨 군의 덧셈표와 같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죠.

 

 

아쉬운 점은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최석정이 아벨 군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는 거예요. 하다못해 이 라틴방진의 성질이라도 적어놓았다면 증거가 될 텐데 말이에요. 우연의 일치인지 아니면 진짜로 아벨 군을 알았는지 앞으로 최석정의 라틴방진을 더 연구해 그 증거를 찾을 예정입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8년 12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 도움

    김종락(서강대학교 수학과 교수)
  • 도움

    한상근(KAIST 수리과학과 교수)
  • 기타

    [디자인] 최은경
  • 기타

    [일러스트] 김대호

🎓️ 진로 추천

  • 수학
  • 역사·고고학
  • 문화콘텐츠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