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처음 다이빙을 시작하던 때 해양생물에 대해 검색하다가 길고 날카로운 꼬리를 지닌 상어를 발견했어요. 그해 겨울 이 상어를 만나기 위해 저는 필리핀으로 향했습니다.
조선시대 칼에서 유래한 이름
환도상어의 ‘환도’는 칼 모양의 긴 꼬리를 의미해요. 손잡이 끝부분에 둥근 고리가 달린 칼을 환도라고 불러요. 신라 사람들이 사용하던 무기지요. 환도상어에 환도라는 이름이 붙은 건 환도상어가 오징어 같은 해양생물을 칼 같은 꼬리로 쳐서 기절시킨 뒤 잡아먹기 때문입니다. 중국에서는 긴꼬리물고기로 불리고 영어 이름은 탈곡기, 타작기를 뜻하는 ‘Thresher Shark’예요.
2010년 영국 뱅거대학교 해양과학부 사이먼 올리버 연구원팀은 필리핀 페스카도르섬에서 환도상어가 꼬리로 정어리를 사냥하는 순간을 촬영했어요. 연구팀은 환도상어가 0.33초 만에 180°를 회전하며 꼬리지느러미를 내쳐서 물고기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이때 환도상어는 최대 7마리의 정어리를 기절시켰지요.


필리핀에서 떨리는 만남
2010년 환도상어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 말라파스쿠아라는 섬으로 갔어요. 인천에서 세부공항까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뒤 세부공항에서 차로 4시간을 달리고, 마야 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을 이동해 말라파스쿠아에 도착했지요.
환도상어는 당시 모나드 숄이라는 수중 섬에서만 만날 수 있었어요. 다이버들이 환도상어를 만날 수 있는 지점을 많이 찾아내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해가 뜨기 전 모나드 숄을 따라 수심 30~40m까지 내려갔더니 환도상어가 청소물고기에게 청소를 받으며 8자를 그리며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23년 말라파스쿠아에 다시 방문했을 때는 말라파스쿠아가 유명한 방문지가 되어 있었어요. 그동안 자연 다큐멘터리에 등장하고 다이버들이 많이 방문하면서 다이빙을 통해 환도상어를 만날 수 있는 지점도 많이 발견됐습니다. 저는 이 지점 중 캐모드 숄로 갔어요. 모나드 숄보다 수심이 10m 얕은 수중 섬이었어요. 모나드 숄과 달리 캐모드 숄에서는 환도상어를 아무 시간대에나 볼 수 있었습니다. 13년 전과 달리 바다에 해가 드는 시간에 수심 20m로 내려갔더니 환도상어의 미끈한 몸에서는 무지갯빛이 났어요.
우리나라에는 전라남도와 제주도, 경상남도 거제에 환도상어가 살아요. 우리나라에서 기록한 환도상어류는 환도상어(Alopias pelagicus)와 큰눈환도상어(Alopias superciliosus), 흰배환도상어(Alopias vulpinus) 3종이 있어요. 3종 중에서 다이버들이 주로 만나는 환도상어류인 환도상어는 환도상어류 중 가장 작은 종이에요. 약 3.3m 길이에 88kg 무게까지 자라요. 한 번에 새끼 두 마리를 낳고 수심 150m 이내에서 지내요. 환도상어류 중 가장 큰 종은 흰배환도상어로 전체 몸길이가 8m에 달합니다. 수심 300~500m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