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한 해 수백 명이 오고가는 연구소지만, 처음 연구소를 설립할 때는 교수가 4명뿐이었습니다. 그중 한 명은 1966년 필즈상을 수상한 알렉산더 그로텐디크 교수였습니다. 그로텐디크 교수는 IHÉS에서 대수학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세미나는 관심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열어 뒀습니다.
독특한 형식의 세미나에서 그로텐디크의 기발한 수학적 아이디어는 금세 입소문이 퍼졌고, 수많은 사람이 그로텐디크의 세미나를 듣기 위해 IHÉS로 찾아왔습니다. 이를 계기로 IHÉS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로텐디크는 IHÉS는 기초과학 연구소가 군사 연구비 지원을 받는다는 게 본인의 신념과 맞지 않다며 IHÉS를 떠났습니다. 이후 그로텐디크의 세미나 내용은 당시 같이 교수로 있던 장 디외도네의 주도하에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이때 시작한 IHÉS학술지는 지금까지도 전통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술지의 내용과 어딘지 모르게 비슷한 내용이 담긴 책이 있습니다. 바로 20세기 프랑스 수학자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집단 ‘니콜라 부르바키’에서 만든 책입니다. 니콜라 부르바키는 20세기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한 수학 단체로, 1935년 만들어졌습니다. IHÉS설립 초기 교수였던 그
로텐디크와 디외도네를 비롯해 이후 교수로 임용된 클루드 셰밸리, 필즈상 수상자 장 피에르 세르
가 모두 부르바키 회원이었습니다. 같은 사람들이 수학을 다루는 비슷한 두 조직에 모두 몸담고 있었으니 의도가 어쨌든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이후에 IHÉS교수로 온 수학자 피에르 카르티에는 “그곳에 이미 부르바키의 정신이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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