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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미래창조과학부는 2014년 한 해 동안 인터넷 중독 실태를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 10명 중 3명이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에 속한다고 발표했다. 이 비율은 성인(11.3%)의 약 2.6배(29.2%)나 될 뿐 아니라 2011년(11.4%), 2012년(18.4%), 2013년(25.5%)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인보다 청소년이 스마트폰에 중독될 경우 더욱 심각하다고 경고한다. 스마트폰 중독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놀러갔다가 불가사리를 발견했다. 유명한 셰프가 만든 화려한 요리가 눈앞에 있다. 우리 강아지가 털을 예쁘게 다듬었다…. 즐거운 추억이나 색다른 경험을 하는 순간, 일단 스마트폰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들이 부러워할 상황을 카메라로 찍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댓글은 얼마나 어떻게 달렸는지 호응을 살핀다. 어떤 사람은 버스나 지하철, 심지어는 밥상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다. 실시간 올라오는 뉴스와 댓글을 보기도 하고, 게임에 몰두하기도 한다.

휴대전화가 똑똑해지면서 처음 가보는 길이나 맛집에 대한 정보를 알려 주고, 사람과 사람사이의 거리도 대폭 줄여 줬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항상 긍정적인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에 너무 심취하면 오히려 일상생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디지털 중독은 알코올 중독만큼 심각해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을 한 사람당 하나 꼴로 갖고 다닐 뿐 아니라 인터넷도 빠른 편이다. 또 뉴스 앱이나 SNS를 통해 소식이 퍼지는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스마트폰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인터넷, 게임에 지나치게 빠져서 스스로 멈추지 못하고, 결국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를 ‘디지털 중독’이라고 부른다.

디지털 중독은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법으로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비교적 덜 심각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뇌에 영향을 미쳐 중독되는 과정이 거의 똑같기 때문이다.

술을 마시거나 약물을 할 때, 게임을 할 때는 뇌가 자극을 받고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오면서 쾌락을 느낀다. 이런 자극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도파민이 비정상적으로 많이 나오고, 도파민이 전달되는 뇌 회로가 발달한다. 그럼 똑같은 자극을 받더라도 처음과 같은 쾌락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더 강하고 더 잦은 자극을 원하게 된다. 알코올이나 약물에 중독된 사람이 술이나 약물의 양을 늘리는 이유다. 자극이 점점 강해질수록 중독도 점점 깊어진다. 스마트폰이라면 처음보다 더 자주 더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눈에서 멀어지면 불안해할 정도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심지어 뇌의 회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디지털 중독도 알코올 중독처럼 무작정 끊으면 금단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디지털에 중독되면 ‘긍정의 힘’을 일으키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은 분비량이 줄어든다. 이탈리아 국가연구진흥원의 루카 파사몬티 박사팀은 디지털 중독 환자의 뇌를 관찰한 결과 세로토닌이 분비되는 전두피질 부위가 망가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세로토닌이 줄어들면 분노 조절이 어려워서 쉽게 화를 낼 뿐 아니라, 충동적이고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디지털 중독인지 아닌지 수학으로 진단

전문가들은 디지털 중독이 아닌지 스스로 돌아보면서 스마트폰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가 시간을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보내거나, 스마트폰에 집중한 나머지 일상생활에서 중요한 일을 놓쳐버린 적이 있는가? 밤새 스마트폰을 하느라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졸아본 경험이 있다거나, 부모님이 지적하시기 전에 스스로 스마트폰을 놓기 어렵다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 가천의대 뇌과학연구소 부소장인 김영보 박사는 “만약 스마트폰이 없을 때 금단현상이 나타난다면 병원에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남대 전기전자통신컴퓨터공학부 배영철 교수팀은 디지털 중독인지 아닌지 알 수 있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무언가에 중독되는 과정이 전기 직렬회로나 기계 시스템과 닮았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하지만 담배나 약물과 달리 스마트폰은 갖고 있는 사람이 모두 중독에 빠지진 않는다. 개인적인 차이가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그래서 그는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횟수와 관련 있는 ‘통제계수’와 각자 의지와 관련 있는 ‘소망계수’, 개인마다 다른 ‘감수성계수’ 등을 고려했다. 전기회로에서 자기에너지와 정전에너지, 기계 시스템에서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 사이에서 에너지교환이 일어나는 것처럼 디지털 중독에서도 소망계수와 감수성계수 사이에서 심리적인 동요가 일어난다고 본 것이다.

배 교수는 이 모형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 중독이 되기 전과 후의 심리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중독 전에는 주기적인 패턴을 보이지만, 중독된 뒤에는 일정한 규칙 없이 혼란스러웠다. 특히 통제계수가 작은지(통제를 못함) 큰지(통제를 잘 함)에 따라 결과가 매우 달랐다. 배 교수팀은 앞으로 인체와 심리를 좀 더 정확하게 반영한 디지털중독 수학 모형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다.
 

중독은 청소년에게 특히 위험하다

전문가들은 특히 청소년이 디지털 중독에 빠질 확률도 높고 그 위험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뉴스나 SNS보다도 중독성이 강한 게임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유다. 그보다도 청소년의 뇌는 성인에 비해 미성숙하기 때문에 중독되기 쉽다는 게 문제다.

성장기에는 키와 몸무게만 자라는 게 아니라 뇌도 성숙한다. 감정을 담당하는 변연계는 성인과 비슷한 수준으로 성숙해 있는 반면, 이성적인 사고나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아직까지 덜 발달돼 있다. 그래서 쾌락을 참기가 비교적 어렵다. 또 감수성이 예민하기 때문에 스마트폰에 한번 빠지면 의존하는 정도도 성인에 비해 클 수밖에 없다.

김영보 박사는 “한번 중독 중추가 활성화된 뇌는 계속 비슷한 자극을 요구한다”면서 “또 다른 대상에 중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호주 모나시대 중독치료센터 연구팀도 이에 대한 연구를 했는데,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이 다른 요인에 중독될 가능성은 약 58%나 됐다. 청소년 시기에 스마트폰에 중독됐던 경험이 있다면, 성인이 되어서 알코올이나 게임에 중독될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김 박사는 “뇌는 이성적이면서 감성이 풍부한 덕분에 인류 문명을 발달시켰지만, 현실과 가상세계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면서 “게임이나 스마트폰 같은 가상세계보다 운동처럼 현실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하는 취미를 갖는 것도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하거나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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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zzunga@donga.com) 기자
  • 도움

    김영보 부소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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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영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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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보 부소장,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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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영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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