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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KMO 1차, 예년보다 어려웠다

수학동아는 지난 호에 제25회 한국수학올림피아드(KMO) 중등부 1차 시험을 대비해 KMO에 대한 정보와 함께 모의고사 문제를 제공했다. 이번 호에는 1차 시험을 상세히 분석해 소개한다.
 

2011 KMO 중등부 1차 시험 문제 분석

지난 5월 14일 전국의 초등학생과 중학생 중에서 수학 최고수를 가리는 제25회 KMO 중등부 1차 시험이 성균관대와 울산대를 비롯해 전국 18곳의 주요 시험장에서 펼쳐졌다. 정부의 사교육 대책으로 올림피아드의 입시 효과가 사라지면서 응시자 수는 총 7000여 명으로 2010년의 9247명보다 20% 가량 줄어들었다. 하지만 시험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올해 1차 시험 문제에 대해서 KMO 중등부 1차 시험 출제위원장을 맡은 장재덕 한국외국어대 수학과 교수는 “예전과 별다른 차이가 나지 않도록 문제를 출제하려고 노력했다” 고 말했다. 그는 또 “중학교 교과과정에서 나오지 않는 특별한 수학 용어는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다” 며 “교과과정에서 볼수 없는 특별한 정리나 성질을 이용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거의 없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설명대로라면 기출 문제를 중심으로 1차 시험을 열심히 준비한 학생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제를풀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출제위원장의 말과는 달리 자신만만하게 어깨에 힘을 주고 시험장에 들어섰던 학생 상당수가 4시간의 시험 시간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설 때는 아쉬움의 탄식을 내뱉거나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문제가 생각보다 어려웠고, 푸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 고 입을 모았다.

서울 S중 2학년 최예진(가명) 양은 “여러 번의 계산이 필요하거나 분야가 뒤섞인 문제가 많았다” 며 “문제가 그만큼 어려웠고 시간도 많이 걸렸다” 고 말했다. 최 양은 모의고사에서 평균 58점 정도를 기록했으나 이번 KMO 1차 시험을 가채점한 결과 47점이 나왔다. 무려 11점이나 하락한 것이다. 제주 한라중 3학년 김경찬 군도 “평균 86점 정도가 나왔는데 가채점하니 84점이 나왔다” 며 “2점 정도 떨어졌다” 고 말했다. 반면 평균 10점이 오른 노원중 3학년 김범주 군처럼 예외적으로 점수가 올라간 학생도 있었다. 많은 학생이 시험이 어려워서인지 인터뷰를 거절하거나 인터뷰에 응하더라도 이름을 밝히길 꺼려했다.

APBOS의 경시대회팀장인 이승규 교사는 “문제의 변별력이 높아져 중위권 학생이 대폭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문제가 어려웠다는 평이다. 특히 그는 “중위권 학생은 하위권 학생도 푸는쉬운 문제는 같이 풀었지만 하위권 학생이 풀지 못하는 문제가 어려워진 탓에 같이 못 풀어 전체적으로 중위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고 밝혔다.

APBOS에서 KMO 1차 시험을 친 학생 일부의 성적을 조사한 결과, 응시자 전체를 기준으로 1% 내의 최상위권 학생들은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어 지난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상위10%의 학생들은 약간의 어려움을 느껴 점수가 5점 정도 하락했고, 이 외의 중상위권 학생들은 10점 내외로 많이 떨어져 중위권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장재덕 교수는 “난이도는 지난해에 비해 큰 변화가 없도록 노력했으나 학생들은 다르게 느낄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출제자가 생각하는 수준과 시험을 본 학생이 느끼는 수준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KMO 중등부 1차 시험은 이런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변별력과 분야별 연계성이 높아져
 

변별력과 분야별 연계성이 높아져
 

올해 KMO 1차 시험을 자세히 살펴보자. 전체적으로 볼 때 크게 3가지 특징이 있다. 즉 변별력이 높아졌고, 분야별 연계성이 강화됐으며, 조합은 다소 쉬워졌다. 첫째, 변별력 차원에서 보면 개인의 노력만큼 성적이 나올 수 있는 문제로 구성됐다. 오랫동안 준비했거나 2차 시험 수준의 문제를 많이 푼 학생은 한 번쯤 봤거나 봤을 법한 문제가 적당히 있었다. 하지만 준비기간이 짧았거나 1차 시험 수준으로만 공부한 학생들에게는 다소 어려운 문제가 많았다. 아는 유형의 문제가 나오면 문제를 푸는 시간이 절약되고 긴장감이 줄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어 유리하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불리해진다. 변별력이 높은 문제에 대처하려면 2차 시험 수준의 문제를 많이 풀어보는 것이 좋다.

둘째, 분야별 연계성이 높아졌다. 자세히 살피면 순수 대수 문제가 적었던 반면, 다른 분야에서 대수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문제가 출제됐고, 정수와 조합이 결합된 형태의 문제가 등장했다. 앞으로 두 분야가 혼합된 문제가 자주 나온다면 분야를 나눠서 한쪽에 치중하는 학생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셋째로 이번 시험에서 조합 분야에서 6점짜리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 조합 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정답률이 매우 낮아져 변별력이 오히려 떨어진다는 판단에서였는지 이번에는 쉽거나 적당한 수준의 조합 문제만 출제됐다. 조합에 자신 있는 학생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 기하 분야에서 여섯 문제가 나오고 정수 분야에서는 6점짜리 문제가 두 개나 출제되며 예년과 조금 다른 특징도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1차 시험에만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1차 시험 이후를 바라보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노력했다면 이런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IMO를 닮아가는 KMO 1차 대수 문제
 

올해 KMO 1차 대수 문제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수능 모의고사에서 볼 수 있는 고난이도 문제를 KMO 성격에 맞게 조금 꼬아서 낸 문제가 있었다. 올해는 대수 문제가 줄었는데, 대신 조합과 정수, 기하에서 대수가 혼합된 문제가 출제됐다. 구체적으로 기하에서 코시 슈바르츠 부등식을 이용해서 푸는 문제와 정수에서 이차방정식 형태의 대수 지식을 약간 이용하는 문제가 하나씩 출제됐다. 또 자연수의 평균을 구할 때 개수 세기에 자릿수의 성질을 이용하는 식으로 조합과 정수를 이용하는 문제에 대수가 약간 활용된 문제(11쪽에 제시한 조합 문제)가 나왔다.

이렇게 분야가 혼합되는 특성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문제의 출제 경향과 같은데, KMO가 이를 따라가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다른 분야와 결합한 대수 문제가 단순한 형태로 출제됐지만 내년부터는 단순하게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많은 문제를 기억하기보다 문제와 관련된 여러 가지 특성을 아는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대수 문제

다음 식의 값보다 작은 정수 중 가장 큰 것을 구하여라. (6점)

2011/21² + 2011/23² + 2011/25² + … + 2011/79²
 

부분분수의 성질을 이용해 주어진 식의 범위를 찾는 이 문제는 일반적인 대수 문제를 응용한 형태다.범위를 찾을 수 있는 부등식, (k-1)(k+1)‹k²‹(k-3/4)(k+5/4)를 알아야 문제를 풀 수 있는데, 이 부등식에서 각 변의 역수를 취하면 된다. 이때 주어진 식의 값의 범위를 줄여서 근삿값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므로 상한값과 하한값의 차를 적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서 상한값은 기본적이지만 하한값을설정할 때는 응용이 필요하다. 다른 방식으로도 풀 수 있다. 이 문제는 자주 출제되는 유형이므로 꼭알아두는 것이 좋다.
 

여섯 문제가 출제될 정도로 비중 높은 기하

2009년과 올해 중등부 KMO 1차 시험에서 6개의 기하 문제가 출제될 만큼 기하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기하에서 주로 묻는 내용은 길이, 넓이, 비율, 각도를 구하는 것이다. 올해는 대수와 결합돼 최솟값을 묻는 문제도 출제됐다. 이번 KMO 1차 시험에서 기하 분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2008년처럼 문제의 변별력이 높았다는 점이다. 준비 기간이 짧은 학생은 4점짜리 2문제를 해결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어느 정도 성실하게 준비한 학생은 5점짜리 2문제를 더 풀어 4문제 정도를 풀었을 것이다.KMO 2차 시험 수준으로 준비했거나 기하에 자신 있는 학생은 다섯 문제 이상 풀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수준에 따라 고른 점수 분포가 예상되는 문제 구성이다. 또 요행으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문제가 없었다. 기하는 문제의 조건을 너무 쉽게 주거나 정밀한 작도가 가능한 문제가 있으면 문제해결력이 아니라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 또는 영악한 학생의 잔머리로 답을 낼 수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번 KMO 1차에서는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운 문제가 출제됐다.
 


 

이 문제는 난이도와 참신성에서 매우 훌륭한 문제다. 잘 알려진 상황을 새롭게 변형했고, 꾸준한 관찰과 분석으로 뒤섞인 정보를 잘 융합할 때 비로소 답을 구할 수 있는 문제다. 기하학이라는 학문이 추구하는 본연의 모습을 잘 나타낸 문제다.
 

값을 대입해서 요행으로 풀 수 없는 정수 문제

이번 KMO에서 출제된 정수 문제는 경험이 많은 학생에게 유리했다. 반면 경시대회를 1년 미만으로 준비한 학생은 최근 몇 년간의 시험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풀이 과정을 정확하게 다 알지 못해도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줄었다. 1차 시험이었음에도 2차시험처럼 풀이과정을 제대로 서술하지 못하는 학생은 풀기가 쉽지 않았다. 지난해 KMO 1차에서는 대수 분야와 관련 있는 문제가 많이 출제됐다. 하지만 올해는 전형적인 정수론에 관한 문제가 주를 이뤘고, 조합과 관련 있는 문제도 눈에 띄었다. 특히 배점이 6점인 문제가 2개나 출제됐다.
 

정수 문제

다음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양의 정수 a, b, c, n으로 이루어진 순서쌍(a, b, c, n)의 개수를 구하여라. (6점)

(1) na+2nb=nc (2) a+b+c≤500
 

이 문제는 난도가 아주 높지 않지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9년에 출제됐던 정수 문제와 올해에 출제됐던 정수 문제를 비교하면, 2009년에는 문제 풀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더라도 조건에 해당하는 정수 몇 개를 거꾸로 대입해 답을 낼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 문제처럼 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의 개수를 물어 부정방정식의 해를 일반화시킬 수 있어야만 정답을 낼 수 있다. 앞으로 몇 개의 수를 대입하는 요행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다소 쉬워진 조합

중학교 수학은 주로 대수와 기하 분야 내용으로 구성돼 있고, 조합은 중2 과정에서 일부가 소개된다. 하지만 나머지 조합 내용은 고등학교와 대학에서 만나기 때문에 KMO 중등부에서는 정수와 같이 까다로운 분야다. 올해 KMO 문제를 보면 경우의 수를 세는 문제가 2개, 순서배열을 묻는 문제가 2개, 그리고 자연수의 개수와 합을 구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대체로 계산이 복잡했으나 난이도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쉬웠다. 조합은 난도가 높은 문제에서 비둘기집의 원리(2010년, 2009년), 포함배제 원리(2009년), 점화식(2010년, 2009년)이 자주 활용되는데, 올해는 이런 원리를 이용한 문제가 없었다.

전체적으로 조합 문제는 난도가 낮았다. 고교 과정에 나오는 순열과 조합이나 정수의 성질을 이용한 조합문제, 고교 과정에서 배제된 중복조합 문제가 출제됐다. 조합이 쉽게 출제된 이유는 중등부에서 조합을 어렵게 출제하면 풀 학생이 적어지고, 조금만 어려워도 조합을 별로 경험하지 못한 많은 학생이 매우 어렵게 느낄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조합 문제

세 자리 이하의 양의 정수 중 어느 자리에도 1이 나타나지 않는 것들의 평균값을 기약분수 n/m으로 표현했을 때 m+n을 1000으로 나눈 나머지를 구하여라. (5점)
 

이 문제는 조합으로 수의 합을 구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는 문제다. 단, 전체 수의 개수를 셀 때 000을 포함한 경우를 제외하는 것을 놓쳐서 틀리기 쉬운 문제다.
 

중등부 시험에서 조합은 난도를 높이기 어려운 분야다 .
 

이상으로 2011년 KMO 중등부 1차 시험을 분석해봤다.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뒤 분석하지 않아실제 시험 결과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 수학동아가 5월호에 제공한 모의고사 1회와 비교하면 6번 문제가 KMO 1차 가형 12번(나형 9번)문제와, 13번 문제가 가형 10번(나형 11번) 문제와, 문제해결 아이디어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중등부 2차 시험에 대해서 KMO 위원회 관계자는“2차 시험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기출문제를 보면 알 수 있듯이 1차 시험과 같이 KMO만의 특성이 나타나게끔 출제될 것”이라고 밝혔다.
 

tip

●2011년 KMO 중등부 1차 시험 문제, 풀이와 정답은 수학동아 홈페이지(math.dongascience.com)에서 5월 23일부터 내려받을 수 있다. KMO 문제와 정답을 내려받을 수 있는 공식 사이트는 KMO 홈페이지(www.kmo.or.kr)다.

●2011년 KMO 중등부 1차 시험 문제의 분석과 풀이에는 APBOS의 경시대회팀 교사가 참여했다. 전체적으로는 APBOS 경시대회팀 팀장인 이승규 교사가, 분야별로는 대수는 오동주교사와 이재호 교사, 정수는 권창모 교사, 기하는 이승규 교사, 조합은 유제혁 교사가 분석과 풀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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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수학동아 정보

  • APBOS 경시대회팀
  • 박응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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