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초고층건물을 가장 위협하는 건 지진보다 바람이다. 바람의 세기는 땅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커지기 때문이다.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초고층건물을 위로 갈수록 뾰족하게 설계하는 것이다.
위로 갈수록 강해지는 바람에 닿는 면적을 줄이는 것이다. 상층부에 구멍을 뚫어 바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어 바람의 세기를 감소시킬 수도 있다.
바람이 건물을 진동시키는 방향과 반대로 저항을 주는 ‘댐퍼’를 설치할 수도 있다. 아주 무거운 추나 특별히 고안된 대용량 수조에 물을 담아놓으면 진동이 생겼을 때, 그 자리에 머무르려는 관성으로 진동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저항한다.
어떤 도형이 바람에 덜 위험할까?
바람이 진짜 위험한 건 지진과 마찬가지로, 초고층건물의 고유 주기와 바람이 일으킨 진동의 주기가 일치하면서 공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층건물의 주기는 8~10초 정도로 긴 편인데, 바람에 의한 진동도 주기가 길어 공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람이 지나가다가 초고층건물을 만나면 건물을 돌아가면서 소용돌이를 만드는데, 이 소용돌이가 바람이 만드는 진동의 원인이다. 소용돌이는 바람이 불어온 방향의 건물 반대쪽에서 건물을 마치 빨아들이듯이 잡아당긴다. 또,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바람의 진행 방향과 수직 방향으로 진동을 만들기도 한다. 이 모두가 초고층건물에 부담을 준다. 김 팀장은 “소용돌이로 인해 초고층건물이 진동하면 공진이 일어나 아주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고층건물은 설계 초기 단계부터 소용돌이를 최소화하거나, 소용돌이가 생기지 않도록 설계한다. 평면이 원, 팔각형, 사각형 등일 때 소용돌이가 어떻게, 어디에, 어느 정도의 크기로 생기는지 분석하는 것이다.
바람에 의해 수직 방향으로 생긴 진동은 위 그림처럼 평면에 따라 원형, 정팔각형, 정사각형, 뚫린 사각형 순서로 줄어든다. 원형인 경우 바람이 건물 표면에 달라붙어 감싸듯 흐르는 반면, 팔각형 같은 각이 있는 도형이 되면 꼭짓점이 생기면서 꼭짓점을 돌아가는 바람이 건물 표면에서 멀어진다. 따라서 평면이 원형 모양일 때보다 육각형이나 사각형일 때 초고층건물에 부담을 덜 준다.
유의할 건 원형에 비해 육각형이나 사각형은 바람을 정면으로 받는 면적이 커서 바람의 진행 방향으로 진동이 커지기 때문에, 각 진동 방향 조건을 잘 고려해 설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 수석연구원은 “평면을 복잡한 기하학적 모양으로 만들어 바람을 건물 표면에서 더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보다 높은 상상 4]
수직 공항
공항은 터미널, 활주로를 만들 넓은 땅이 있어야 지을 수 있다. 그러나 초고층건물의 기본 아이디어인 수직성을 이용하면 적은 면적에 공항을 건설할 수 있다. 수직 이륙이 보편화된 미래의 항공기에도 적합한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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