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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괴짜 수학자 모일러의 저택을 통과하라!

1


“폴, 이제 본격적으로 나랑 놀아 볼까?”
모일러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폴의 발 밑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어지럼증이 들어 눈을 꽉 감았다 떠 보니, 폴의 집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새로운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뭐…, 뭐야? 도시는 어디로 가고 갑자기 웬 숲이…?”
“킬킬킬, 모일러의 정원에 온 것을 환영하네. 난 건너편에서 느긋하게 기다릴 테니 맘껏 즐기라고.”


 문제1  미로 숲을 탈출하라!

“정원? 여기가 정원이라고?”

이 곳을 정원이라고 하기엔 아무리 봐도 규모가 너무 컸다. 키 큰 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찬 울창한 숲을 누가 정원이라고 부른단 말인가?

“모일러 녀석, 엄청나게 부자인가 봐?”

폴의 말에도 폴리스는 대답하지 않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폴리스!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거야? 이 숲에 뭐라도 있는 거야?”

폴리스의 굳은 얼굴이 아니더라도 이 숲은 묘하게 기분 나쁜 데가 있었다. 키 큰 나무들 때문에 어두컴컴하고 습기를 잔뜩 머금은 좁은 길은 마치 갇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나무 사이로 난 좁은 길들이 미로처럼 엮여 있어,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는 점도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폴리스! 넌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

폴리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휴~, 네게 찾아올 괴짜 수학자가 모일러란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든 피했어야 했는데….”

“모일러가 그렇게 지독해?”

“모일러는 괴짜 수학자 중에서도 괴팍하기로 소문난 녀석이야. 이 모일러 정원도 유명하지. 거대한 숲을 자신의 얼굴 모양 미로로 만들어 놓고, 헤매는 사람들을 관찰하지. 악취미도 이런 악취미가 없지?”

이 때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폴리스를 향해 갑자기 다가왔다. 폴리스는 재빨리 허리를 구부려 피했다. 놀란 폴이 검은 그림자쪽을 바라보자 채찍처럼 얇은 나무 줄기가 다시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포…, 폴리스! 다친 덴 없어?”

“훗, 모일러의 정원이 환영 인사를 하는 거야. 꽤나 거친데? 여기서 오래 지체하면 위험하니까 조금 빨리 이동하자. 한 번 갔던 길은 다시 들어가지 않기 위해 먼저 오른쪽 갈림길을 선택해 이동하자고.”

“으…, 응….”


 문제2  모일러 주사위를 만들어라!
간신히 미로를 통과해 거대한 정원 밖으로 나왔지만, 이번엔 안개가 자욱해 한치 앞도 보이질 않았다. 대신 어디선가 모일러의 얄미운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구만. 사실 여태까지 정원에서 나온 사람들도 얼마 없었는데 말이야. 이제 미로를 보강할 때가 된 것 같군. 킬킬킬.”

모일러의 말에 폴은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미로를 통과했는지 새삼 깨닫고 전신이 떨려왔다. 모일러의 목소리로 보아, 근처에서 자신들이 당황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질 수 없다는 생각에 폴은 큰 소리를 쳤다.

“뭐야! 사람들이 미로 안에서 헤매는 모습을 집에서 감상이나 하고 있다니…. 이런 악취미는 이제 버리시지! 게다가 아무리 복잡한 미로라도 누구나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길을 찾으면 나갈 수 있는 법이라고! 그러니….”

모일러는 폴의 말을 자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그건 네 말이 맞아. 이제 네 진짜 실력을 보겠어.”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일단 우리 집으로 초대하지. 영광으로 알라고. 그런데 우리 집에 오려면 먼저 모일러 주사위를 만들어야 해.”

“모일러 주사위? 그걸 왜 만들어? 또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야?”

“그런 뜻이 아니니 날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보다시피 우리 집 근처는 항상 안개가 자욱해서 집을 찾아 오는 손님들이 헤매곤 하지. 하지만 모일러 주사위를 굴리면 주사위의 빨강 화살표가 늘 우리 집 쪽을 향하기 때문에 길을 헤매지 않을 수 있다고.”

“뭐 그런 주사위가 다 있담? 아무튼, 모일러 주사위를 만들어서 굴리기만 하면 너의 집을 찾을 수 있다는 거지? 좋아. 어떻게 하면 되는데?”

“간단해. 모일러 주사위가 만들어지는 전개도를 골라 주사위를 만들기만 하면 돼. 대신 전개도를 고를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니 주의하라고.”


 문제3  저택의 문을 열어라!
폴과 폴리스는 한치 앞도 보이질 않는 짙은 안개 속에서 모일러 주사위를 굴리며 이동했다.

“폴, 약간 안개가 걷힌 것 같지 않아?”

정말 주변의 안개가 걷히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나타났는지 앞에 거대한 저택이 눈에 들어왔다.

“이 모일러 주사위도 혹시 모르니 챙겨 놓을까? 이 세계 사람들은 주사위를 좋아하나 봐?”

폴이 주사위를 챙기며 초인종을 눌렀다.

“이 세계에 온 이후로 문만 보면 긴장된다니까? 문들이 그냥 열리는 법이 없으니 원….”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집 안에서 뭔가 검은 것들이 날아들고는 쾅 닫혔다.

“뭐…, 뭐야! 초대한다더니 문전박대야?”

“킬킬킬. 아니 너의 의사를 존중해 주려고. 사실 아무 생각 없이 문을 열려고 했는데, 네 말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지. 킬킬킬….”

폴은 자신의 주책맞은 입을 마구 때려 주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뱉어낸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 잘못이다! 내 잘못! 어떻게 하라는 거야?”

“킬킬킬, 내가 던진 것들을 살펴보라고.”

문이 열렸을 때 던져진 건 거대한 숫자 6 여섯 개와 수학 연산 기호들이었다.

“이걸로 뭘 하라는 거야?”


 문제4  모일러의 만찬에 초대 받다
연산 기호와 씨름 끝에 문제를 풀고 집 안으로 들어왔지만, 모일러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뭐야~? 또 없잖아! 칫~.”

모일러의 저택은 아름다웠다. 응접실의 높은 천장과 화려한 샹들리에, 고풍스러운 가구들을 보니 모일러의 취향이 상당히 고상한 것 같았다.

“꼬르륵~.”

“하하! 폴리스! 네 뱃속에서 나는 소리냐? 에…, 에고. 사실 나도 배고프다….”

폴은 이 세계에 와서 아무것도 먹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둘은 배가 고프기도 하고, 기다리는 것이 지겹기도 해 차라리 집 안쪽으로 들어가 먹을 것을 찾기로 했다. 응접실을 나오자 음식 냄새가 코를 찔렀다.

“킁킁~.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폴은 앞뒤 가리지 않고 음식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뛰어갔다. 닫혀진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으리으리한 식사가 준비돼 있었다. 그리고 상 끝에 모일러가 신문을 보고 있었다. 폴이 침을 꿀꺽 삼키며 눈치를 살피자 모일러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아, 왔구만. 내가 지금 신문을 보며 식사 중이었다네. 자네들도 어서 앉게나.”

“오! 그럼 잘 먹겠습니다!”

“잠깐! 내가 앉으라고 했지 언제 먹으라고 했나?”

그러더니 읽던 신문을 한 장 빼 내더니 팔랑거리며 말했다.

“내가 보던 이 신문이 총 몇 면인지 알아 맞히면 함께 식사를 하도록 하지. 하지만 맞히지 못한다면 음식은 바로 미분되고 말 거야. 킬킬킬.”

“뭐? 음식이 미분된다고?!”


함정에 빠지다
“아! 나 진짜 머리 쓰는 거 싫어하는데! 여기 와서 계속 머리 썼더니 머리가 너무 아파! 이렇게 머리가 계속 아프다간 뇌 세포가 다 죽어버릴 것 같다고.”

폴리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폴을 보며 말했다.

“오히려 그 반대 아니야? 예전에는 머리를 너무 안 써서 뇌세포가 다 퇴화했겠다. 지금은 머리를 자꾸 써서 뇌 신경이 살아나고 있을걸?”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뭘 그렇게 따지냐?”

폴과 폴리스가 아웅다웅 하며 식사를 마칠 때쯤 모일러가 다시 식당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폴, 자네 벌써 주사위를 두 개나 갖고 있지?”

모일러의 질문에 폴은 본능적으로 경계심이 들었다. 하지만 주사위가 뭐에 쓰이는 건지 모르는 상황이라 한번 떠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사위? 그냥 평범해 보여서 던져 버렸는데, 왜? 설마 그게 무슨 대단한 물건이야?”

폴의 대답에 모일러는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도무지 그 속내를 읽을 수가 없었다. 폴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모일러, 네 집을 구경시켜 줄래? 폴리스, 어때?”

폴의 질문에 폴리스는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폴리스는 모일러와 함께 있으니 이상하리 만큼 말수가 적었다. 모일러는 폴리스를 흘끗 쳐다보더니 폴에게 말했다.

“그럼 방을 나가지.”

방을 나가자 이번에는 휘황찬란한 빛으로 가득찬 복도가 나왔다. 긴 복도에는 화려한 미술 작품들이 끝없이 전시돼 있었다.

“모일러, 진짜 부자구나? 복도에 가득 늘어선 도자기며, 미술 작품들이 다 예사롭지 않은데? 우와! 이건 진짜 금인가?”

폴이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더니 반짝이는 황금도자기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어 괴상한 생물 형태로 생긴 석고상들을 하나하나 만져 보며 신기해 했다. 폴리스는 화들짝 놀라며 폴을 말렸다.

“그만 둬! 괜히 아무거나 만졌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 얌전하게 행동하라고!”

이 때 뒤편에서 모일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폴리스군, 오랜만에 맞는 소리를 하는군. 폴, 나는 누가 내 예술 작품들을 만지는 건 질색이라네.”

모일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굉음이 울려 퍼졌다. 그러더니 폴과 폴리스가 서 있던 바닥이 둘로 갈라지는 게 아닌가! 둘은 그 끝이 보이질 않는 시커먼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악~!”

“또 보자고~! 킬킬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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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3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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