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층건물은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볼로 2018 미래 초고층건물 아이디어 공모전에 선정된 작품도 당장은 힘들더라도 충분히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정 센터장은 “SF에 나오는 여러 디자인이 결국 실현되는 것처럼, 이 공모전은 미래 건축의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직도시, 실현 가능할까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건축가 겸 도시계획가 르 코르뷔지에는 1922년 프랑스 파리 빈민가의 주민 300만 명을 위한 ‘현대 도시’라는 계획안을 내놓았다. 이 계획의 핵심은 초고층건물이다. 60층 규모의 초고층건물을 십(十)자 모양으로 연달아 세워 그 안에 주민들을 입주시키자는 것이다. 미국 맨해튼이나 시카고에 초고층건물이 갓 들어서고 있던 당시에, 르 코르뷔지에의 초고층 계획도시는 너무나 급진적이고 이상적인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불가능한 계획일까? 김 팀장은 “가장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초고층건물은 초고층건물끼리 연결한 십자 모양일 것 같다”고 전망했다. 르 코르뷔지에가 거의 100년 전에 내놓은 계획이 이제 곧 실현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이런 모양이 힘들었던 건 위아래로만 움직일 수 있는 엘리베이터의 한계 때문이었다.
그런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가 수직과 수평 방향은 물론, 유선형으로도 움직일 수 있는 엘리베이터 ‘멀티(MULTI)’를 개발하면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 도시 계획이 가능하려면 초고층건물 사이를 수평 방향으로 이동하는 수단이 필요하다. 멀티는 로프를 없앤 엘리베이터로, 자기부상의 원리를 이용해 움직이기 때문에 수평 이동수단으로 쓸 수 있다. 구화기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이사(영업기술 담당)는 “멀티는 어떤 기하학적 모양의 레일이라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멀티는 2020년 독일 베를린에 세워지는 ‘이스트사이드 타워’에 설치될 예정이다.
초고층건물에서 바라본 우주
대기권을 뚫고 우주까지 높아진 초고층건물을 상상해보자. 초고층건물 꼭대기 우주전망대에서 지구를 내려다보고, 우주를 바라보는 상상을 해보자. 르 코르뷔지에의 현대 도시 계획처럼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점점 실현 가능해지는 것처럼, 이 또한 언젠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 수석연구원은 “단순히 생각해 피라미드처럼 초고층건물을 만든다고 했을 때, 우주까지 쌓아올린 높이만큼 건물 밑면을 늘리면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과 같이 적절한 면적의 땅 위에 초고층건물을 쌓아올려야 한다면, 우주 궤도에 커다란 정지위성을 띄우고 초고층건물의 꼭대기를 위성과 연결해 건물이 넘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우주전망대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초고층건물을 향한 아이디어는 끝이 없다. 아직 재료나 기술이 따라오지 못할 뿐이다. 꿈꾸고 상상하다 보면 언젠가 이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정 센터장은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건축 분야에서 연구하면서 이뤄지지 않을 것 같던 상상이 실현되는 것을 많이 봐왔다”며, “불가능한 생각을 가능한 것으로 바꿔보겠다는 도전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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