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결정은 어떻게 수없이 다양한 모습으로 피어날 수 있는 걸까? 언제나 그랬듯이 자연은 우리에게 쉽게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겨울이 만들어낸 걸작, 눈결정의 비밀에 다가서 보자.
앞서 살펴본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눈결정은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난다.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되는 걸까? 그 비밀을 하나씩 파헤쳐 보자.
구름 속에서 눈이 생기려면 얼음의 핵이 되는 아주 작은 먼지 입자가 필요하다. 이런 핵이 없다면 영하의 온도이고 공기 중에 물이 풍부하더라도 눈이 되기 어렵다. 대부분의 먼지 입자는 영하의 낮은 온도에서 빙결★이 잘 되고, 종류별로 활발하게 성장하는 온도가 있다.
빙결★ 공기 중의 수증기나 물이 먼지 입자를 핵으로 해서 얼음이 되는 현상을 뜻한다.
눈결정은 어떤 온도냐에 따라 모양이 다르게 자란다. 먼저 화려한 눈결정이 자라나는 -16~-12℃ 온도 구간을 살펴보자. 이 구간은 얼음의 핵으로 작용하는 먼지 입자(빙정핵)가 활발하게 작용하는 온도다. 또한 얼음에 대한 물의 포화수증기압★의 차이가 가장 크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라면 물보다 얼음으로 더 잘 성장한다. 그래서 아름다운 눈결정으로 자라날 수 있는 얼음 결정 씨앗이 많아진다.
포화수증기압★ 온도마다 공기 중에 차 있을 수 있는 수증기량이 다른데, 각 온도에서 최대로 차 있을 때 수증기의 압력을 포화수증기압이라고 한다. 물이나 얼음의 포화수증기압보다 수증기의 압력이 높으면 일부 수증기는 물이나 얼음이 된다.
-16~-12℃ 온도 구간에서는 0℃ 이하에서 얼지 않고 물인 상태로 있는 ‘과냉각수적’도 풍부하다. 이 과냉각수적이 씨앗에 달라붙으면서 아름다운 가지가 달린 눈결정이 만들어진다.
-16~-12℃ 외의 온도 구간에서는 비교적 단순하거나, 아예 다른 모양이 나오기도 한다. -16~-12℃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과냉각수적이 더 많지만, 씨앗의 핵 역할을 하는 먼지 입자가 활발하게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바늘이나 속 빈 기둥 같은 눈결정이 만들어진다. -22℃ 이하의 구간에서는 과냉각수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속을 가득 채운 가느다란 기둥 모양으로 자라난다.
눈결정 만드는 수학
눈결정은 복합적인 과정에 의해 만들어진다. 각 눈결정이 만들어지는 환경이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셀 수 없을 만큼 여러 모양의 눈결정이 생긴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온도와 얼음에 대한 물의 포화수증기압의 차이에 따라 큰 분류만 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눈결정이 자라는 모습을 수학으로 묘사할 수 있다면 그 과정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질 드망주 프랑스 루앙대 물리학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2017년 이를 위해 눈결정의 성장을 3차원으로 재현하는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연구팀은 눈결정의 모양을 크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넓적한 접시 모양과 기다란 기둥 모양으로 나눈 것이다. 수평 방향이 우선적으로 자라나면 접시 모양, 수직 방향이 우선적으로 자라나면 기둥 모양이 된다. 연구팀은 얼음 씨앗이 수평과 수직 방향 중 어디로 자라날지 결정하는 변수 Γ★와, 눈결정이 자라나는 영양분이 되는 초기 과냉각수적 u0 등으로 수학 모형을 만들었다. Γ 1일 때는 접시 모양으로 자라나고, Γ≥1일 때는 기둥 모양으로 자라난다. u0가 클수록 눈결정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Γ★ Γ는 그리스 문자 중 세 번째 글자다. ‘감마’라고 읽으며 소문자는 γ다.
이 모형을 컴퓨터에 넣고 눈결정을 성장시키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일본 물리학자 나카야 우키치로가 정리한 ‘눈결정 도표’에 있는 가장 복잡한 눈결정까지 모두 3차원으로 재현한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지금까지 다양한 눈결정 모양을 정확히 재현한 모형은 거의 없었다”며, “눈결정 성장을 묘사하는 수학 모형은 기상학 및 항공기의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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