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수학공감] 수학 교육을 바꾸다

수학공감➍

“저희는 ‘몬티 홀 딜레마’를 주제로 발표하겠습니다.”

 

인천 작전여자고등학교의 수학 수업은 학생 2명이 함께 준비한 ‘5분 주제탐구 발표’로 시작한다. 교사가 흥미를 끌 만한 주제를 미리 골라주면, 학생들이 매시간 돌아가며 발표하는 것이다. 교사가 칠판에 그날 진도를 나갈 단원의 제목을 적고, 수식을 쭉 늘어놓으며 시작하는 보통의 수학 수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우오오!”

 

발표가 끝난 뒤 이어지는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환호가 터졌다. ‘카훗’이라는 앱을 활용해 지난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하는 스피드 게임을 하다 나온 소리였다. 교사가 미리 만들어 놓은 문제를 모니터에 띄우면, 학생들은 스마트 기기로 정답을 맞힌다. 제한 시간 안에 문제를 맞혀야 할 뿐만 아니라, 답을 빨리 맞힐수록 점수가 많이 쌓인다. 그래서 학생들이 더 열광하며 게임 같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자연스럽게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작전여고의 수학 수업은 학생들이 조별로 모여 진행된다. 앞서 말한 게임을 할 때도 ‘불사조’, ‘이름없조’, ‘없애조’ 같은 개성있는 조 이름을 지어 참여하고, 연습문제를 풀 때도 조별로 함께 토론하며 해결한다. 무조건 공식에 대입해 풀기보다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조원이 모두 이해할 때까지 토론한다. 네이버 ‘밴드’ 앱을 활용해 문제 풀이 동영상을 찍어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수업을 주도하고 있는 이현진 작전여고 수학 교사는 4년 동안 꾸준히 참석한 수학교사 한마당(수학소통강화 직무연수), 중등 수학과 1급 정교사 자격연수, 2016 수학탐구발표대회 지도전문성 신장 연수, 중등 교원능력개발 수학 수업지도 직무연수 등의 교원 연수가 이런 활기찬 수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 교사는 바쁘거나 장소가 멀어도 기회가 될 때마다 연수에 참여했다. 고등학교 교사지만 중학교 수학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연수까지 찾아가 듣기도 했다. 덕분에 훌륭한 강의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연수에서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새로운 수업도 개발해, 지금처럼 수업할 수 있게 됐다.

 

 

대나무로 이해하는 입체도형


“브라보~!”


우렁찬 권순학 인천 관교여자중학교 수학 교사의 목소리가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여기저기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게다가 책상 위에서 필기구와 책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대나무가 가득 놓여있었다.

 

이날 수업에서는 대나무를 이용해 입체도형을 만들었다. 대나무를 고무줄로 묶어 연결하며 꼭짓점과 모서리 같은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마지막으로 정이십면체 같은 입체도형을 만드는 게 목표였다. 관교여중 1학년 김세령양은 “무언가를 만드는 수업이라 다른 수업보다 재미있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마다 만드는 속도가 다르지만, 느린 학생에게 빨리 만들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중간·기말고사를 보지 않고 진로 탐색에 주력하는 자유학기제 덕분에 진도에 얽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권 교사는 “학생들이 천천히 만들어 보고, 관찰하며 스스로 도형의 성질을 깨닫는 게 중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느리더라도 한 걸음씩


권 교사는 2017년 3월 2일부터 8월 9일까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한 수학 핵심교원 특별 연수에 참가하고 최근에 학교로 돌아왔다. 연수를 받으며 동시에 강사로 나서기도 했다. 느리더라도 학생들에게 해낼 수 있다는 성공경험을 만들어 줘 수학과 친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수는 무척이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밤늦게까지 강의실에 앉아서 연구하고, 토론하고, 공유하는 시간은 교사 생활의 새로운 밑거름이 됐습니다.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서는 연수에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관심 분야를 꾸준히 연구하고, 배운 것을 적용해 나만의 수업으로 재탄생시켜야 진정한 전문성을 갖추게 됩니다.”

 

수학교육 현장지원단 연구책임자였던 이경화 서울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는 수학 교육이 앞으로도 꾸준히 학생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이 관객처럼 수학을 지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설계하고 해결하는 과정에도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수학교육 연구자 및 교사가 공동체를 형성해 연구와 실천을 융합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하죠. 수학 수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수업이 조금씩 바뀌다 보면 모든 학생이 수학을 즐겁게 나누면서 공부할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7년 10호 수학동아 정보

  • 기타

    [글·사진] 김경환 기자(dalgudot@donga.com)
  • 일러스트

    lemarr

🎓️ 진로 추천

  • 수학
  • 교육학
  • 심리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