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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의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 혁신에 수학을 더하다

 

비틀즈는 미국에 도착한 지 이틀 뒤에 ‘에드 설리번 쇼’에 출연합니다. 프로그램은 젊은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습니다. 우연히도 비틀즈가 TV에 나오는 동안 뉴욕 시의 범죄 건수는 0이었습니다. 뉴욕 시가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로, 뉴욕 시민 모두가 비틀즈 나오는 방송을 보느라 범죄를 저지를 틈이 없었다는 우스갯소리가 생겼지요.

 

그 뒤에도 미국에서 전례 없던 현상이 연이어 벌어지며, 비틀즈에 열광하는 팬들을 지칭하는 ‘비틀마니아’라는 신조어도 생깁니다. 비틀즈 열풍이 영국을 넘어 미국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비틀즈의 성공 덕분에 다른 영국 밴드들도 미국 시장으로 들어오게 됩니다. 이처럼 영국 출신 가수들이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줄줄이 흥행하는 현상을 이른바 ‘브리티시 인베이전’이라고 합니다. 개척자이자 핵심주역인 비틀즈는 해체를 발표하기까지 6년 동안 미국 차트를 점령했지요.

 

비틀즈 결성 초기에는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존 레논, 폴 메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넷이 된 후에는 다재다능하고 혁신적이며 새롭고 대중적인 밴드로서의 면모를 과시합니다.

 

수많은 명곡이 만들어지는 동안 멤버 사이에 의견 충돌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의 의견 대립은 첨예했습니다. 두 사람이 작곡한 노래를 들어보면 납득은 됩니다. 색깔이 굉장히 달랐거든요.

 

결국 비틀즈는 8년 만에 해체합니다. 그러나 해체 이후에도 비틀즈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식을 줄 몰랐습니다. 비틀즈 곡을 분석하는 팬들도 있었지요. 제이슨 브라운 캐나다 댈하우지대학교 수학과 교수도 그런 팬들 중 한 명입니다.

 

 

체코 프라하에 있는 레논벽. 평범한 벽에 1980년대 공산주의에 반대하던 체코 사람들은 자유과 평화 메시지가 담긴 존 레논의 노래 가사를 벽에 적으며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출했다. 존 레논에 영향을 받은 예술가들이 그래피티를 덧칠하며 현재에 이르렀다. 현재 사랑과 자유, 평화를 상징하는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다.

 

 

 

방정식으로 푼 비틀즈 코드
‘프라라라랑!’ 화려한 기타 화음으로 시작하는 비틀즈의 곡 ‘A Hard Day’s Night’. 곡이 발표됐을 때부터 첫 화음 제작 비법은 미스터리에 싸입니다.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한 명의 베이시스트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변형이 여러 번 있을 거라 추측할 뿐이었지요. 그러나 아무도 이 악보를 복제하지 못했으며, 비틀즈 또한 이 복잡한 소리의 제작 비법을 밝히지 않아 미스터리는 계속 됐습니다.

 

노래가 발표되고 40년 뒤인 2009년에 비틀즈의 열렬한 팬이자 수학자인 브라운 교수는 수학으로 화음의 비밀을 해독해 냅니다. 곡의 비밀을 푸는 데 브라운 교수가 사용한 수학은 ‘이산 푸리에 변환’입니다.

 

 

푸리에 변환은 수학에서 시간에 대한 함수를 분해하는 것으로, 이산 푸리에 변환은 복잡한 신호를 더 간단한 함수로 분해하는 수학적 기법입니다.


브라운 교수는 디지털 장비로 곡의 코드를 초당 수만 개의 숫자로 나타냈습니다. 그리고 이산 푸리에 변환을 이용해 코드를 초당 수십 개로 단순하게 바꿨습니다. 수십 개의 주파수를 분석하자 마침내 코드가 드러났습니다.

 

일부는 배경 소음이었고, 소음을 걷어내자 그 속에 묻혀있던 또 다른 악기 소리가 드러났습니다. 바로 피아노 음 다섯 개였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 탄생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은 스스로 가장 위대한 업적으로 ‘스트로베리 필즈 포에버’를 뽑았습니다. 어릴 시절 집 근처에 있던 고아원 ‘스트로베리 필드’를 떠올리며 쓴 곡이지요.

 

브라운 교수는 이 곡에도 혁신적인 제작 방법과 편집 기술이 쓰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른 박자와 다른 음의 높이로 곡을 여러 번 녹음하고, 그중 두 개의 녹음을 합쳐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곡을 만든 것입니다. 음의 높낮이와 박자를 각각 조정하는 게 불가능했던 1960년대 기술적 한계를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것이지요.

 

브라운 교수는 로버트 도슨 세인트 메리대학교 수학과 교수와 함께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수학공식을 도출해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명곡을 만들어내기 위해 수학은 필수인 걸까요? 브라운 교수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인지했든 못했든, 위대한 작곡가들은 늘 수학을 이용했다고 말했지요. 브라운 교수는 비틀즈 음악을 수학적으로 연구하면서 자신의 분석을 적용해 비틀즈 풍의 음악을 작곡합니다. 물론 브라운 교수의 주장에 대해 팬들 사이에서 논란은 여전하지만요.

 

이외에도 비틀즈는 인도 전통 악기 시타르 연주가 들어간 ‘러브 투 유’를 작곡하는가 하면, 온갖 효과음이 집약된 ‘레볼루션9’처럼 이전에는 설명할 수 없던 기법이 담긴 실험적인 곡을 만듭니다. ‘일리노어 릭비’에서는 장르와 범주를 뛰어넘는 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이로써 비틀즈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밴드이며, 새로운 형태의 아티스트라는 지위를 획득하며 대중음악사의 역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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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1호 수학동아 정보

  • 조혜인 기자(heynism@donga.com)
  • 참고자료

    ‘Mathematics, Physics and A Hard Day’s Night’, ‘미국대중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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