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국제수학경시대회 2011’ 을 마치며
즐거웠던 축제였지만 결과는 냉정했다. 폐회식에서는 축제 둘째 날 치러진 수학경시대회의 결과가 발표됐다. 아쉽게도 한국 대표단의 이번 대회 성적은 작년보다 저조했다.
‘인도네시아 국제수학경시대회 2011’은 초등부와 중등부로 나눠 각각 개인전과 단체전을 치렀다. 개인전은 총 90분이 주어졌고, 단답형 주관식 12문항과 서술형 주관식 3문항이 출제됐다. 단체전은 4인 1조로 구성됐으며, 총 60분 동안 서술형 주관식으로 10문항이 출제됐다. 단체전은 4명의 학생에게모두 같은 문제가 주어지고 토의시간 10분을 거쳐 답안지를 각자 작성한 뒤 다시 모아 채점하는 방식이다.
시험 문제는 각 참가국의 IMC 집행위원회에서 제출한 후보 문제 중에서 엄선됐다. 즉 문제들은 국제 IMC 상임위원들의 논의를 거쳐 엄선돼 출제됐다. 개인전 문제는 작년보다 다소 어려웠다는 반응이었고, 단체전 문제는 개인전에 비해 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채점을 모두 마친 IMC 상임위원장 캐나다의 앨버트 주립대 수학과 앤디 리우 교수는 “작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실망했다” 며 “올해는 만점자가 없고, 예상치 못한 나라의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고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IMC 위원장인 쑨 박사는 “학생들은 누구나 최고 총점을 받고 싶어 할 것”이라며“ 이로써 선의의 경쟁을 통해 대회의 위상과 가치가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본다” 고 덧붙였다.
올해 개인 부문 최우수상은 대만의 치우 유 췡(초등부) 군과 불가리아의 에밀리안 로가췌브(중등부) 양이 차지했다. 단체 부문에서는 중국의 유 씨우지(초등부) 군이 속한 팀과 불가리아의 데닛사 마크코바(중등부)군이 속한 팀이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한국 대표단은 개인 부문에서 손우혁(포항제철초 6년) 군이 은상을, 정승주(서울 을지초 6년), 안수빈(포항제철중 2년), 이동하(포항제철중 2년) 군이 동상을 차지했고, 이선학(늘푸른중 3년) 군 외의 10명이 장려상을 받았다. 단체 부문에서는 포항제철중 팀이 은상을, 윤지현(대치중3년) 양이 속한 팀외 3팀이 장려상을 수상했다.
올해 열두 번째인 IMC 국제수학경시대회는 내년 대만에서 다시 열린다.
마지막 에피소드 “일주일만 더 있다 가요.”
다들 아쉬운 눈치다. 공항으로 가는 길, 정들었던 학생들과도 헤어져야 했다. 서울 공기와는 사뭇 다른 따뜻하고 맑은 공기가 익숙해질 때쯤 우리는 발리와 작별을 해야만 했다. 다른 어떤 축제보다 즐겁고 재밌었다는 학생들의 소감으로 아쉬움의 깊이를 가늠할 수 있었다. 국제수학경시대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음껏 수학으로 말하고, 수학으로 놀고,수학으로 즐기고, 수학에 집중할 수 있었던 5박 6일이었다. 다만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학으로 놀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다른 나라 학생에 비해 수학 과목에 있어서 성적과 놀이를 별개라 여기는 마음이 그들을 더욱 소극적으로 만든 것 같았다. 정책적으로 ‘실생활 수학’ 을 강조하면서도, 학교를 벗어난 실생활 속에서는 수학으로 놀고 수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듯하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수학 성적만이 수학에 대한 열정을 나타내는 지표가 아님을 인정하고, ‘수학 문화 대중화’ 에 힘써야 하지 않을까.
“꼭 해야 한다면 즐겨라!”
‘인도네시아 국제수학경시대회 2011’의 폐막식이 진행되던 날, 기자는 학생들보다 한 발 앞서 대회장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대회 주최자인 IMC위원장인 원-샤오시엔 쑨 박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중국 치우 챙 수학교육재단의 회장이다. 기자는 어렵게 마주한 쑨 박사에게 이번 축제를 마친 소감을물었다. 그는 먼저 대회장에서 느꼈던 세계 청소년들의 비장하면서도 설렘 가득한 눈빛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는 “세계 청소년들의 그 결연한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항상 흥분되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 정도” 라며 “국적에 상관없이 수학을 향한 그들의 열정 때문에 정말 행복했다” 고 말했다. 그리고는 때마침 도착한 한국 대표단을 향해 V자를 그린 왼손을 머리위로 번쩍 들어 올리며“여러분, 꼭 해야 한다면 즐기세요! (Hey, guys. Enjoy it if you must do!)”라고 그들을 응원해 주었다. 마지막으로 쑨 박사는 우리나라 학생들뿐만 아니라 세계 청소년들에게도 수학에 대한 열정과 그들의 미래를 응원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해가 갈수록 학생들의 열정이 뜨거워진다는 국제수학경시대회는 내년을 기약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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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발리에서 생긴 일 세계 청소년, 수학을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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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수학은 집중이다!
PART 4. 수학은 흥미다!
PART 5. 수학은 참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