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아는 분자 나라에 평화가 온 것 같아서 기뻤어. 모든 것이 다 정리된 기분이었지. 그런데 이때 비슷하게 생긴 두 분자가 다가와 소피아에게 도움을 청했어.
“우리는 분자 나라의 ‘쌍둥이 분자’라고해. 다른 분자들이 우리 모양이 비슷하게 생겼다고 그렇게 불러. 하지만 우린 서로 완벽하게 똑같진 않아.
우리는 모양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아주 다른 경우도 있어. 분자 중 하나는 약이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독이 될 때 도 있거든. 그래서 다른 분자들은 우리를 알 수 없는 분자들이라며 외면해. 왜 우린 비슷하게 생겼지만 서로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걸까? 분자들의 오해를 풀고 싶은데….”
소피아는 곰곰이 생각했어. 서로 비슷하게 생겼지만 전혀 다른 성질을 갖는다?!
“아! 알겠어. 너희들은 거울 대칭 관계를가진 분자구나.”
아미노산 분자는 거울 대칭
소피아에게 말을 건넨 쌍둥이 분자는 바로 아미노산이었어. 단백질의 기초 단위인 아미노산 분자 중 ‘알라닌’이라 부르는 분자였지. 알라닌 분자는 사면체로 이뤄져있어. 가운데 탄소가 있고 사면체의 꼭짓점에 서로 다른 원자나 분자가 각각 붙어있지.
알라닌 분자를 거울에 비추면 거울에 비친분자는 원래 분자와 겹치지 않는 새로운 분자가 돼. 비슷하게 생겼지만 똑같지 않은 분자인 거야.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말이야.
이렇게 거울에 대칭인 두 분자를 거울상 분자라고 불러. 거울상 분자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이름을 붙였어. 왼쪽을 뜻하는 ‘Levo’의 L을 따와 L-알라닌, 오른쪽을 뜻하는 ‘Dextro’의 D를 따와 D-알라닌이라고 해.
거울상 대칭인 두 분자는 분자량, 밀도, 끓는점, 녹는점이 모두 같아. 그래서 이 두 분자를 구분하려면 오직 빛을 이용하는 수 밖에 없어.
편광이라고 부르는 특수한 빛이 거울상 분자를 통과하면 빛의 진동축이 하나는 시계방향으로 돌아가고, 다른 하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아가게 돼.
특별한 아미노산, 글리신
20개의 기본 아미노산 중 하나인 글리신 분자는 아미노산 중 유일하게 거울 대칭 분자가 아니다. 즉 글리신 분자는 거울에 비춰도 원래와 똑같이 겹친다. 그 이유는 사면체의 꼭짓점에 위치한 수소원자가 2개 있기 때문이다.
사면체 꼭짓점에 모두 다른분자가 오면 거울에 비춰진 분자는 원래 분자와 겹치지 않는다. 하지만 꼭짓점 4개 중 2개에 같은 수소 원자가 놓여 있는 글리신은 한 평면에 대해 대칭이 돼 거울에 비친 분자도 원래 분자와 겹친다.
파스퇴르가 발견한 거울상 결정
타타르산은 포도주를 오랫동안 방치했을 때 바닥에 생기는 침전물이다. 파스퇴르는 침전물 결정을 관찰한 결과 모양이 비슷하지만 서로 겹치치 않는 결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두 결정을 거울에 비췄을 때 나타나는 거울상 결정으로 하나는 L-타타르산, 나머지 하나는 D-타타르산이라고 한다.
✚오렌지와 레몬 속 리모넨은 ‘거울상 분자’
상큼한 과일 오렌지와 레몬에서 맛과 향을 결정하는 ‘리모넨’도 거울상 분자다. 서로 다른 거울상 분자 리모넨은 L-리모넨과 D-리모넨으로 나뉜다. 이 중 L-리모넨은 오렌지 향을, D-리모넨은 레몬 향을 낸다. 두 리모넨 분자는 화학적 성분은 같지만, 다른 성질이 있어 코나 혀에서 다르게 반응 한다. 그래서 맛과 향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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