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을 땐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어. 생각보다 날씨는 조금 쌀쌀했지. 주변을 살피며 길을 따라 걷는데 뭔가 느낌이 이상했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이 이상하지 뭐야. 난 그저 땅 위에 서 있었을 뿐인데…. 저 앞쪽에 있는 집이며 나무가 엉뚱한 방향으로 서 있는 거야. 가만히 보니 내가 서 있는 땅은 좁은 띠 모양이었고, 눈 앞의 땅이 삐딱하게 있더라고!
어지러워 속이 울렁거리고 겁이 덜컥 났어. 순간 이 모든 사건의 원인이 생각났지! 정신을 잃기 직전에 내게 말 걸었던 바로 그 아저씨! 무작정 그 아저씨를 만나야 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아저씨를 부르며 하염없이 울면서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어.
“아저씨~ 흑! 아저씨~ 흑!”
길도 평탄하지 않았지. 쭉 뻗은 길이 나온다 싶으면 금세 언덕길로 또는 내리막길로 변하는 거야. 걷다 보면 몸이 180°로 비틀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거꾸로 서는 듯한 느낌도 들었어. 그래도 난 중심을 잡고 그냥 똑바로 걸었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나를 해치지 않는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됐지. 한참을 가다 보니 익숙한 장소가 보이고 익숙한 길이 다시 시작되는 거야. 마치 같은 공간을 빙빙 돌고 있는 것처럼!
도대체 여긴 어딜까?
“여기는 M-214호란다. 뫼비우스 띠 모양처럼 생긴 행성이지.”
어디서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 왔어. 도대체 어디서 나는 소리일까?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소리가 들리는 곳을 찾을 수 없었어. 그 때 또 한 번 목소리가 들려왔지.
“갓길로 좀 더 와서 고개를 쭉 뻗어 볼래? 그래…. 조금만 더.”
“어? 누구더라…. 아! 아까 그 아저씨!”
“맞아. 내 이름은 뫼비우스. 이 행성의 모양을 디자인한 장본인이지. 긴 직사각형의 띠를 만들고 한 쪽 끝을 살짝 꼬아 붙이면 누구든 쉽게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은 뫼비우스 행성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그림 앞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뫼비우스 행성을 쳐다보던 아이는 너뿐이었어. 이곳을 그토록 궁금해 하던 아이도.”
“이 행성은 다른 행성처럼 구에 가까운 타원형이 아니라 띠 모양이잖아요. 그런데도 건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사람도 있고. 아차! 사람은 아직 못 봤지만. 어쨌든 굉장히 신기했어요.”
“그래. 이 행성은 길이 한 번 꼬인 독특한 모양이라고 했지? 멀리 보이는 나무가 거꾸로 서 있는 것도, 몸이 비틀어지는 느낌도 길이 180°로 꼬였기 때문이야. 길을 따라 가다 보면 길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게 돼. 물론 당사자는 그저 평평한 땅 위에 서 있다고 느끼지만, 행성 밖 사람에겐 네가 거꾸로 매달려 있지.
이 행성의 여행사에선 무한궤도 여행권도 팔아. 길을 따라가면 무한히 돌면서 여행도 할 수 있거든! 길을 따라 한 방향으로만 여행해도 이 행성을 샅샅이 볼 수 있다는 거지. 이 행성을 모두 구경하는 데는 나흘 정도면 충분해. 한 가지 귀띔해 주자면, 여행중에 길을 잃어도 괜찮아. 차분히 길만 따라서 한쪽 방향으로 걸으면 어떻게든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으니까.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뫼비우스보다 내가 먼저야!
독일의 수학자 리스팅은 1840년에 ‘위상학’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다. 리스팅은 뫼비우스보다 4년 앞서 ‘면이 하나인 곡면’에 대해 논문을 써서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다. 그 때 인정받았더라면 뫼비우스 띠는 리스팅 띠로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뫼비우스 행성 탐험기
첫째 날 M-214호에 떨어지다
둘째 날 알쏭달쏭 신기한 세계
셋째 날 상상하면 이뤄질까?
마지막 날 현실과 통하는 문, 클라인 병 건물로!
뫼비우스 띠, 위상수학 돋보기로 다시 보자!
도넛과 머그컵이 똑같이 생겼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