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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물 이름 짓기 달인을 찾다

    11월 16일, 50년간 수백 종의 나방을 찾아 이름을 붙인 박규택 박사의 연구실에 찾아갔습니다. 연구실의 모퉁이엔 수백 개의 나방 표본이 보관되어 있었어요. 표본 하나하나가 모두 다른 이름을 갖는다는 것이 새삼 신기했죠. 나방의 이름을 짓는 덴 박사님만의 철칙이 있었는데요, 확인해 보세요!

     

     Q지금까지 몇 종의 생물을 발견하셨나요?
    1970년 처음 곤충 분류학 연구를 시작해 지금까지 850여 종을 발견했어요. 백두산, 지리산, 베트남, 캄보디아 등 전 세계 숲을 답사하며 직접 채집한 표본으로 신종을 발표했습니다. 해외 과학자들이 보내온 표본을 동정하며 신종임을 확인하기도 해요. 동정이란 표본이 속한 분류군을 찾는 과정입니다. 낯선 표본이 지금까지 확인된 적 없는 새로운 종이면 신종으로 발표하죠.

     Q850종이라니! 비결이 있을까요?
    운이 좋았어요. 식물의 학명에는 처음 그 식물의 학명을 지은 명명자의 이름을 남겨 두는데요. 우리나라에 사는 식물의 학명 끝에는 일본인 학자의 이름 ‘나카이(Nakai)’가 수없이 등장합니다. 나카이는 일제 강점기 우리나라 여러 지역을 직접 답사하고 채집해 학명을 붙였죠. 하지만 곤충의 경우 식물과는 사정이 달랐어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로 파견된 일본인 곤충분류학자가 극히 드물어, 일본인에 의해 신종으로 발표된 종이 그리 많지 않았죠. 또 석주명 선생 등 우리나라 곤충학자들이 발표한 신종도 거의 없어요. 황무지 같았던 곤충 분류학에 몸을 담아 연구에 매진했기에 850여 종의 이름을 붙일 수 있었습니다.   

     Q표본을 보고 신종인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나방의 경우, 배의 마지막 마디에 있는 생식기로 종을 구분합니다. ‘종’이라는 건, 서로 교배가 가능한 개체를 묶는 단위예요. 따라서 눈에 잘 띄는 날개 색깔보다는 생식기로 종을 구분하는 게 더 정확하죠. 현미경으로 생식기의 형태를 관찰한 다음, 같은 속에 속하는 모든 종의 생식기와 형태를 비교합니다. 이때 비교해야 하는 종의 표본들이 해외 자연사박물관에 있는 경우가 많아, 열람을 신청하고 직접 보기까지 절차가 까다롭죠. 비교 결과 해당 표본이 새로운 종이라고 판단되면, 종의 특징과 새로운 학명을 기술한 학술 논문을 발표합니다. 이때 다른 생물의 학명과 중복되지 않도록 오랜 시간 고민한답니다.   

     


     Q나방의 학명을 짓는 특별한 철칙이 있나요?
    학명을 지을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해요. 채집을 함께한 동료의 이름을 넣기도 하고, 그 곤충을 발견한 장소의 이름을 넣기도 하죠. 저는 우리나라를 알리기 위해 우리말을 사용하려고 노력합니다. 순우리말 중에서 라틴어로 바꿨을 때 어색하지 않고 발음하기 쉬운 것을 찾았어요. 예를 들어, 한나라(Hannara), 온누리(Onnuria), 미리내(mirinae) 등이 있죠. 지리산, 설악산, 소백산 등 대부분의 산의 이름이 제가 발표한 학명에 다 들어갔어요. 분류학자인 제가 2018년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것도 이런 제 노력이 우리나라의 자연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인정해주신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Q숨겨진 종을 발표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곤충에겐 국경이 없어요. 태국, 베트남 등에 사는 아열대성 곤충이 우리나라에서 발견될 수 있죠. 곤충이 정확히 어떤 종인지를 파악해야 우리 주변의 곤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어요. 또 새로 발견한 곤충이 먼 훗날 새로운 자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잠자리 눈을 모방해 카메라 렌즈를 만들거나, 곤충의 다리를 본떠 로봇의 다리를 만들거나, 곤충을 먹거리로 이용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위해선 우선 곤충의 특징과 분류학적 위치를 알아야 해요. 그 작업을 하는 사람이 바로 분류학자고요. 어떤 생물의 학명 끝에 ‘Park’라는 제 성씨가 보이면, <;어린이과학동아>; 기사를 떠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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