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빅토르 지셈버그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프랑스 소르본대학교 레옹 로빈 고대 사상 연구센터 연구원)
Q 평소에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주로 고대의 과학 및 철학 문서를 분석해서 학자와 일반인이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요. 특히 고대 문명들이 문화적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노력하죠.
Q 히파르코스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히파르코스는 기원전 190년부터 기원전 120년까지 활동한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입니다. 히파르코스의 별 기록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탐구하려는 인류의 노력과 과학의 탄생이 담긴 특별한 문서입니다. 현대의 천문학자들에게는 최초의 천문학자가 어떻게 일했는지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주고, 인류에게는 과학의 역사에 대한 사고방식을 바꿀 것입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문학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Q 히파르코스는 또 어떤 업적을 남겼나요?
‘삼각법’이라는 수학으로 태양과 달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석하고 인류 처음으로 일식을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했어요. 또한 오랜 기간 정밀한 관측을 통해 처음으로 지구의 세차운동을 발견했어요. 16~18세기에 이르도록 천년이 넘는 시간 동안 천문학자들의 지침서가 된 <;알마게스트>;에는 1000개가 넘는 별들의 좌표가 기록돼 있는데, 대부분 히파르코스의 기록을 참고했어요. 히파르코스의 별 기록이 후대에 큰 영향을 끼친 거죠.
Q 어떤 별에 대한 기록을 찾았나요?
현재까지 큰곰자리, 작은곰자리, 용자리, 북쪽왕관자리에 속하는 15개의 별에 대한 좌표를 찾았습니다. 사실 CCR의 일부 페이지는 아직 완전히 분석하지 못했어요. CCR의 나머지 페이지를 살펴본다면 더 많은 별의 기록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Q 이번 연구에 대한 소감이 어떠세요?
처음 CCR 문서를 보고 이것이 과학사에 중대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기뻤습니다. CCR을 해독하고 이것이 히파르코스의 기록이라는 가설을 확인하는 과정은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었어요. 기괴한 고대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고대 천문학을 탐구하는 건 정말 어려웠죠. 마지막으로, 몇 달 동안 몰두해 제가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논문에 쓰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와 협업하는 과정은 모두 정말 즐거웠어요. 그래서 속으로 계속 “내 생에 어떻게 이런 발견을 했을까! 이런 대단한 사람들과 협업을 할 수 있다니 얼마나 운이 좋아!”라고 생각했어요.
Q 앞으로의 연구 계획이 궁금합니다.
계속 팔림프세스트를 분석해 더 많은 고대 문헌을 복구할 거예요. 사람들이 팔림프세스트를 만든 이유와 방법은 물론, 새로 발견된 문헌을 문화적 맥락에서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죠. 예를 들어, 히파르코스는 어떻게 별을 관찰했을까? 어떤 도구를 썼을까? 혼자 일했을까? 아니면 동료와 함께 일했을까? 이런 질문들에 답할 수 있는 연구를 말이에요.
별의 등급에 따른 밝기 차이
히파르코스는 인류 최초로 별의 밝기에 따라 등급을 매겨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을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매겼다. 이 체계는 개편을 거쳐 지금까지도 별의 밝기를 표현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