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작성된 별의 좌표 기록물은 그동안 간접적으로만 그 존재가 전해져왔습니다. 그런데 10월 18일 그 기록이 중동 지방의 언어로 적힌 성경 문서에서 발견됐습니다. 성경과 천문학?!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한 편의 영화처럼 히파르코스의 별지도 발견!
2012년 미국 워싱턴에 세워질 예정이었던 성경박물관은 영국의 신학연구소인 케임브리지대학교 틴들하우스에 ‘코덱스 클리마시 레스크립투스’(CCR) 양피지 문서의 조사를 의뢰합니다. 박물관이 세워진 후 CCR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죠. 그런데 그해 여름, CCR을 조사하던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한 학생은 CCR에서 지워진 글자의 흔적을 발견합니다. CCR은 중동 지방의 언어로 작성됐지만, 지워진 글자의 흔적은 고대 그리스 글자였죠.
지워진 내용은 바로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이자 수학자인 에라토스테네스의 별자리 신화였습니다. 16세기에 종이가 보편화 되기 이전에는 양피지가 매우 비쌌습니다. 그래서 더이상 사용하지 않는 양피지 위에 새로운 내용을 적는 재활용이 일반적이었지요. 이런 양피지를 ‘팔림프세스트’라고 합니다. CCR도 팔림프세스트의 일종이었죠.
틴들하우스 연구팀은 조사를 거듭해 2021년 CCR 일부 페이지에서 별의 좌표와 관련된 내용을 찾았습니다. 이 내용은 북쪽왕관자리를 이루는 별의 좌표이며, 인류 최초로 별의 좌표를 기록했다고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천문학자 히파르코스의 기록이었죠. 지셈버그 연구원은 “세차운동●으로 인해 별의 좌표가 어떻게 변했을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역으로 계산한 결과, 이 별의 좌표는 기원전 129년에 작성됐다”고 말했어요. 기원전 129년은 히파르코스가 천문학자로서 활동했던 시기와 일치하죠.
●세차운동 : 팽이가 비틀거리며 회전하는 것처럼 회전하는 물체의 축이 틀어지는 일. 지구의 자전축도 이 운동으로 매년 조금씩 틀어진다.
CCR에서 어떻게 숨겨진 내용을 찾았을까?
●다중 스펙트럼 이미징 : 다양한 파장의 빛과 각도로 팔림프세스트를 비춰 빛이 얼마나 반사되고 투과되는지 등을 통해 숨겨진 기록을 알아내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