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세요? 기상청이죠? 어제는 파란 하늘이 멋진 맑은 가을 날씨였는데 오늘은 흐리고 비가 와요! 내일은 태풍까지 닥친다고요?”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하필 즐거운 소풍날 주룩주룩 가을비가 내려 소풍을 망쳤다고! 그러고 보니 지난 9월에는 여름도 아닌데 제주도를 물바다로 만든 태풍‘나리’가 찾아오기도 했다. 1000년 만의 일이라고 한다. 대체 오락가락 하는 가을 날씨의 정체는 뭐지?
기분 좋은 변덕쟁이 ① 맑은 날씨
계절의 여왕은 누가 뭐래도 가을 아니겠어? 가을은 기상학에서는 9~11월을 말해. 천문학적으로는 추분(9월 23일 경)부터 동지(12월 21일
경)까지, 24절기로는 입추(8월 7일 경)부터 입동(11월 7일 경)까지를 의미해. 가을 하면 파랗게 펼쳐진 높고 푸른 하늘과 건조하고 서늘해서 상쾌한 날씨가 떠오를 거야.
가을 하늘이 공활한 이유
오늘은 기분이 아주 좋으니 맑은 날씨를 보여 줄게.‘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 없이~’라고 애국가를 부르지?‘공활’은 텅 비고 넓다는 뜻으로 가을 하늘이 맑고 깨끗함을 잘 말해 주지. 가을 날씨는 건조하고 서늘해서 상쾌한 느낌이야. 왜냐면 대륙에서 다가오는 차가운 공기 덩어리 때문이란다. 중국과 시베리아에서 만들어진 대륙의 공기 덩어리는 건조하고 차가워. 이 공기 덩어리가 우리나라로 다가오면서 여름내 한반도를 장악하고 있던 축축하고 더운공기 덩어리를 밀어 내지. 그래서 날씨가 건조하고 서늘해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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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몰아 내는 고기압
가을엔 왜 구름 없는 맑은 날이 많을까? 그 비밀은 고기압! 공기가 꾸욱~ 누르는 힘을 기압이라고 해. 지금도 공기가 너의 온 몸을 사방에서 꾹꾹 누르고 있단다. 가을에 찾아온 대륙의 공기 덩어리는 공기가 누르는 힘이 큰 고기압이지.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듯 바람은 고기압에서 저기압 쪽으로 불어 나가. 우리나라로 몰려온 고기압 덕분에 바람이 위에서 아래쪽으로 불어나가면서 구름을 흩어 맑은 날씨가 되지. 어때, 신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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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변덕쟁이 ② 푸른하늘
가을 하늘은 파란색 아니죠~, 새파란색 맞습니다! 내가 유난히 기분이 좋은 날에는 신나게 놀러 나가고 싶은 새파란 하늘을 만들어. 어떻게 만드는지 볼까?
퉁퉁 튕기는 파란빛
흰색으로 보이는 햇빛에는 가시광선이라 부르는 무지개 색깔의 빛이 모두 들어 있어. 햇빛은 공기층을 지나면서 공기 중에 떠 있는 물방울이나 작은 기체에 부딪쳐. 이 때 여러 가지 빛이 제각각 흩어지는 산란이 일어나. 가시광선 중 가장 빠르고 많이 튕겨 나가는 빛은 파란빛이야. 이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 거야. 아침, 저녁처럼 태양의 높이가 낮아져 비스듬히 햇빛이 들어오면 빛이 지나는 공기층이 두꺼워지겠지?
그러면 두꺼운 공기층을 처음 지날 때 파란빛은 다 산란되고 나머지 붉은빛이 산란되면서 하늘이 붉게 보여. 이게 아침, 저녁에 볼 수 있는 노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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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더 파랗게!
새파란 하늘이 되려면 파란빛만 산란되고 붉은빛은 산란되지 않도록 공기층이 얇아야 해. 햇빛도 충분해야 하지. 여름은 햇빛은 많이 들어오지만 공기층이 너무 두꺼워. 뜨거운 열기에 공기가 데워져 팽창하거든. 겨울은 공기층이 얇지만 태양의 높이가 낮아서 들어오는 햇빛이 적어. 봄과 가을은 햇빛도 적당하고 공기층도 얇아 파란빛만 산란되기 좋아. 봄보다 가을 하늘이 유난히 새파란 이유는 뭘까? 봄은 지표면이 더워지면서 먼지가 일어나고 황사까지 찾아오지만 가을은 지표면이 차게 식으면서 공기층이 차분해지기 때문에 먼지가 별로 없어. 게다가 날씨가 건조해서 공기 중의 물방울이 줄어들면 산소나 질소처럼 작은 기체입자에 빛이 산란돼. 그 결과 파란빛이 더 많이 튕겨나와. 여름 장마로 공기 중의 먼지도 씻겨 나갔으니 가을은 유난히 깨끗하고 새파란 하늘을 보여 주기 안성맞춤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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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굿은 변덕쟁이 ③ 오락가락 가을비
어젠 상쾌한 기분이었는데 오늘은 우울해. 한 마디로 기분이 저기압이야~. 왜 갑자기 변덕을 부리냐고? 이동성 고기압과 저기압이 오락가락하면 내 기분도 오락가락하거든!
여름장마 뺨치는 가을장마
가을비는 여름에 내리는 비보다 양이 적고 빗줄기도 약해 ‘장인어른의 콧수염 아래서도 피한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야. 하지만 대륙 북쪽의 고기압이 커지면서 중국 만주지방에 있는 찬 비구름을 우리나라로 밀어 내면 가을장마가 돼. 부산, 울산 등 남해안에서는 여름보다 가을인 9월에 가장 비가 많이 내린다니 놀랍지? 농부들은‘가을장마에 다 된 곡식 썩힌다’라고 걱정을 하지. 가을비만 내리면 날씨가 추워진다고? 비가 그치면 대륙의 차가운 고기압이 세력을 넓히기 때문에 기온이 뚝뚝 떨어지고 추워지는 거야. 비 때문이 아니라 대륙의 찬 고기압
때문이니 가을비를 탓하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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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압과 저기압이 오락가락
대륙에서 온 커다란 고기압 주변에서 떨어져 나온 작은 고기압들을 이동성 고기압이라고 해. 이동성 고기압은 힘이 약해서 조금만 센 바람이 불어도 쉽게 휩쓸려 지나가. 이 때 고기압 사이사이에 있던 저기압이 힘을 쓴단다. 기압이 낮은 저기압에서는 비구름이 생겨. 하지만 가을의 저기압은 여름의 장대비를 뿌리는 적란운처럼 힘이 세지는 않아서 금세 지나가 버려. 그럼 다시 화창한 날씨를 부르는 이동성 고기압이 다가와 쨍~하고 맑아지지. 노홍철의 퀵마우스처럼 정신없이 날씨가 오락가락, 어휴~ 나도 정신 없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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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굿은 변덕쟁이 ④ 병주고 약주는 가을태풍
아~! 오늘은 화가 나는걸. 엄청난 비바람을 몰고 오는 강력한 가을 태풍으로 전부 휩쓸어 버릴 테다. 제주도를 물에 푹~ 잠기게 해서 엄청난 피해를 준 태풍‘나리’의 힘을 봐! 여름에만 태풍이 온다고 방심하면 큰 코 다칠걸?
병 주는 태풍
늦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갈 때 농사를 망치는 강력한 가을 태풍이 찾아와. 풍년이 될지 안 될지는 9월을 지나 봐야 알 수 있을 정도야.
태풍은 덥고 습한 바다에서 에너지를 얻어 만들어진단다. 더운 남쪽 바다에서 수증기를 가져다가 육지에 장대비를 뿌리는 거지. 가을이 되면 우리나라는 건조하고 서늘해지지만 적도 지역은 여전히 뜨겁고 습한 날씨라 태풍이 만들어져 북쪽으로 올라와. 태풍이 닥치면 폭우와 강풍으로 하천이 흘러넘치고 산사태가 일어나거나 도로가 무너지기도 해. 가을 태풍‘나리’가 할퀸 남부지방 은 사망자 3명을 비롯해 피해액이 597억 원에 이르렀단다. 일단 육지로 올라온 태풍은 더 이상 열과 습기를 얻지 못해 힘이 약해진단다. 이런 태풍은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타고 동쪽으로 빠져 나가면서 일생을 마쳐.
약 주는 태풍
큰 피해를 주는 내가 밉다고? 뭘 모르시는 말씀! 지구는 지역마다 빛을 받는 정도가 달라서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이 생겨. 적도 부근은 햇빛을 많이 받아 에너지가 남고 북쪽은 햇빛을 조금밖에 받지 못해서 에너지가 부족해. 태풍은 이런 열의 불균형을 해소하려고 생기는 거야. 무더운 적도바다에서 남는 에너지를 빨아들여 추운 북쪽에 쏟아 놓는 거지. 난지구의 열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태풍은 좋은 점도 있어. 태풍이 올라오면서 내리는 큰 비 덕분에 가뭄이 해결되기도 해. 1994년 찾아온 태풍‘더그’는 전라도 지역의 극심한 가뭄을 해소하는 데 큰 힘이 됐어. 또 태풍이 몰고 온 바람은 파도를 크게 일으켜 바다 속에 산소가 활발하게 녹을 수 있도록 도와 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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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번씩 변덕부리기
아침에 이불에서 나오면 으스스~ 찬기가 몰려들지? 낮에 뛰놀다 보면 은근히 더울 거야. 하루 동안 달라진 기온의 정도를‘일교차’라고 하는데 가을엔 이게 커지거든. 특히 10월에는 1년 중 일교차가 가장 커서 10~13℃나 된다구. 내 변덕 때문에 생긴 안개와 서리를 만나 볼래?
앞을 가리는 가을 안개
가을이 다른 계절보다 안개가 너무 많이 끼는 것 같다고? 아냐. 다른 계절도 안개가 끼는데 유독 가을에는 지표면에서 생기는 안개가 많아서 우리가 가을에 안개가 많이 낀다 느끼는 거야. 가을 안개는 큰 일교차 때문이야. 해가 지면 밤새 대륙의 차고 건조한 고기압이 지표면을 차게 만들기 시작해. 해가 지고 기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음날 해뜨기 직전이 가장 춥지. 그래서 새벽이나 아침에 차가워진 공기 중의 수증기가 엉겨 붙는단다. 이렇게 만들어진 물방울들은 비로 내리기에는 너무 작아 지표면 가까이에 둥둥 떠 있어. 물방울이 엉겨 하늘 높이 떠 있으면 구름이 되는데, 가을 아침처럼 지표면 가까이에 있으면 안개가 되지. 안개와 구름은 사촌처럼 가까운 셈이야.
꽁꽁 얼어붙는 물방울
나뭇잎 가장자리와 땅바닥이 아침 햇살에 온통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을 본 적 있니? 나뭇잎의 흰 수염은 서리야. 서리는 공기 중의 물방울이 새벽녘 주변 물체에 붙어 얼음이 된 거지. 대륙의 고기압이 밤새 지표면을 차게 만들면기온이 얼음이 어는 영하까지 떨어지거든. 24절기 중 10월 23일 경이 첫 서리가 내린다는‘상강’이야. 올해는 10월24일인데 벼를 베고 보리를 심느라 바쁜 때야. 새벽에 내린 서리는 낮에는 가을 햇살 덕분에 녹아 없어지긴 하지만 서리가 내리면 농작물이 성장을 멈추고 얼어 죽어 농사를 망치니 주의해야 해!
심해지는 변덕
아무리 내가 변덕이 심하다지만 요즘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어. 올 가을엔 때 늦은 무더위와 여름 비 같은 장대비가 찾아왔지? 지난 9월 제주도와 남해안을 쑥대밭으로 만든 태풍‘나리’처럼 엄청난 힘을 가진 가을 태풍이 찾아오기도 했어. 소방방재청 소속 국립방재연구소는 제주도에 쏟아진 비가 1000년에 한 번정도 발생하는 큰 비라고 했어. 하루에 무릎이 잠길 만큼 비가 쏟아져서 큰 피해가 생겼지. 하지만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열병에 걸린 지구
요즘 내가 더 변덕스러워진 이유는 지구 온난화 때문이야. 지난 14년간 제주도 남쪽 바닷물의 온도가 1℃나 올라갔어. 태평양과 한국 주변의 해수면온도가 높아지면 태풍에게 에너지를 팍팍 줄 수 있어서 태풍의 힘도 점점 커진단다. 지구가 온난화로 열병이 나면 나도 어질어질 정신이 없어지면서 변덕이 심해져. 지구가 뜨거워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강력한 태풍과 이상한 가을 날씨를 막는 비결이야.
내가 아침, 저녁으로 변덕을 부리는 통에 감기에 걸린 친구들이 많을 거야. 내가 수시로 변하는 동안 동식물들은 무척 바빠진단다. 나무는 고운 단풍이 들고 사과와 배 등 맛있는 열매가 익어가. 기러기, 두루미 같은 겨울철새가 날아오고, 제비, 두견새같은 여름철새는 추위를 피해 따듯한 곳으로 날아가느라 바쁘단다. 개구리와 곰은 겨울잠을 잘 준비를 해. 농촌은 추수를 하느라 일손이 바쁜 시기지.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김치를 담그는 것도가을이란다‘. 어린이과학동아’친구들도 일교차가 심해지니 감기 조심하고 건강한 겨울나기 준비를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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