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동물원에서는 17개 복지 문항 중 풍부화 프로그램을 가장 보기 어려웠습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풍부화 프로그램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곰, 3일간 탐험 끝에 수박을 찾았다?
안경곰이 사는 동물사의 아침 10시, 사육사가 동물사의 여러 나무에 수박 조각을 여러 개 꽂았습니다. 열매를 맺는 일(?)을 마친 사육사가 동물사에서 나오자 동굴의 문이 열리고, 이윽고 안경곰이 나왔습니다. 홍보담당자 앤드류 제임스는 “곰은 위험하므로 사육사와 분리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곰은 킁킁 냄새를 맡으며 움직였습니다. 땅과 가까운 가지부터 수박 열매를 따먹고, 마침내 높은 가지의 수박까지 찾아냈지요. 제시카는 “이는 3일간 이어진 풍부화 프로그램의 일부”라고 설명했습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에는 두 종류의 풍부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어캣에게 밀웜을 숨겨주듯 매일 일어나는 ‘풍부화된 사육’이고, 다른 하나는 며칠간 이뤄지는 ‘풍부화된 이벤트’죠.
풍부화된 이벤트의 첫째 날, 사육사들은 안경곰에게 냄새를 제공했습니다. 안경곰은 과일 냄새를 맡고 평소보다 동물사를 더 넓고 깊이 탐험했지요. 둘째 날에는 냄새와 함께 과일 껍질을 줍니다. 안경곰은 마침내 과일을 찾아내지만, 누군가 먹고 남긴 껍질일 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3일째 온전한 수박을 찾아낸 겁니다.
제시카는 “풍부화 프로그램을 짤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행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복지전문가와 영양학자, 사육사로 꾸려진 팀이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곰의 야생 행동을 공부한 뒤, 그 행동을 보기 위한 장치를 단계적으로 구성합니다. 제시카는 “원하는 행동을 보려면 매일의 도전 과제를 다르게 주며 행동을 층층이 쌓아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지요.
마승애 수의사는 “우리나라 동물원은 사육사 수가 부족해 풍부화 프로그램을 잘하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며, “사육사 수를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풍부화 프로그램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제시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동물원이 야생의 중요한 요소를 닮지 못하면 동물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이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동물원이 동물을 데리고 있는 걸 정당화할 수 없습니다. 관람객도 이곳을 더이상 좋아하지 않을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