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은 오랫동안 ‘무고한 동물을 야생에서 잡아와 가둔다’는 비난을 받아왔습니다.
그렇다고 동물들을 당장 야생으로 돌려보냈다간 생존하지 못할 겁니다. 동물원을 좋게 만드는 게 차선책이죠. 동물복지로 유명한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으로 직접 가서 우동수비대의 17개 복지 문항을 체크해 봤습니다.
아침 9시에 찾은 미어캣 동물사는 분주했습니다. 한 마리는 깊은 모래에 파놓은 굴 구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넣기를 반복하고, 다른 한 마리는 전망대에 올라 두리번거렸습니다. 천적이 오는지 감시하는 행동이지요. 또 한 마리는 사육사가 준 잔디를 뒤졌습니다. 잔디 안팎에 숨긴 밀웜을 사냥하는 중인 거죠.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이런 풍부화 프로그램을 미어캣에게 하루 2~4번 합니다. 풍부화 프로그램을 하루에 한 번도 하지 못하는 일부 국내 동물원에 비하면 많은 횟수입니다.
미어캣 동물사에서 굴을 팔 수 있을 정도로 깊은 모래와 높은 전망대, 풍부화 프로그램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동수비대의 복지 측정 문항 17개 중 17개 모두를 만족하는 이곳의 미어캣은 행복할 거라 추정됐습니다. 우동수비대의 또다른 조사 대상 동물인 호랑이와 사막여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완벽한 동물원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마승애 수의사는 “우동수비대의 복지 측정 문항은 우리나라 동물원 수준에 맞춘 것”이라며, “동물원이 발전할수록 복지 측정의 기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샌디에이고 동물원도 현재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동물원 소속 동물복지전문가 제시카 쉐프텔은 “파충류는 다른 동물에 비해 복지가 뒤쳐져 있다”고 말했습니다. 파충류에 대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형 뱀의 경우 몸을 펼 수조차 없을 정도로 좁은 곳에 산다는 겁니다.
이런 탓에 동물원은 뱀이 몸을 펴고 움직일 수 있는 공간에 이따금씩 뱀을 내놓습니다. 뱀의 스트레스를 줄일 뿐만 아니라, 행동을 관찰하고 근육 질량과 움켜쥐는 능력을 측정하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