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잡이는 단순히 물고기를 사라지게 만드는 데서 그치는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이 먹는 해양 생물은 물론, 멸종위기의 해양 포유류와 바닷새, 심지어는 산호초까지 광범위한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거든요.
어업의 문제 중 하나는 물고기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는 ‘남획’이에요. 다 자란 물고기(성어)를 적절한 수만 잡고 어린 물고기(치어)는 잡지 않아야 물고기가 번식하여 일정한 수를 유지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으면 개체군이 유지되지 않고 수가 점점 줄어들다 결국은 고갈되는 것이죠.
남획 문제는 장비의 발달로 어선이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물고기를 잡아들일 수 있게 되면서 심각해졌어요. 다양한 종류의 그물과 어획 방식이 사용되는데, 이 중에서도 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저인망(트롤) 어업이에요. 크게는 10km에 달하는 거대한 그물을 바다 밑바닥까지 펼쳐 끌고 다니면서 물고기를 남김없이 잡아 올리지요.
이런 그물은 ‘혼획’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켜요. 혼획은 잡으려는 물고기 대신 상어, 돌고래, 바다거북처럼 다른 동물이 잡히는 걸 말해요. 멸종위기종은 물론 바닷새도 희생될 수 있죠.
자연 보호 단체인 세계자연기금(WWF)은 매년 약 30만 마리의 고래와 돌고래, 30만 마리의 바닷새가 이런 불상사를 겪는다고 보고했어요. 미국 듀크대학교의 연구팀은 1990~2008년 동안 많으면 150만 마리에 달하는 바다거북이 의도치 않게 잡혔다고 보고했지요.
이렇게 의도치 않게 잡힌 동물 중 팔리지 않는 것들은 다시 바다로 버려져요.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버려지는 동물이 매년 약 910만t(톤)에 달한다고 보고 있어요. 한해 전체 어획량의 10.8%를 차지하는 양이지요. 파충류인 바다거북이나 포유류인 돌고래는 정기적으로 수면으로 올라가 숨을 쉬어야 하는데, 그물에 갇혀 있는 사이 익사할 수 있어요. 운 좋게 바다로 돌아간다고 해도 그물에 걸려있던 동안 받은 스트레스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
즉, 현대의 어업은 식용 생선의 남획은 물론, 다른 해양 생물들의 삶과 생태계까지 체계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