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쓰는 화장실은 물만 내리면 배설물을 하수처리장까지 전달해 주지만, 상하수도 시설이 없는 나라도 많대. 그곳에서 쓸 수 있는 화장실도 있어?
빌 게이츠, 화장실 재발명에 뛰어들다
2018년 11월 6일 중국 베이징에 전세계 화장실 발명가들이 모였어요.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2011년부터 지원해온 ‘화장실 재발명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수세식 화장실은 수도나 하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은 가난한 지역에는 적합하지 않은 발명품이었죠. 결국 전 세계 25억 명은 노상 배변이나 임시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고, 해마다 무려 150만 명의 아이들이 오염된 음식과 물 때문에 병에 걸렸어요. 게이츠 재단은 새로운 화장실은 상하수도 없이 작동하고,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어야 한다는 등의 조건을 내걸었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팀은 이 프로젝트에서 1등을 차지했어요. 이 화장실은 탱크에 저장해둔 배설물이 고체와 액체로 분리되면 전기 분해를 시작하지요. 이 과정에서 나온 수소는 연료 전지의 에너지로 쓰고, 남은 고체는 말려서 비료로 만들어요. 이때 필요한 모든 전기는 화장실 지붕에 달린 태양 전지로 생산한답니다. 현재 중국과 케냐의 학교에서 이 화장실을 사용하고 있지요. 게이츠 재단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 팀을 포함해 22개의 연구소를 지원했으며, 지금도 가난한 지역에 적합한 화장실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하고 있답니다.
오줌으로 난민 캠프의 불을 밝힌다?
난민 캠프는 전기가 부족해 밤이 되면 컴컴해져요. 게다가 화장실 시설도 열악해 각종 질병이 번지기 쉽지요. 두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요. 영국 브리스톨 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 이오아니스 이에폴로스 교수팀이 개발한 ‘오줌으로 전기를 얻는 화장실’이었죠.
연구팀이 개발한 화장실의 핵심은 오줌을 먹고 전기를 내놓는 ‘미생물’이에요. 미생물 중에는 오줌과 같은 유기물을 섭취하고, 분해 과정에서 생긴 전자를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는 종이 있어요. 폐수가 나오는 곳이나 하수처리장에서 주로 발견되지요. 이 미생물이 가득 든 오줌 통에 전극을 연결하면 미생물 몸에서 나온 전자가 회로를 따라 이동하며 전류가 흐르는 거예요. 한 사람의 하루 소변 량이면 휴대전화로 3시간 통화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답니다. 연구팀은 국제 구호단체 옥스팜과 함께 케냐 빈민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 무허가 거주지역에 화장실을 설치했어요.
_INTERVIEW
유지선 연구원(영국 브리스톨바이오에너지 연구센터)
"버려지는 것을 에너지원으로 만드는 연구를 해요!"
Q 오줌으로 움직이는 로봇이 있다고요?
미생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미생물 연료전지’는 미생물들이 더러운 물을 많이 분해할수록 전기가 많이 생산됩니다. 이 기술로 오줌이나 폐수를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로봇인 ‘에코봇’과 오줌으로 전기를 만드는 양말도 개발했지요. 현재는 유럽위원회와 영국 과학공학 연구위원회의 지원으로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하는 미래 주거도시와 인공지능으로 미생물 연료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Q 이 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우리는 천연 자원을 소비해 쓰레기를 만들어 내고, 이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또 필요합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를 찾아야 해요. 미생물 연료전지 기술은 쓰레기에서 자원을 찾아낸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자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