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로 오래 고생하다보니,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는 필수야. 그런데 뭐?! 한 번 물을 내릴 때마다 10L?! 하루에 다섯 번쯤 화장실을 가니까 50L를 쓰고 있는 거네…. 물 사용량을 줄이면서도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도 있나?
물 많~이 먹는 변기, 모양을 바꾸자!
전세계 변기에서 하루 동안 쓰는 물은 1410억L에 달해요. 우리나라의 1인당 물 사용량은 203L로, 그중 25%가 변기용이지요. 변기의 물을 한 번 내릴 때 평균 10L의 물을 쓰고 있답니다.
물을 적게 쓰는 ‘절수형 변기’도 있긴 하지만 악취가 나고, 변기가 종종 막히는 문제가 발생해 많이 사용되지 않았어요. 미국에서는 변기의 물 사용량을 6L로 제한하자, 캐나다에서 몰래 물을 많이 사용하는 변기를 들여오는 밀수꾼이 활동하기도 했답니다. 이런 변기는 내부가 S자 모양이에요. 물을 내릴 때마다 S자 배관에 새로 물을 채워 넣다보니 10L 이상의 물이 사용되지요.
이에 2014년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한무영 교수와 변기 제조업체 여명테크는 ‘가변 트랩’을 사용해 물은 적게 쓰지만 성능은 똑같은 변기를 개발했어요. 가변 트랩은 모양이 변하는 배관으로 대소변을 누는 보울부와 바로 이어져 있어요. 대기 상태일 땐 가변 트랩이 위를 향하고 있어요. 변기를 반으로 잘라 단면을 보면 보울부와 가변 트랩이 U자 모양이랍니다. 보울부와 가변 트랩에 차 있는 물은 배수관으로부터 올라오는 악취를 막아준답니다.
변기를 작동시키면 가변 트랩이 아래를 향하도록 움직여 보울부에 쌓인 대소변과 물을 아래로 내려보내요. 보울부가 깨끗이 비워져 작동이 끝나면 가변 트랩 사이를 잇는 용수철의 탄성력으로 원래 모양을 되찾는답니다.
이 변기는 가변 트랩 덕분에 물 사용량이 4L에 불과해요. 서울대학교 한무영 교수는 “2017년 서울대학교의 변기 8300개 중 500대를 가변 트랩 변기로 바꿔 서울대학교 전체의 물 사용량을 6%나 줄였다”고 말했어요.
대소변이 스스로 미끄러지는 변기가 있다?!
아프리카 등지에는 아주 적은 양의 물도 구할 수 없어 화장실을 못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탁싱 웡 교수팀은 나노 물질로 물 사용량을 줄이는 방법을 고안해냈지요.
연꽃잎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젖지 않고 표면에 물방울이 굴러다녀요. 꽃잎 표면에 나노 크기의 미세한 돌기들이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높여 액체가 미끄러지는 거예요. 연구팀은 나노(10억분의 1m) 물질인 규소화합물을 변기 안쪽에 펴 발라 미세한 돌기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나노 코팅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40cm 높이에서 45°의 각도로 합성 똥을 떨어트린 뒤, 실제 변기에서 물이 흐르는 속도인 분속 3.9~9.5L 사이로 똥을 씻어내 봤지요. 그 결과 나노 코팅된 표면은 그렇지 않은 표면보다 물 사용량이 10%에 불과했답니다. 연구팀은 코팅이 벗겨져 나노 물질이 자연으로 흘러갔을 때의 영향을 확인하고 실용화할 예정이랍니다.
<;우리집 변기는 왜 물을 많이 쓸까?>;
흔히 쓰는 수세식 변기의 내부는 S자 모양 배관으로 이루어져 있다. 많은 양의 물이 강한 압력으로 배수관의 꼭대기를 지나가면 물의 압력과 표면장력에 의해 내려가던 물이 보울부에 있는 물을 잡아당겨 함께 내려가는 현상이 일어난다.
‘사이펀의 원리’라 불리는 이 현상 덕분에 구불구불한 관에서 물과 배설물이 멈추지 않고 하수도까지 빠져나갈 수 있다. 적은 양의 물로는 사이펀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배설물이 내려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