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텔레비전 광고는 ‘세상은 세 가지로 이루어졌다’ 고 말한다. 아침, 점심, 저녁이 그렇고 의, 식, 주가 그렇고 철수, 영이, 바둑이가 그렇단다. 하지만 이걸 고구려 사람들이 봤다면 뭐라 했을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그렇고 남, 녀, 노, 소가 그렇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가 그렇듯 세상은 네 가지로 이루어졌다 말하지 않았을까.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다룬 판타지 드라마 <;태왕사신기>;로‘사신’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라는 네 가지 수호신이 입체감 있는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미 전설의 이무기나 한강의 괴물이 상상의 동물로 인기몰이를 했다지만, 고구려 라는 역사에 근거를 두었다는 점에서 사신은 남 다르다. 그래서 한 번쯤, 알아볼 만하다.
별자리에서 태어난 수호신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는 사신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탄생한다. 환웅이 하늘에서 데려온 우사, 운사, 풍백이라는 수호신이 현무, 청룡, 백호가 되고, 땅에서 불의 힘을 갖고 있던 세오가 주작으로 환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고구려 사람들은‘사신’이란 존재를 어떻게 만
들어 냈을까?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과 별자리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별과 별자리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나 달은 해신과 달신이고, 북두칠성은 사람의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며, 남두육성은 사람의 수명을 주관하는 신이라는 것
이다. 그래서 하늘의 동서남북에 있는 별자리를 7개씩 모아 청룡(동쪽), 백호(서쪽), 주작(남쪽), 현무(북쪽)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궁궐이나 관청, 귀족 저택의 기와나 벽에 사신의 모습을 그리며 사방을 지켜 주길 기원했다. 또 군대 깃발이나 무기, 거울 등에도 그려 넣어 보호받기를 빌었다. 뿐만 아니라 사신의 모습을 닮은 터에 무덤을 만들거나집을 지으면 후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왕실이나 귀족은 일찍 가족의 무덤 터를 잡아 놓는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터를 찾는 대신 무덤 안에 사신의 모습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사신에 대한 고구려 사람들의 믿음은 무덤 안의 장식을 바꾸어 놓았다. 6세기(서기 500년대)를 지나면서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이전의 연
꽃무늬나 생활풍속을 나타낸 그림이 사라지고 사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신만으로 채운 고분벽화는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고구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니, 고구려 사람들의 사신 사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광활한 대륙을 정복한 광개토대왕의 일대기에 판타지를 더한 퓨전 사극이다. 현재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국내성(지금의 중국 지안)에 세워져 있다.
고구려 고분-강서중묘
별자리에서 태어난 사신은 후에 고구려 무덤 벽화를 대부분 차지하게 된다. 사진은 평양에 있는 고구려 고분인‘강서중묘’로, 이 곳에서 발
견된 주작 한 쌍의 고분벽화는 예술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93쪽주작 벽화).
사신이 태어난 별자리
청룡
“내 이름은 처로. 내가 모시는 청룡은 동쪽의 별자리에서 탄생했지. 그 중 천칭자리는 청룡의 가슴 부분이야.”
백호
“이 주무치 님은 잘 알고 있겠지? 내가 모시는 백호는 서쪽을 상징하고, 안드로메다자리는 백호의 꼬리에 해당한다는 걸 잘 기억해 두라구.”
주작
“기하와 수지니가 모시는 주작은 남쪽을 상징합니다. 7개 별자리 중에서 바다뱀자리가 긴 목과 몸을, 컵자리가 날개를 이루지요.”
현무
“나는 북쪽의 별자리에서 탄생한 현무를 모시는 현고라고 해. 물병과 페가수스자리에서 뱀과 거북이 얽혀 있는 모습이 탄생했단다.”
사신? 오신?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 북쪽은 현무가 지킨다니 안심이 지만, 네 방위의 가운데는 누가 지키지?’
혹시 이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스스로를 창의력이 뛰어난 고구려의 후예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고구려의 대형 고분벽
화 중에는 네 벽의 사신 말고도 또 하나의 신령스러운 동물을 그린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은 무덤 천장에 그려진 ‘황룡’으로, 사신에 황룡을 더해‘오신’으로 불린다.
오신은 고구려 사람들이‘음양오행 신앙’을 따랐다는 걸 잘 보여 준다.‘음양오행 신앙’은 음양설과 오행론을 믿는 것이다. 음양설은 우주가 음과 양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두 가지 기운이 조화를 이뤄야 질서가 지켜진다는 이론이다. 해는 양의 기운을, 달은 음의 기운을
대표한다. 오행론은 우주만물이 나무, 쇠, 불, 물, 흙이라는 다섯 가지 기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오행의 기운이 작용하는 다섯 가지 방위를‘오방’이라고 하며, 동쪽은 나무, 서쪽은 쇠, 남쪽은 불, 북쪽은 물, 중앙은 흙의 기운이 다스린다고 여겼다.
이러한 오행론을 따르던 고구려 사람들은 오방을 신령스러운 동물인‘오신’이 지킨다고 생각했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에다 중앙의 황룡을 더해 오신을 탄생시켰다.
나무(木)
청룡-동쪽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용은 산 사람을 돕고 죽은 사람을 지켜 주는 신비한 존재였다. 그런데 하늘과 땅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으면서도 날개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 옛날 사람들은 날개 없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려면 디디고 오를 막대기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척목’이라고 한다. 척목은 신성한 용에게 어울리도록 용의 목 뒤에 붙은 불꽃 모양의 돌기로 그려졌다.
쇠(金)
백호-서쪽
호랑이를 신성시하던 사람들은 호랑이의 모습에서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고구려 초기에는 백호를 실제 호랑이와 비슷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후기가 되면서 백호의 머리 부분이 용과 귀신의 얼굴을 섞어 놓은 듯 신비스럽게 바뀌었다. 등은 호랑이, 옆구리는 표범, 배는 파충류처럼 그리는 등 수호신을 따르는 마음을 신비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불(火)
주작-남쪽
상상의 새인 봉황에서 생김새를 따왔다. 봉황은 수컷인 ‘봉’ 과 암컷인 ‘황’ 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로, 고분벽화에 주작을 그릴 때도 암컷과 수컷 두 마리를 함께 그렸다. 암수가 함께 있어야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왕사신기>;에 나온 흑주작은 고구려의 사신과는 맞지 않는다. 이것은 흑과 백으로 선과 악을 나누는 유럽의 문화가 섞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水)
현무-북쪽
옛날 사람들은 북쪽에 생명이 탄생하고 죽음이 시작되는 땅이 있다고 믿었고, 이것을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현무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거북으로만 표현되었다가, 음(암컷)을 상징하는 거북과, 양(수컷)을 상징하는 뱀이 짝짓기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음양이 만나 조화를 이룬 상태로, 우주가 질서를 이룬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역시 음양오행 신앙을 잘 나타내고 있다.
흙(土)
황룡-중앙
황룡의 누런빛은 중앙을 나타내는 것으로, 하늘의 가운데 즉, 우주의 중심을 지킨다고 여겼다. 황룡은 자신의 나라가 천하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고구려 사람들의 세계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학자들은 황룡이 그려진 무덤의 주인은 지위가 왕에 버금갈 정도로 높았을 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고구려 사람들이 사신을 탄생시켜 벽화로 남겼다면, 현대 사람들은 잠자는 사신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컴퓨터그래픽(CG)이 있어 가능했다.
사신의 부활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토대로 사신을 스케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다음엔 스케치한 대로 사신의 모형을 만든다. 이러한 모형을‘크리처’라고한다. 모형이 완성되면 생김새에 따른 비율이나 부피, 크기 등을 컴퓨터 데이터로 만들어 형태를 완성하는데, 이 과정이‘3D 모델링’이다. 형태가 완성되면 거칠거나 매끄러운 질감과 색깔을 입히고,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하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신이 만들어진다.
사신 부활을 담당한 모팩스튜디오는 사신의 감상 포인트가 각각 다르다고 말한다. 주작은 세세한 생김새보다는 불에 둘러싸인 전체적인 모습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자 했고, 백호는 흰털과 근육이 함께 움직이는 데 신경을 썼다. 청룡은 돌같이 딱딱한 비늘과 독창적인 생김새를 표현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현무는 실제 바다거북의 생김새를 많이 참고해서 표현했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사신뿐만 아니라 <;태왕사신기>; 곳곳에 쓰이고 있다. 국내성 세트의 경우 실제 건물은 30% 정도만 짓고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숨 가빴던 격구장면에서도 수천 명의 관중이나 주변 환경은 거의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했다.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규모를 키우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컴퓨터그래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를 누비는 사신의 모습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와 컴퓨터그래픽의 특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관심이 모여 잠자고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깨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신의 부활이 아닐까 싶다.
별자리에서 태어난 수호신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는 사신이 하늘과 땅의 기운으로 탄생한다. 환웅이 하늘에서 데려온 우사, 운사, 풍백이라는 수호신이 현무, 청룡, 백호가 되고, 땅에서 불의 힘을 갖고 있던 세오가 주작으로 환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고구려 사람들은‘사신’이란 존재를 어떻게 만
들어 냈을까?
옛날 사람들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과 별자리를 신성한 존재로 여겼다. 그래서 별과 별자리가 땅 위에 사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해나 달은 해신과 달신이고, 북두칠성은 사람의 생명을 주관하는 신이며, 남두육성은 사람의 수명을 주관하는 신이라는 것
이다. 그래서 하늘의 동서남북에 있는 별자리를 7개씩 모아 청룡(동쪽), 백호(서쪽), 주작(남쪽), 현무(북쪽)라는 수호신이라고 믿었다.
사람들은 궁궐이나 관청, 귀족 저택의 기와나 벽에 사신의 모습을 그리며 사방을 지켜 주길 기원했다. 또 군대 깃발이나 무기, 거울 등에도 그려 넣어 보호받기를 빌었다. 뿐만 아니라 사신의 모습을 닮은 터에 무덤을 만들거나집을 지으면 후손에게 좋은 일이 생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터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왕실이나 귀족은 일찍 가족의 무덤 터를 잡아 놓는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런 터를 찾는 대신 무덤 안에 사신의 모습을 그려 넣기 시작했다.
사신에 대한 고구려 사람들의 믿음은 무덤 안의 장식을 바꾸어 놓았다. 6세기(서기 500년대)를 지나면서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는 이전의 연
꽃무늬나 생활풍속을 나타낸 그림이 사라지고 사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사신만으로 채운 고분벽화는 중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오직 고구려에서만 확인되고 있다니, 고구려 사람들의 사신 사랑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광개토대왕비
드라마 <;태왕사신기>;는 광활한 대륙을 정복한 광개토대왕의 일대기에 판타지를 더한 퓨전 사극이다. 현재 광개토대왕비는 고구려의 도읍이었던 국내성(지금의 중국 지안)에 세워져 있다.
별자리에서 태어난 사신은 후에 고구려 무덤 벽화를 대부분 차지하게 된다. 사진은 평양에 있는 고구려 고분인‘강서중묘’로, 이 곳에서 발
견된 주작 한 쌍의 고분벽화는 예술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93쪽주작 벽화).
사신이 태어난 별자리
청룡
“내 이름은 처로. 내가 모시는 청룡은 동쪽의 별자리에서 탄생했지. 그 중 천칭자리는 청룡의 가슴 부분이야.”
백호
“이 주무치 님은 잘 알고 있겠지? 내가 모시는 백호는 서쪽을 상징하고, 안드로메다자리는 백호의 꼬리에 해당한다는 걸 잘 기억해 두라구.”
주작
“기하와 수지니가 모시는 주작은 남쪽을 상징합니다. 7개 별자리 중에서 바다뱀자리가 긴 목과 몸을, 컵자리가 날개를 이루지요.”
현무
“나는 북쪽의 별자리에서 탄생한 현무를 모시는 현고라고 해. 물병과 페가수스자리에서 뱀과 거북이 얽혀 있는 모습이 탄생했단다.”
사신? 오신?
동쪽은 청룡, 서쪽은 백호, 남쪽은 주작, 북쪽은 현무가 지킨다니 안심이 지만, 네 방위의 가운데는 누가 지키지?’
혹시 이런 걱정을 조금이라도 했다면 스스로를 창의력이 뛰어난 고구려의 후예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실제로 고구려의 대형 고분벽
화 중에는 네 벽의 사신 말고도 또 하나의 신령스러운 동물을 그린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그 다섯 번째 주인공은 무덤 천장에 그려진 ‘황룡’으로, 사신에 황룡을 더해‘오신’으로 불린다.
오신은 고구려 사람들이‘음양오행 신앙’을 따랐다는 걸 잘 보여 준다.‘음양오행 신앙’은 음양설과 오행론을 믿는 것이다. 음양설은 우주가 음과 양의 기운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두 가지 기운이 조화를 이뤄야 질서가 지켜진다는 이론이다. 해는 양의 기운을, 달은 음의 기운을
대표한다. 오행론은 우주만물이 나무, 쇠, 불, 물, 흙이라는 다섯 가지 기운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이론이다. 오행의 기운이 작용하는 다섯 가지 방위를‘오방’이라고 하며, 동쪽은 나무, 서쪽은 쇠, 남쪽은 불, 북쪽은 물, 중앙은 흙의 기운이 다스린다고 여겼다.
이러한 오행론을 따르던 고구려 사람들은 오방을 신령스러운 동물인‘오신’이 지킨다고 생각했고, 청룡, 백호, 주작, 현무에다 중앙의 황룡을 더해 오신을 탄생시켰다.
나무(木)
청룡-동쪽
우리나라와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사람들에게 용은 산 사람을 돕고 죽은 사람을 지켜 주는 신비한 존재였다. 그런데 하늘과 땅 사이를 쉽게 오갈 수 있으면서도 날개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어, 옛날 사람들은 날개 없는 용이 하늘로 날아오르려면 디디고 오를 막대기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을‘척목’이라고 한다. 척목은 신성한 용에게 어울리도록 용의 목 뒤에 붙은 불꽃 모양의 돌기로 그려졌다.
쇠(金)
백호-서쪽
호랑이를 신성시하던 사람들은 호랑이의 모습에서 서쪽을 지키는 수호신을 만들어 냈다. 그래서 고구려 초기에는 백호를 실제 호랑이와 비슷하게 표현했다. 하지만 후기가 되면서 백호의 머리 부분이 용과 귀신의 얼굴을 섞어 놓은 듯 신비스럽게 바뀌었다. 등은 호랑이, 옆구리는 표범, 배는 파충류처럼 그리는 등 수호신을 따르는 마음을 신비로운 모습으로 표현했다.
불(火)
주작-남쪽
상상의 새인 봉황에서 생김새를 따왔다. 봉황은 수컷인 ‘봉’ 과 암컷인 ‘황’ 을 한꺼번에 이르는 말로, 고분벽화에 주작을 그릴 때도 암컷과 수컷 두 마리를 함께 그렸다. 암수가 함께 있어야 음양의 조화를 이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왕사신기>;에 나온 흑주작은 고구려의 사신과는 맞지 않는다. 이것은 흑과 백으로 선과 악을 나누는 유럽의 문화가 섞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水)
현무-북쪽
옛날 사람들은 북쪽에 생명이 탄생하고 죽음이 시작되는 땅이 있다고 믿었고, 이것을 관장하는 신령스러운 동물로 현무를 탄생시켰다. 처음에는 거북으로만 표현되었다가, 음(암컷)을 상징하는 거북과, 양(수컷)을 상징하는 뱀이 짝짓기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음양이 만나 조화를 이룬 상태로, 우주가 질서를 이룬 순간을 표현하고자 한 것이다. 역시 음양오행 신앙을 잘 나타내고 있다.
흙(土)
황룡-중앙
황룡의 누런빛은 중앙을 나타내는 것으로, 하늘의 가운데 즉, 우주의 중심을 지킨다고 여겼다. 황룡은 자신의 나라가 천하의 중심이라고 믿었던 고구려 사람들의 세계관에도 영향을 끼쳤다. 학자들은 황룡이 그려진 무덤의 주인은 지위가 왕에 버금갈 정도로 높았을 거라고 해석하고 있다.
사시은 CG를 타고~
고구려 사람들이 사신을 탄생시켜 벽화로 남겼다면, 현대 사람들은 잠자는 사신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컴퓨터그래픽(CG)이 있어 가능했다.
사신의 부활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토대로 사신을 스케치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다음엔 스케치한 대로 사신의 모형을 만든다. 이러한 모형을‘크리처’라고한다. 모형이 완성되면 생김새에 따른 비율이나 부피, 크기 등을 컴퓨터 데이터로 만들어 형태를 완성하는데, 이 과정이‘3D 모델링’이다. 형태가 완성되면 거칠거나 매끄러운 질감과 색깔을 입히고, 움직임을 만드는 애니메이션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하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사신이 만들어진다.
컴퓨터그래픽 기술은 사신뿐만 아니라 <;태왕사신기>; 곳곳에 쓰이고 있다. 국내성 세트의 경우 실제 건물은 30% 정도만 짓고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었다. 숨 가빴던 격구장면에서도 수천 명의 관중이나 주변 환경은 거의 컴퓨터그래픽으로 완성했다. 비용을 절약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규모를 키우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컴퓨터그래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드라마를 누비는 사신의 모습에서 고구려 고분벽화와 컴퓨터그래픽의 특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러한 관심이 모여 잠자고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를 깨운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신의 부활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