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보세요! 여기 도둑이 있어요!”
시장에 장을 보러 온 꿀록 탐정을 향해 누군가 소리쳤어요. 꿀록 탐정의 앞길을 가로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소금 장수였죠. 잔뜩 화난 소금 장수가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따라 옮기자 소금을 팔고 있는 또다른 사내가 눈에 들어왔어요.
동화마을에 무슨 일이?
사라진 맷돌, 새로 나타난 소금 장수?
“진정하시고,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꿀록 탐정의 차분한 목소리에 소금 장수는 이내 시장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어요.
“전 원래 농사를 하던 농사꾼이에요. 여느 때처럼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데, 길에 쓰러진 할아버지 한 분을 발견했죠. 놀란 마음에 집으로 모셔와 그분의 곁을 지켰어요. 그리곤 이 맷돌을 선물 받았습니다.”
“맷돌이 사건과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죠?”
의아해하는 꿀록 탐정에게 소금 장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설명을 이어갔어요. 들어 보니 그 맷돌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손잡이를 돌리면 원하는 물건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신비의 맷돌이라는 얘기였어요.
“덕분에 그 구하기 힘든 소금을 만든 거로군요?”
꿀록 탐정의 물음에 소금 장수가 울상을 지으며 답했어요.
“네. 그런데 최근 맷돌이 사라졌어요. 그러곤 저 자가 나타나 소금을 팔기 시작했어요! 이상해서 소금의 출처를 물었는데, 글쎄 산에서 캐 왔다는 거예요…. 이왕 거짓말 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소금 장수는 다른 소금 장수가 자신의 맷돌을 훔친 게 확실하다며, 꿀록 탐정에게 맷돌 도난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사건을 의뢰했지요.
통합과학 개념 이해하기
바다가 산으로? 땅이 움직이고 있다!
지구는 아주 천천히 조금씩 움직이고 있어요. 지구 표면을 덮은 ‘판’은 1년에 약 1cm에서 10cm 움직이죠. 판마다 차이가 있지만, 인간의 일생에 비유하면 평생에 걸쳐 약 4m를 이동하는 속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의 판이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없어요.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드 베게너가 1912년 처음 제기한 ‘대륙이동설’ 이론은 50여 년이 지나서야 인정받았어요. 대륙이동설이 처음 제기됐을 땐, 대륙은 움직이지 않고 사이에 육교가 놓여 있었다는 ‘육교설’이 우세했거든요. 당시 과학자들은 육교로 생물이 이동했고, 지구의 냉각과 수축으로 육교가 가라앉으며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다고 믿었죠.
‘판구조론’은 지구를 구성하는 10여 개의 판은 약 50~100km의 두께의 암석권으로 단단한 지각과 상부의 맨틀로 이뤄져 있으며, 이동한다는 이론이에요. 판과 판 사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뉘는데, 두 판이 서로 멀어지는 발산경계, 서로 스치면서 어긋나는 보존경계, 서로 마주보고 부딪히는 수렴경계입니다. 여기서 수렴경계는 해양판-해양판, 해양판-대륙판, 대륙판-대륙판이 충돌하는 세 종류로 다시 나뉘지요. 판들은 서로 충돌하면 산맥을 만드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히말라야 산맥(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과 유라시아판)과 안데스 산맥(나즈카판과 남아메리카판)도 판이 서로 충돌하는 수렴경계에서 형성되었어요.
판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아요. 주전자 속에서 물이 펄펄 끓으면 온도차로 인해 밀도차가 생겨 대류 현상이 일어나는 것처럼, 지하 100~250km의 부분적으로 녹아 있는 연약권도 뜨거운 열에 의해 대류해요. 이 때문에 대류에 의해 맨틀이 하강하는 곳에서는 하나의 판이 다른 판 밑으로 수렴하며 들어가고, 맨틀이 올라가는 곳에선 판이 서로 멀어져요. 대류하며 움직이는 맨틀이 컨베이어 벨트라면, 지각은 그 위에 놓여 이동하는 물건들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렇게 판이 이동하며 지각 변동이 일어나기 때문에 실제로 산에서 소금이 채굴되기도 해요. 과거에는 바다였던 땅이 육지로 솟아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유명한 히말라야의 핑크 소금도 지각 변동으로 만들어진 소금이에요. 이를 ‘암염’이라고 부른답니다.
통합과학 넓히기
지구가 흔들릴 정도의 규모 9.5 지진, 3800년 전 칠레에 또 있었다
지진은 지각판이 움직여 두 판이 서로 충돌할 때 주로 일어납니다. 그래서 판의 경계부에서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죠. 태평양 주변을 둘러싸고 고리 모양을 하고 있는 ‘환태평양 조산대(불의 고리)’가 대표적입니다. 환태평양 조산대에는 남아메리카 칠레, 알류샨 열도, 일본 열도, 뉴질랜드 등이 위치하고 있지요.
4월 6일, 영국 사우스햄프턴대학교 디에고 살라자르 교수 공동연구팀은 3800년 전, 남아메리카 칠레 북부에서 역사상 가장 큰 규모 9.5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사실 칠레에선 1960년에도 발디비아 지역에 규모 약 9.5의 지진이 발생해 수천 명이 목숨을 잃었어요. 당시 너무 강력한 지진 때문에 지구 전체가 종이 울리듯 미묘하게 진동하는 현상인 ‘자유 진동’이 곳곳에서 관측될 정도였죠.
최초의 지진 감지계는 132년, 중국 천문학자 장흥의 손에서 처음 만들어졌는데, 어떻게 연구팀은 수천년 전 규모 9.5의 지진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까요? 연구팀은 칠레 북부의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견된 해저퇴적물과 뉴질랜드에서 발견된 거대 바위에서 지진의 단서를 찾았습니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해양판이 대륙판 아래로 파고들면 모여 있던 에너지가 폭발하며 규모 9 내외의 강력한 지진이 생겨요. 이를 ‘해구형 지진’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쓰나미 컴퓨터 모델링을 통해 나즈카판과 남아메리카판의 수렴 경계에서 약 1000km 길이를 따라 해구형 지진이 나타난 것을 확인했어요. 연구팀은 이 지진으로 높이 21m의 큰 쓰나미가 발생해 육지에 살던 생명체는 모두 사라지고, 바다에 존재하던 퇴적물이 사막지대로 이동했을 거라 분석했습니다. 지층에서 발견한 퇴적물들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한 결과 3800년 전의 것으로 파악했지요.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태평양을 둘러싼 지진의 시간적 맥락을 이해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답니다.
에필로그
“앗, 산에서 소금을 캘 수 있다니…! 제가 괜한 사람을 의심했군요. 어쩌죠…?”
생사람을 잡았다는 생각에 소금 장수가 괴로워하던 그때, 소금 장수의 아내가 저 멀리서 소리치며 달려 오며 말했어요.
“찾았어요! 진짜 도둑을 찾았어요! 그런데…, 맷돌은 그만 함께 바다에 가라앉아 버렸대요!”
도둑을 잡았다는 소식은 반가웠지만, 더는 소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에 소금 장수는 앞날이 캄캄해졌어요. 소금 장수의 어두운 낯빛을 본 꿀록은 소금 장수에게 지도를 하나 그려 건넸어요. 그곳은 암염이 많이 나온다는 산의 위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