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흑흑~, 이 사기꾼! 마법 종이라고 했잖아요!”
새 학년, 새로 편성된 반에서 뛰쳐나온 다미더 양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야~얏! 일단 내 수염은 놓고 말해! 내 종이는 마법 종이가 맞다니까!”
다미더 양은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허당 도사 수염을 잡아끌며 닥터 고글을 찾아왔다. 허당 도사는 비명을 지르며 자긴 사기를 친 게 아니라고 하는데…. 대관절 새 학기부터 이게 웬 소동이지?
소원을 이뤄 주는 마법 종이?
“어흐흐흑, 닥터 고글! 제 사랑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이 사기꾼이 마법 종이라면서 제게 사기를 쳤어요.”
남의 말을 잘 믿기로 유명한 다미더 양이 코를 패~앵 풀면서 다시 울먹인다. 다미더 양은 방학 내내 짝사랑하는 나잘난 군과 같은 반이 될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다미더 양의 귀에 들린 솔깃한 허당 도사의 목소리!
“헐헐~. 일단 이 종이에 적어! 적으면 풀어~ 줘! 이뤄~ 줘! 이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에 고민을 써서 물에 넣으면 종이가 사라지면서 고민이 싸악 풀어지고 원하는 대로 이뤄져!”
다미더 양은 허당 도사의 말을 듣자마자 냉큼 새뱃돈을 탈탈 털어 마법 종이를 샀다.
“제가 고민을 적어 물에 종이를 넣었지만 제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새로운 반에서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나잘난 군이 안 보였다구요. 출석부를 봐도 나잘난 군의 이름은 없었어요!”
허당 도사는 다미더 양에게 버럭 소리를 친다.
“다미더 양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래! 내 종이는 마법 종이라니까. 다미더 양도 봤잖아! 마법 종이가 물에서 스르륵~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글씨만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닥터고글, 난 마법 종이를 팔았다구!”
“이…, 일단 두 분 다 소리 좀 그만 지르고 진정하세요. 제가 한번 찬찬히 살펴보죠.”
사건 분석 ❶ 종이를 이루는 건 뭐지?
허당 도사가 닥터 고글 손에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를 건네준다.
“자~, 만져 봐! 써 봐! 보통 종이하고 똑같이 느껴지지? 보통 종이하고 똑같이 보이는 게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의 특징이야.”
허당 도사의 말대로 닥터 고글이 여기 저기 뜯어 봐도 보통 종이와 똑같아 보인다.
“냥냥~ 냐냐냥~ 냐양?(닥터 고글, 종이는 뭘로만들어?)”
“종이는 주로 천연펄프라는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 펄프의 주성분은 셀룰로오스야.”
“어머머, 닥터 고글, 그럼 그 셀룰로오스는 어디서 온 거죠? 그게 바로 마법 물질인가요? 그러고 보니 물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게 신기하긴 했어요.”
다미더 양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휴우~, 다미더 양, 셀룰로오스는 마법 물질이 아니에요.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주성분이죠. 식물은 햇빛을 받아 포도당이라는 양분을 만드는데, 이 포도당이 줄줄이 이어져 만들어진 긴 사슬이 바로 셀룰로오스예요.”
“닥터 고글, 그럼 이 셀룰로오스 때문에 종이가 물에서 스르륵 사라진 건가요?”
“셀룰로오스와 물 분자는 둘 다 산소(O)와 수소(H)로 이뤄진‘수산기(-OH)’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셀룰로오스는 물과 매우 친하죠. 덕분에 셀
룰로오스로 종이를 만들면 물 속에서 잘 풀어지죠. 셀룰로오스는 물기를 쏘옥~ 흡수하는 흡습성도 있어요. 그래서 셀룰로오스로 만든 종이나 휴지로 물기를 닦으면 깨끗하게 닦이죠. 하지만….”
닥터 고글이 말끝을 흐리면서 곤란한 표정을짓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01.jpg)
사건 분석 ❷ 셀룰로오스가 변신했다고?
“헐헐~. 하지만 닥터 고글이 말한 셀룰로오스로는 내 마법 종이를 만들 수 없어! 왜냐구? 셀룰로오스는 물 속에서 흐물흐물 풀어지긴 해도 마법 종이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지는 않거든. 닥터 고글, 내 종이가 마법 종이라고 인정하시지!”
허당 도사가 얄밉게 씨익 웃는다. 다미더 양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닥터 고글의 팔을 잡는다.
“흐어어엉~. 허당 도사가 사기를 친 걸 밝혀야 제 세뱃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잖아요. 어서 밝혀 줘요!”
이 때 닥터 고글의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한 마디!
“여자의 변신은 자유죠! 아, 아니 셀룰로오스의 변신은 자유죠!”
닥터 고글의 얼굴에 여유 만만한 웃음이 떠오른다.
“셀룰로오스엔‘-OH’라는 수산기가 있다고 했죠? 화학 반응을 통해 이 수산기를‘카르복시메틸기’로 바꾸면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진 CMC(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가 탄생해요. 이 CMC로 만든 종이는 보통 종이처럼 글씨를 쓸 수 있으면서도 물에서 사르륵~ 녹게 되죠.”
닥터 고글에 따르면 CMC는 물에 잘 녹는 셀룰로오스로, 물 속에 넣으면 쉽게 점성 있는 액체로 변한다는 것! 게다가 CMC는 독성이 없으면서 식품의 성분을 균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식품 첨가제로 이용된단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에 CMC를 넣으면 아이스크림 성분이 균일해지면서 안정되고, 라면에 CMC를 넣으면 면이 쫄깃하고 매끄러워진다고.
“오홋! 나잘난 군보다 똑똑한 남자는 닥터 고글이 처음이에욧. 오호홍~!”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02.jpg)
사건 분석 ❸ 글씨만 둥둥 뜬 이유는?
다미더 양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에 닥터 고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잇는다.
“에헴~! 물에서 마법처럼 사라지는 종이 성분이 또 하나 있어요. 바로 폴리비닐알코올이죠. 이 물질은 물에 녹는 플라스틱으로, 수용성 접착
제나 종이 처리제로 쓰여요. CMC나 폴리비닐알코올 성분은 펄프 섬유보다 입자가 매우 작아요. 이런 성분으로 만든 종이를 물에 넣으면 입자가 0.25㎜보다 작게 풀어지기 때문에 마치 스르륵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구요.”
허당 도사, 이제 살짝 당황하는 표정이 보인다!
“하, 하지만 내 마법 종이에 고민이나 소원을 써서 물에 넣었을 때 글씨가 물 위에 남았다가 잠시 후 사라지는 건 내가 마법을 부렸기 때문이라니까. 그 순간이 바로 고민이 풀어지고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야!”
얼굴이 뻘개진 허당 도사가 또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때 깜짝 놀란 냥냥이 뒷걸음질 치다가 펜에 발이 걸리는데….
“그래, 펜! 냥냥, 펜을 분석해 보자. 제트에 가서 성분 분석기 좀 가져와!”
삐리리리리리~. 닥터 고글이 사인펜, 볼펜 등을 꺼내 성분 분석기에 넣자 펜에 따라 여러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다.
“펜의 색을 내는 안료는 한 가지가 아니에요. 여러 안료가 섞여 있죠. 종이에 사인펜으로 점을 찍은 다음 종이 끝을 물에 담궈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수성 안료든 유성안료든 접착제와 각종 첨가제가 함께 들어 있어요. 안료만 가지고는 종이 표면에 잘 써지지 않기 때문에 ‘전착제’라고 하는 접착제가 필요하답니다. 그런데 이 접착제는 펄프 섬유나 CMC보다 물에서 풀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종이가 사라져도 글자는 좀 더 물 위에 남아 있는 거예요.”
다미더 양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친다.
“허당 도사! 마법 종이는 무슨 마법 종이! 어서 내 세뱃돈 물어 내욧!”
“자, 잠깐만! 세뱃돈을 물어 주는 대신 종이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 줄 테니 화를 풀어용~!”
![화선지에 사인펜으로 동그란 점을 그린 뒤 물컵에 종이 끝을 살짝 담그고 잠시 기다려 보자. 하나의 색깔처럼 보이는 검정 사인펜에 다양한 염료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99.jpg)
사건 해결 - 허당 도사의 정체는 제지공학자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태도가 변한 허당 도사. 알고 보니 허당 도사는 새로운 성질을 가진 종이를 개발하는 ‘아주질겨 종이회사’의 제지공학자였다. 떼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개발한 종이를 마법 종이라고 팔았던 것!
“헐헐~. 종이를 만들 땐 종이의 용도에 따라 펄프를 이루는 셀룰로오스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지. 인쇄용 종이는 필기가 될 만큼 불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탄산칼슘, 백토 등 광물성 물질을 첨가해. 그리고 이 성분들이 잘 붙어 있도록 약품처리를 하지. 잉크나 물의 번짐 현상을 조절하는‘사이즈제’를 넣고 색지를 만들 땐 안료도 넣지. 보통 종이는 물에 쉽게 풀어지지 않도록 강도를 높여 주는 첨가제를 넣지. 헥헥~. 다미더 양, 화가 좀 풀렸지~?”
“흥! 어림없는 소리! 어쨌든 고민을 풀어 주는 마법 종이는 아니니까 내 돈 물어 내욧!”
이 때 허당 도사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한 장을 내민다. 닥터 고글이 보기엔 아까 문구점에서 본 편지지 같은데?
“다미더 양, 내가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 대신 ‘이루당이루당’편지지를 줄게. 요 편지지로 말할 것 같으면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면 3개월 안에 사랑이 이뤄진다구. 한번 써 봐!”
다미더 양은 그새 허당 도사에게 속은 걸 잊고 귀가 쫑긋한다. 닥터 고글이 말릴 틈도 없이 편지지를 덥썩 쥐고 러브레터를 쓰는 다미더 양.
그런데 러브레터 상대는 바로 닥터 고글!
“으앙~, 닥터 고글 살려~! 누가 다미더 양 좀 말려 주세요~!”
닥터 고글, 새 학기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겠는걸?
새 학년, 새로 편성된 반에서 뛰쳐나온 다미더 양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야~얏! 일단 내 수염은 놓고 말해! 내 종이는 마법 종이가 맞다니까!”
다미더 양은 교실에서 나오자마자 허당 도사 수염을 잡아끌며 닥터 고글을 찾아왔다. 허당 도사는 비명을 지르며 자긴 사기를 친 게 아니라고 하는데…. 대관절 새 학기부터 이게 웬 소동이지?
소원을 이뤄 주는 마법 종이?
“어흐흐흑, 닥터 고글! 제 사랑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이 사기꾼이 마법 종이라면서 제게 사기를 쳤어요.”
남의 말을 잘 믿기로 유명한 다미더 양이 코를 패~앵 풀면서 다시 울먹인다. 다미더 양은 방학 내내 짝사랑하는 나잘난 군과 같은 반이 될 수 없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런 다미더 양의 귀에 들린 솔깃한 허당 도사의 목소리!
“헐헐~. 일단 이 종이에 적어! 적으면 풀어~ 줘! 이뤄~ 줘! 이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에 고민을 써서 물에 넣으면 종이가 사라지면서 고민이 싸악 풀어지고 원하는 대로 이뤄져!”
다미더 양은 허당 도사의 말을 듣자마자 냉큼 새뱃돈을 탈탈 털어 마법 종이를 샀다.
“제가 고민을 적어 물에 종이를 넣었지만 제 소원은 이뤄지지 않았어요. 새로운 반에서 아무리 눈씻고 찾아봐도 나잘난 군이 안 보였다구요. 출석부를 봐도 나잘난 군의 이름은 없었어요!”
허당 도사는 다미더 양에게 버럭 소리를 친다.
“다미더 양의 믿음이 부족해서 그래! 내 종이는 마법 종이라니까. 다미더 양도 봤잖아! 마법 종이가 물에서 스르륵~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글씨만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닥터고글, 난 마법 종이를 팔았다구!”
“이…, 일단 두 분 다 소리 좀 그만 지르고 진정하세요. 제가 한번 찬찬히 살펴보죠.”
사건 분석 ❶ 종이를 이루는 건 뭐지?
허당 도사가 닥터 고글 손에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를 건네준다.
“자~, 만져 봐! 써 봐! 보통 종이하고 똑같이 느껴지지? 보통 종이하고 똑같이 보이는 게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의 특징이야.”
허당 도사의 말대로 닥터 고글이 여기 저기 뜯어 봐도 보통 종이와 똑같아 보인다.
“냥냥~ 냐냐냥~ 냐양?(닥터 고글, 종이는 뭘로만들어?)”
“종이는 주로 천연펄프라는 식물성 섬유로 만들어. 펄프의 주성분은 셀룰로오스야.”
“어머머, 닥터 고글, 그럼 그 셀룰로오스는 어디서 온 거죠? 그게 바로 마법 물질인가요? 그러고 보니 물에서 스르륵~ 사라지는 게 신기하긴 했어요.”
다미더 양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인다.
“휴우~, 다미더 양, 셀룰로오스는 마법 물질이 아니에요. 셀룰로오스는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주성분이죠. 식물은 햇빛을 받아 포도당이라는 양분을 만드는데, 이 포도당이 줄줄이 이어져 만들어진 긴 사슬이 바로 셀룰로오스예요.”
“닥터 고글, 그럼 이 셀룰로오스 때문에 종이가 물에서 스르륵 사라진 건가요?”
“셀룰로오스와 물 분자는 둘 다 산소(O)와 수소(H)로 이뤄진‘수산기(-OH)’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셀룰로오스는 물과 매우 친하죠. 덕분에 셀
룰로오스로 종이를 만들면 물 속에서 잘 풀어지죠. 셀룰로오스는 물기를 쏘옥~ 흡수하는 흡습성도 있어요. 그래서 셀룰로오스로 만든 종이나 휴지로 물기를 닦으면 깨끗하게 닦이죠. 하지만….”
닥터 고글이 말끝을 흐리면서 곤란한 표정을짓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01.jpg)
사건 분석 ❷ 셀룰로오스가 변신했다고?
“헐헐~. 하지만 닥터 고글이 말한 셀룰로오스로는 내 마법 종이를 만들 수 없어! 왜냐구? 셀룰로오스는 물 속에서 흐물흐물 풀어지긴 해도 마법 종이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사라지지는 않거든. 닥터 고글, 내 종이가 마법 종이라고 인정하시지!”
허당 도사가 얄밉게 씨익 웃는다. 다미더 양이 발을 동동 구르며 닥터 고글의 팔을 잡는다.
“흐어어엉~. 허당 도사가 사기를 친 걸 밝혀야 제 세뱃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잖아요. 어서 밝혀 줘요!”
이 때 닥터 고글의 머리에 번쩍 떠오르는 한 마디!
“여자의 변신은 자유죠! 아, 아니 셀룰로오스의 변신은 자유죠!”
닥터 고글의 얼굴에 여유 만만한 웃음이 떠오른다.
“셀룰로오스엔‘-OH’라는 수산기가 있다고 했죠? 화학 반응을 통해 이 수산기를‘카르복시메틸기’로 바꾸면 물에 잘 녹는 성질을 가진 CMC(카르복시메틸셀룰로오스)가 탄생해요. 이 CMC로 만든 종이는 보통 종이처럼 글씨를 쓸 수 있으면서도 물에서 사르륵~ 녹게 되죠.”
닥터 고글에 따르면 CMC는 물에 잘 녹는 셀룰로오스로, 물 속에 넣으면 쉽게 점성 있는 액체로 변한다는 것! 게다가 CMC는 독성이 없으면서 식품의 성분을 균일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식품 첨가제로 이용된단다. 그래서 아이스크림에 CMC를 넣으면 아이스크림 성분이 균일해지면서 안정되고, 라면에 CMC를 넣으면 면이 쫄깃하고 매끄러워진다고.
“오홋! 나잘난 군보다 똑똑한 남자는 닥터 고글이 처음이에욧. 오호홍~!”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02.jpg)
사건 분석 ❸ 글씨만 둥둥 뜬 이유는?
다미더 양이 보내는 존경의 눈빛에 닥터 고글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을 잇는다.
“에헴~! 물에서 마법처럼 사라지는 종이 성분이 또 하나 있어요. 바로 폴리비닐알코올이죠. 이 물질은 물에 녹는 플라스틱으로, 수용성 접착
제나 종이 처리제로 쓰여요. CMC나 폴리비닐알코올 성분은 펄프 섬유보다 입자가 매우 작아요. 이런 성분으로 만든 종이를 물에 넣으면 입자가 0.25㎜보다 작게 풀어지기 때문에 마치 스르륵사라지는 것처럼 보인다구요.”
허당 도사, 이제 살짝 당황하는 표정이 보인다!
“하, 하지만 내 마법 종이에 고민이나 소원을 써서 물에 넣었을 때 글씨가 물 위에 남았다가 잠시 후 사라지는 건 내가 마법을 부렸기 때문이라니까. 그 순간이 바로 고민이 풀어지고 소원이 이뤄지는 순간이야!”
얼굴이 뻘개진 허당 도사가 또 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 때 깜짝 놀란 냥냥이 뒷걸음질 치다가 펜에 발이 걸리는데….
“그래, 펜! 냥냥, 펜을 분석해 보자. 제트에 가서 성분 분석기 좀 가져와!”
삐리리리리리~. 닥터 고글이 사인펜, 볼펜 등을 꺼내 성분 분석기에 넣자 펜에 따라 여러가지 성분이 들어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온다.
“펜의 색을 내는 안료는 한 가지가 아니에요. 여러 안료가 섞여 있죠. 종이에 사인펜으로 점을 찍은 다음 종이 끝을 물에 담궈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수성 안료든 유성안료든 접착제와 각종 첨가제가 함께 들어 있어요. 안료만 가지고는 종이 표면에 잘 써지지 않기 때문에 ‘전착제’라고 하는 접착제가 필요하답니다. 그런데 이 접착제는 펄프 섬유나 CMC보다 물에서 풀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요. 그래서 종이가 사라져도 글자는 좀 더 물 위에 남아 있는 거예요.”
다미더 양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소리친다.
“허당 도사! 마법 종이는 무슨 마법 종이! 어서 내 세뱃돈 물어 내욧!”
“자, 잠깐만! 세뱃돈을 물어 주는 대신 종이 만드는 비법을 가르쳐 줄 테니 화를 풀어용~!”
![화선지에 사인펜으로 동그란 점을 그린 뒤 물컵에 종이 끝을 살짝 담그고 잠시 기다려 보자. 하나의 색깔처럼 보이는 검정 사인펜에 다양한 염료가 들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article/Contents/200805/C200805N017_img_99.jpg)
사건 해결 - 허당 도사의 정체는 제지공학자
갑자기 나긋나긋하게 태도가 변한 허당 도사. 알고 보니 허당 도사는 새로운 성질을 가진 종이를 개발하는 ‘아주질겨 종이회사’의 제지공학자였다. 떼돈을 벌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개발한 종이를 마법 종이라고 팔았던 것!
“헐헐~. 종이를 만들 땐 종이의 용도에 따라 펄프를 이루는 셀룰로오스에 다양한 첨가제를 넣지. 인쇄용 종이는 필기가 될 만큼 불투명해야 하기 때문에 탄산칼슘, 백토 등 광물성 물질을 첨가해. 그리고 이 성분들이 잘 붙어 있도록 약품처리를 하지. 잉크나 물의 번짐 현상을 조절하는‘사이즈제’를 넣고 색지를 만들 땐 안료도 넣지. 보통 종이는 물에 쉽게 풀어지지 않도록 강도를 높여 주는 첨가제를 넣지. 헥헥~. 다미더 양, 화가 좀 풀렸지~?”
“흥! 어림없는 소리! 어쨌든 고민을 풀어 주는 마법 종이는 아니니까 내 돈 물어 내욧!”
이 때 허당 도사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한 장을 내민다. 닥터 고글이 보기엔 아까 문구점에서 본 편지지 같은데?
“다미더 양, 내가 ‘푸러저푸러저’마법 종이 대신 ‘이루당이루당’편지지를 줄게. 요 편지지로 말할 것 같으면 좋아하는 사람의 이름을 쓰면 3개월 안에 사랑이 이뤄진다구. 한번 써 봐!”
다미더 양은 그새 허당 도사에게 속은 걸 잊고 귀가 쫑긋한다. 닥터 고글이 말릴 틈도 없이 편지지를 덥썩 쥐고 러브레터를 쓰는 다미더 양.
그런데 러브레터 상대는 바로 닥터 고글!
“으앙~, 닥터 고글 살려~! 누가 다미더 양 좀 말려 주세요~!”
닥터 고글, 새 학기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겠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