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기생충을 사랑한 과학자들

#다큐멘터리

우리 기생충의 존재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도 기록되었을 정도로 오래 전부터 알려졌어요. 기생충의 매력에 빠진 과학자들은 우리의 생애를 연구하기 위해 말 그대로 ‘몸을 바쳐’ 연구를 했죠. 무슨 말인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무비, 스타트!

 

2000년 전 고대 로마의 기록에도 기생충 감염 증상이 적혀 있을 만큼, 기생충 연구의 역사는 오래됐어요. 19세기에 이르러 영국의 의학자인 패트릭 맨슨이 인체의 기생충 감염을 다루는 ‘열대의학’이라는 학문을 만들면서 기생충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지요.


하지만 기생충과 인간의 관계를 연구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사람의 몸에 사는 기생충은 다른 동물의 몸에서는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해요. 그래서 실험에 사용할 기생충을 얻기가 어렵지요. 또 다른 문제도 있어요. 기생충의 감염 증상을 환자의 기억에 의존해 알아내기 때문에 경과와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어려웠던 거죠. 환자들은 자신이 언제 어떻게 기생충에 감염됐는지, 어떤 증상이 있었는지 세세히 기억하진 못하거든요.


결국, 기생충을 제대로 연구하려면 일거수일투족까지 상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실험 자원자가 필요했어요. 하지만 이런 지원자는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24시간 관찰도 어렵기 때문에 기생충 연구 초기에는 과학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몸을 실험 대상으로 사용했답니다. 직접 기생충을 몸에서 키우고,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기록하는 거예요. 물론, 철저한 사전 연구를 통해 위험하지 않은 선에서 진행했지요.

 

● 내 안에 너 있다?! 기생충 연구자 3인방

 

농사짓고 회충도 꿀꺽~! (독일 기생충학자 G.뮬러)

회충은 사람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기생충이지만, 어떻게 감염되는지 1900년대 중반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 이에 독일의 기생충학자인 뮬러는 ‘회충의 알이 들어 있는 배설물이 거름으로 흙에 섞이면, 이 흙에서 지은 농작물에도 회충알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그리고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직접 딸기 농사를 지어서 먹었다. 뮬러는 이 실험을 진행하는 내내 회충에 감염돼 고통에 시달렸고, 1950년대 초에 이 실험의 결과를 발표하며 자신의 가설이 옳았음을 입증했다.

 

몸에서 나온 3m의 기생충 (엄기선 충북대 의과대학 교수)

 

민촌충은 소고기, 갈고리촌충은 돼지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이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 충북대학교 엄기선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소고기와 돼지고기 소비량이 비슷함에도 민촌충의 감염 비율이 5배나 높게 기록된 것을 발견했다. 그는 돼지의 간에 민촌충과 생김새가 비슷한 다른 기생충이 있어서 통계에 착오가 생긴 것으로 예상하고, 2만 5358마리의 돼지 간을 조사해 살아있는 기생충 애벌레 5마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애벌레를 몸속에서 성충으로 키운 뒤 민촌충과의 차이점을 관찰하기 위해 이를 직접 삼켰다. 75일 뒤, 엄기선 교수의 몸에선 3m에 달하는 기생충 2마리가 나왔고, 엄 교수는 여기에 ‘아시아조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눈에서 기생충이 꿈틀꿈틀 ( 서민 단국대 의과대학 교수)

동물의 눈에 사는 기생충이 있다. 바로 ‘동양안충’! 이 기생충은 눈에 살며 가려움증을 일으킨다. 2000년, 단국대학교 서민 교수는 눈에 사는 기생충인 ‘동양안충’의 감염원을 찾고 있었다. 그는 ‘초파리가 눈에 들러붙으면 초파리에게 기생하던 동양안충의 유충이 사람 눈에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밝히기 위해 서민 교수는 초파리에 있는 동양안충의 유충을 자신의 눈에 옮긴 뒤, 이것이 제대로 성장하는지를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실험은 실패로 끝났고, 이후 다른 연구자에 의해 수컷 초파리가 동양안충을 퍼뜨린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9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정한길 기자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의학
  • 문화인류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