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 기생충이 숙주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기생충 없어졌으면!’ 이런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요. 우린 생태계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랍니다. 기생충을 주인공으로 환경 영화를 만든다면 대상을 받을 걸요? 무슨 말이냐고요?
기생충은 생태계를 지키기도 해요. 한 예로 다른 곤충을 숙주로 삼아 알을 낳는 ‘기생벌’이 있지요. 알에서 깨어난 유충은 숙주의 몸을 파먹어 죽음에 이르게 한답니다. 그런데 기생벌이 숙주로 선택하는 곤충 중엔 식물의 성장을 방해하는 진딧물이나 깍지벌레가 있어요. 즉, 기생벌이 식물을 지키는 거예요. 실제로 2002년 미국 미시간 지역에서 물푸레나무가 집단으로 죽었던 적이 있었는데, 기생벌의 부재가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죠.
한편, 곤충이 심한 갈증을 느끼도록 뇌를 조종해 곤충을 물에 빠뜨려 죽이는 걸로 유명한 ‘연가시’도 생태계 유지에 한몫을 하고 있어요. 연가시에게 조종당해 물에 빠진 곤충들이 물고기의 먹이가 되어준 덕분에 주변의 민물고기들이 살 수 있거든요.
그런데 2014년 일본 교토대학교 타쿠야 사토 교수팀은 기생충이 보기보다 연약하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어요. 연구팀은 1916년 일본 나라현 토츠강 주변 숲이 벌목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곤충인 곱등이와 기생충인 연가시의 개체수 회복 속도를 추정했답니다. 곱등이와 연가시를 채취한 뒤 DNA분석으로 구체적인 종을 알아내고, 이 종이 언제부터 숲에 살았는지를 조사하면 당시 개체수를 추정할 수 있지요. 그 결과, 곱등이는 최대로 회복되는 데 30년이 걸린 반면, 연가시는 50년 이상이 걸렸답니다.
또한 2017년 미국 UC버클리대학교 연구팀은 생태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주요 기생충 457종에 관련된 연구 자료를 분석해 ‘2070년에는 기후변화로 주요 기생충의 3분의 1이 멸종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5~10%의 기생충이 기후변화로 멸종되면 이에 생태계가 타격을 받아 다시 기생충에게 영향을 끼치고, 결국 최대 30%까지 멸종할 수 있다는 거예요. 기생충은 생태계 유지 및 동물의 면역체계 유지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기생충의 멸종은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