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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이 사람을 고친다고?

#의학 영화

기생충은 생태계 유지뿐만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역할도 할 수 있어요. 기생충이 숙주를 이용하는 방법을 응용해 병을 치료하려는 연구자들도 있답니다. 이들의 연구는 의학 영화를 찍어도 될 만큼의 놀라움을 선사할 거예요!

 

 

1989년,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데이빗 스트라찬 교수는 ‘너무 깨끗한 환경은 오히려 면역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위생가설’을 주장했어요. 실제로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는 1973년부터 1992년까지 남태평양의 마우케섬 주민들의 기생충 감염률을 30%에서 5%로 떨어뜨렸는데, 이때 알레르기 질환 환자는 3%에서 15%까지 늘었지요. 기생충에 감염되면 면역반응이 나타나 알레르기가 생기는 걸 막는데, 기생충이 없어지니 오히려 알레르기 질환이 늘어나는 거예요. 이를 역으로 활용하면 병을 치료할 수 있답니다.


2005년, 미국 아이오와대학교 로버트 서머스 교수는 크론병의 해결책으로 돼지편충을 제안했어요. 크론병은 장속의 면역체계가 지나치게 활동해서 면역세포가 오히려 우리 몸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 중의 하나예요. 크론병에 걸리면 장에 염증이 생겨 심한 복통과 설사로 고통을 받지요.

 

 

그런데 장속에 돼지편충이 들어오면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던 면역세포가 돼지편충을 공격하기 시작해요. 이 과정에서 지나치게 날뛰던 비정상 면역체계가 바로잡히지요. 2~3주가 지나면 돼지편충은 인간의 몸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빠져나간답니다. 결과적으로 돼지편충 덕분에 크론병이 나을 수 있는 거예요.


한편, 고양이를 종숙주로 삼는 ‘톡소포자충’도 치매의 치료제로 연구되고 있어요. 치매의 원인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로 꼽히고 있어요. 평소에는 면역체계를 통해 베타-아밀로이드가 분해돼요. 하지만 나이가 들어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베타-아밀로이드가 뭉쳐져서 뇌에 잔뜩 쌓이며 기억력이 급격히 떨어지죠. 그런데 서울대학교 신은희 교수팀은 톡소포자충이 치매에 걸린 쥐의 뇌에서 면역체계를 조절해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에 더 쌓이는 걸 막는 현상을 발견했어요. 덕분에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치매에 걸려도 기억력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답니다.


신은희 교수는 “톡소포자충에게 치매 증상을 완화시키는 능력이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에게 톡소포자충을 무작정 감염시키는 건 위험하다”며, “톡소포자충이 면역체계를 조절하는 원리를 응용한 치료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어요.

2019년 13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정한길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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