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난 침입자는 로봇이었어. 트와일라잇 존에 사는 동물을 연구하기 위해 내려왔대. 트와일라잇 존이 뭐기에 연구를 하냐고?
365일 황혼이 지는 곳, 트와일라잇 존
바다 깊은 곳에는 어스름한 빛만 들어오는 세상이 있어요. 황혼 영역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 ‘트와일라잇 존’은 대낮에도 밤이 오기 직전처럼 푸르고 어둑하지요. 보통은 바다 표면에서 200~1000m 깊이로 들어간 영역을 말하지만, 황해처럼 부유물이 많으면 햇빛이 더 빨리 사라져 이보다 얕답니다.
트와일라잇 존은 식물이 광합성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햇빛이 적어 식물은 없고 동물만 가득해요. 2010년과 2011년 전세계 바다를 탐사한 스페인과 호주, 노르웨이, 사우디아라비아 해양학자들은이곳의 생물 총 질량이 100억 톤이라고 추정했어요. 기존에 과학자들이 예상한 수치보다 10배 많고, 전세계 어류 총 질량의 90%에 달하는 엄청난 숫자지요.
깊고 어두운 환경 탓에 트와일라잇 존의 생물은 재미나게 생겼어요. 먹이가 드물어 초롱아귀처럼 입이 크고 이빨이 날카로운 어류가 많아요. 자기보다 큰 몸집도 잡아먹고 한번 물면 놓치지 않지요. 영국 시민단체 ‘못생긴동물보전협회’의 마스코트인 블롭피쉬도 이곳에 살아요. 몸에 물이 가득해 높은 수압에서도 쪼그라들지 않고 잘 견디지요. 스스로 빛을 내는 생물도 많아 별이 빛나는 밤처럼 보이는 이곳은 과학자도 다가가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 아직도 모르는 점이 많답니다.
시민이 연구를 지원한다!
지난 4월,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가 미국 비영리재단 TED의 ‘대담한 프로젝트’에 선정돼 350억 원의 연구기금을 마련했어요. 이 프로젝트는 자선단체와 시민에게 기부를 받아 여러 활동을 지원해요. 지난 8월에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도 과학자 100여 명과 트와일라잇 존을 탐사한다고 발표했지요.
과학계가 이처럼 트와일라잇 존에 관심을 갖는 건 국제 어업계의 움직임 때문이에요. 우즈홀해양연구소의 하이디 소식 박사는 “최근 어업계가 트와일라잇 존에 손을 뻗으려 한다”며, “생태계는 한번 파괴되면 되돌리기 어렵다”고 강조했어요. 실제로 2016년 노르웨이가 트와일라잇 존에서 어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면허를 발급하는 등 시범적인 시도가 이뤄졌어요.
크릴은 이미 매년 수십만 톤씩 잡혀 건강보조제로 쓰이고 있어요. 어선은 크릴이 수면 가까이 올라올 때 관을 넣어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지요. 우리나라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릴을 많이 잡고 있어요. 크릴은 어류의 먹이일 뿐만 아니라 탄소 순환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 과학계는 어업 활동의 결과를 우려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