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누가 더 길게 자라나 경쟁하는 털 선수들. 피부의 점에 묻힌 털이 무섭게 자라는데? 나, 과학마녀 일리가 점에 숨겨진 비밀을 알아내고 올게!
자기소개 부탁해.
안녕? 나는 모반이야. 피부에 생기는 점의 다른 이름이지. 모반은 다양한 색깔과 모양으로 나타나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검은색 점은 ‘멜라닌 세포 모반’에 해당해. 색소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멜라닌 세포가 모여 덩어리를 이룰 때 만들어지거든. 멜라닌 세포 모반은 자외선 때문에 후천적으로 생기기도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나기도 해. 또, 멜라닌 세포 모반에서는 간혹 유독 굵고 긴 털이 나는 경우가 있단다.
점에서 털이 자란다고?
6월 21일, 미국 캘리포니아어바인대학교 마크심 플리커스 교수팀은 멜라닌 세포 모반에서 길고 억센 털이 자라도록 돕는 분자를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어. 연구팀은 모반 내부의 노화한 멜라닌 세포에 주목했어. 털이 많이 자라는 모반을 가진 쥐를 관찰한 결과, 연구팀은 모반 속의 노화 멜라닌 세포가 정상 멜라닌 세포는 만들지 않는 ‘오스테오폰틴’이라는 분자를 높은 수준으로 생산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지.
오스테오폰틴? 그게 뭐야?
오스테오폰틴은 지금까지 손상된 뼈를 재생시키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졌어. 이번 연구로 모낭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새로운 역할이 밝혀졌지. 모발은 피부의 가장 겉부분인 표피와 그 아래 진피에 걸쳐 있는 구멍인 모낭에서 자라는데, 모낭의 줄기세포가 활성화하면 모발이 자라고, 줄기세포가 휴면 상태에 들어서면 모발은 성장을 멈춰. 오스테오폰틴은 휴면 상태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해 길고 두꺼운 모발이 자라나게 한단다.
이번 연구는 어떤 의미가 있어?
연구팀은 오스테오폰틴이라는 분자가 탈모 치료의 길을 열어줄 수 있다고 내다봤어. 머리카락 성장이 멈춘 두피에 오스테오폰틴을 주입해 모낭의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면 머리카락이 다시 자랄 수 있다고 주장했지. 하지만 쥐 실험을 통해 밝힌 연구라 연구팀이 제안한 치료법이 사람에게 적용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해. 마크심 플리커스 교수는 “노화 세포가 털을 재생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연구”라고 말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