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게 뒤에 숨겨진 연약한 배를 보호하라!
소라게를 보면 집 밖으로 빼꼼 내민 두 개의 눈과 단단한 집게발이 가장 먼저 눈에 띄어요. 그런데 강인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소라게는 딱딱한 집 속에 몸을 철저히 숨기고 사는 연약한 동물이에요.
소라게가 몸을 숨긴 이유는 배 부분을 보호하기 위해서예요. 소라게의 머리와 가슴 부분은 단단한 겉껍데기로 싸여 있지만, 배 부분은 말랑말랑한 피부로 싸여 있거든요. 연약한 배가 천적이나 포식자에게 노출되면 금세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지요.그래서 소라게는 배와 두 쌍의 작은 다리를 집 속에 밀어넣고 살아요. 만약 포식자가 나타나면 단단한 집게발로 입구를 막지요. 안락한 나만의 집에 살던 소라게는 몸집이 커지면 큰 집으로 이사를 해요. 새집으로 이사를 하는 순간이 소라게에게 가장 위험해요. 연약한 배 부분이 천적이나 외부 환경에 모두 노출되니까요.
소라게는 사실 집의 종류나 모양을 크게 따지는 편은 아니에요. 몸을 밀어넣어 자신을 보호할 수만 있다면 고둥껍데기는 물론 조개껍데기, 산호, 관갯지렁이 관, 썩은 나무, 구멍 난 돌 등을 집 삼아 살지요.
그런데 해양오염으로 인해 자연에서 찾을 수 있는 다양한 집들은 줄어들고, 대신인간이 버린 해양 쓰레기는 늘어났어요. 미국 항공우주국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2025년까지 해양 쓰레기 총량이 무려 1억 5500만 톤에 달할 것이라 예측했어요. 이 정도면 전세계 해안을 따라 두께 30cm, 높이 30m의 쓰레기 벽을 쌓을 수 있는 규모랍니다.
그 결과 최근 1~2년 사이, 해양 쓰레기를 집 삼아 살기 시작한 소라게들의 모습이 전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답니다. 플라스틱을 집으로 삼으면 환경호르몬 등의 영향 때문에 수명이 짧아질 수밖에 없어서 소라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