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산불은 아주 작은 불씨에서 시작돼 산 전체를 태울 만큼 커져 버렸어요.
무엇이 불씨를 만들었고, 또 그 불씨를 키운 건 무엇이었을까요?
건조한 봄철, 사람의 실수가 큰 불 부른다
이렇게 큰 피해를 일으킨 산불은 어떻게 시작됐을까요? 놀랍게도 모두 사람의 실수 때문인 것으로 보여요. 강릉과 삼척은 등산객의 실수로, 그리고 상주는 농작물을 태우다가 산으로 불이 옮겨 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거든요.
실제로 산불의 원인은 대부분 사람이에요. 산림청이 지난 10년 간 발생한 산불의 원인을 조사해 본 결과, 절반 가까이가 등산객의 취사나 담뱃불 때문이었어요. 또 원인 중 30% 가량은 농경지나 쓰레기를 태우다가 산으로 번지는 경우였죠. 자연적인 정전기나 낙뢰로 인해 산불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랍니다.
또한 1년 중 60% 이상의 산불은 이번처럼 봄철(3~5월)에 일어나요. 봄철의 건조한 날씨 때문이죠. 더군다나 올해 4월은 평년보다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적어 훨씬 건조했답니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5월 6일에도 강원 ●영동지방은 건조 경보가 내려져 있었어요.
●영동지방 : 태백산맥을 기준으로 동쪽 지역.
도깨비불을 만든 바람, 양간지풍
이번에 산불을 직접 목격한 주민들은 ‘도깨비불이 날아다녔다’고 말했어요. 날아다니는 도깨비불을 만든 건 초속 15m에 달하는 강한 바람이에요. 바로 ‘양간지풍’이라고 불리는 영동지방의 특수한 바람이죠.◀ 강원도 영동지방에 많이 있는 소나무는 기름 역할을 하는 송진 성분이 있고, 잔가지도 많아서 산불이 번지기 쉽다.
영동지방은 태백산맥의 동쪽 지역에 있어 태백산맥에서 내려오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특히 우리나라는 봄에 서쪽에서 동쪽으로 따뜻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해발 1500m까지 올라가면 ‘기온 역전층’이 형성돼요. 보통 산에서는 올라갈수록 추워지지만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면 위로 갈수록 기온도 올라간답니다.
이렇게 되면 차가운 공기는 따뜻한 공기층과 태백산맥 산등성이 사이의 좁은 틈새로 지나가야만 해요. 이 과정에서 찬 공기가 압축돼 공기흐름이 빨라지고 산맥 경사면을 타고 동쪽으로 내려가면서 강한 바람이 불게 되죠. 우리나라의 역대 최대 산불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과 1996년 고성 산불 모두 이 양간지풍이 키운 것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