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 동안 스페인 영토와 맞먹는 면적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2℃ 이내로 제한하고 1.5℃로 유지하도록 노력한다’. 2015년 파리협정이 이 목표를 내세운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은 2024년 처음으로 1.5℃를 돌파했다. 약속이 깨진 지구에서는 이상 기후 현상이 점점 늘고 있다. 앞으로 인류에게는 어떤 기후위기가 찾아올까, 그리고 인류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아마존 바로 아래 있는 판타나우 습지의 1985년 물의 분포(위)와 2024년 가뭄이 일어났을 때 물의 분포(아래).
아마존에서 기후의 특이점을 목격하다
2025년 11월 14일 브라질 파라주 벨렝시 100m 상공. 비행기 창문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졌다. 하지만 1시간도 채 안 가 흙바닥만 보였다. 아마존 열대우림이 얼마나 사라지고 있는지, 그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한반도 면적의 25배인, 550만 km²의 아마존에 사는 나무들은 광합성을 위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그런데 아마존의 나무가 사라지면서 아마존 열대우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도 줄고 있다. 2025년 브라질 환경기구 맵비오마스는 인공위성 촬영을 통해 최근 40년 동안 약 49만 km²의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됐다고 밝혔다.
아마존의 나무는 소고기 생산을 위한 목장과 소의 먹이인 대두를 재배하는 농장을 만들기 위해 잘려 나간다. 목장과 농장을 운영하려면 넓은 평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바라보니 산타 마르가리다부터 사푸카이아까지, 서울과 천안 사이 거리에 해당하는 91.64km를 지날 동안 대두 농장만 펼쳐졌다.
금 채굴로 울퉁불퉁하게 파인 땅도 눈에 띄었다. 채굴자들은 나무를 판 뒤 땅에서 금을 분리해 내기 위해 금과 화학 결합하는 수은을 뿌린다. 이 과정에서 아마존강이 수은에 오염돼 푸르스름하게 변했다. 크리스티안 마제티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활동가는 강을 가리키며 “오염된 강 때문에 어류가 죽고 원주민이 수은에 중독된다”고 설명했다.
열대우림이 파괴되면서 강수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겼다. 아마존 나무들은 뿌리로 흡수한 수분을 잎으로 증발시키는 ‘증발산’ 작용을 한다. 나무가 뿜은 수증기 중 일부는 아마존강에 흡수되고 나머지는 안데스산맥과 충돌한 뒤 아르헨티나 등 주변 지역에 비로 내린다. 나무가 사라지면서 운반되는 비도 줄고 있다.
“4년 전엔 집이 있던 자리였어요.”
원주민 보보리 사테레-마웨 씨는 풀잎만 무성하게 남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2025년 11월 12일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나우스시 아마존의 네그로강(Río Negro) 옆에 30년째 살고 있는 사테레-마웨 족 원주민들을 만났다. 그들은 2024년 10월 마나우스시에 닥쳤던 심각한 가뭄을 회상했다. 당시 네그로강의 수위는 약 12m(평년 17m)로, 브라질 지질조사국이 190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낮은 수위였다. 보보리 씨는 “강에서 물고기를 찾기조차 힘들었다”며 “비가 오지 않으니 나무에서 열매가 잘 자라지 않아 열매로 공산품을 만들어 파는 일도 막막했다”고 말했다.
2021년부터 2023년 동안에는 아마존에 주기적으로 극심한 홍수가 일어나기도 했다. 집이 무너지고 나무가 뿌리째 쓰러질 정도로 비가 많이 왔다. 부족장인 피앙 사테레-마웨 씨는 “갈수록 강수량 예측이 어렵다”고 말했다. 국종성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강수 변동이 커지고 기후 예측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그만큼 기후 회복력이 약해졌다는 뜻”이라고 11월 2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설명했다.
해빙, 한번 녹으면 더 빨리 녹는다
기후 시스템 붕괴의 특이점, 정말 왔을까
‘우리는 어쩌면 지구가 얼어붙는 다음 빙하기의 문턱에 서 있는지 모른다’.
1995년 2월호 과학동아는 북미 대륙과 남반구에서의 한파 발생을 근거로 빙하기가 올지 모른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2024년,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과 대비해, 지구는 오히려 1.55℃만큼 뜨거워졌다. 처음으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상승 온도가 1.5℃를 돌파했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흡수했다가 다시 방출하는 지구 복사에너지를 가둬두는 온실가스의 양이 대기 중에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전 세계에서는 이상 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은 시간당 30mm만큼 비가 오면 집중호우라고 정의하는데, 최근 3~4년 사이 시간당 100mm 비가 자주 내렸다. 2025년 기준 북극 해빙은 2012년 이후로 가장 많이 녹았다. 2008년 영국 틴달기후연구센터 연구팀은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인해 기후의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수 있는 요소를 공개했다. doi: 10.1073/pnas.0705414105 티핑 포인트는 어떤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임계점을 넘어 폭발하듯 변화하는 순간이다.
연구팀은 기후학, 빙상학, 해양학 전문가 36명과 기후의 티핑 포인트가 발생할 지역의 후보를 골랐다. 지구 온도에 큰 영향을 받는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려해 아마존과 북극 해빙, 그린란드 빙상 등 9곳을 제시했다.
북극 해빙은 태양광을 반사한다. 지구가 뜨거워져 북극 해빙이 녹으면, 해빙으로 덮여있지 않은 어두운 바다가 햇빛을 더 많이 흡수한다. 북극은 뜨거워지고 해빙도 빨리 녹는다. 그러면 바로 아래 있는 그린란드 빙상이 녹는 속도도 덩달아 빨라진다. 그린란드 빙상이 녹아 생긴 담수는 대서양으로 흘러가 대서양 해류를 방해한다. 이렇게 대서양 해류가 북쪽으로 열을 나르지 못하면서 유럽에 한파가 찾아오고, 남반구는 더 뜨거워진다. 9곳이 상호작용해 환경이 급격히 변하다가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면, 지구는 생명체가 살기 힘든 행성이 되고 만다.
그렇다면 기후의 티핑 포인트는 언제 올까, 아니 이미 왔을까. 2022년 영국 엑시터대 글로벌시스템연구소 연구팀은 온도 상승에 따른 기후의 티핑 포인트 발생 가능성을 발표했다. doi: 10.1126/science.abn7950 논문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전 대비 온도가 1.5℃만큼 상승하면 그린란드 빙상은 계속 녹고, 3.5℃만큼 상승하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건조해지면서 사바나로 전환된다. 또 4℃만큼 온도가 상승하면 대서양 해류 순환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약해지기 시작한다. 1.5℃만 올라도 티핑 포인트가 올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바로 지금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아야 하는 임계 시점이다.
앤서니 브로콜리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e메일 인터뷰로 “지구 온난화를 멈추려면 결국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넘어서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만들면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된다. 이를 ‘넷제로(net zero)’라고 한다. 지구 붕괴를 막기 위해 넷제로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까? 넷제로를 가능하게 할 기술들은 무엇이며, 향후 40년 안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기후의 티핑 포인트가 일어날 수 있는 요소
대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및 활용
온실가스 감축 기술들, 40년 뒤 어디까지 갈까
넷제로를 달성할 방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 배출된 온실가스를 포집하는 기술, 그리고 이들 기술을 촉진할 제도적 정비다.
전 세계는 이미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대표적인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전기차로 바꾸고, 전기를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생산하고, 화석연료로 작동하는 난방 시스템을 전기 난방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들 기술은 향후 40년간 더 크게 자리 잡을 전망이다. 2024년, 전 세계에서 새롭게 판매된 자동차 중 약 20%가 전기차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각 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정책을 바탕으로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이 40%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제 에너지연구센터 엠버(Ember)의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 세계 에너지 발전량에서 태양광은 7%, 풍력은 8%를 차지한다. 2023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당사국들은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2030년까지 3배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에서 상용화됐지만, 화석연료보다 전력을 불안정하게 공급한다는 한계가 남아있다. 태양광·풍력으로 생긴 직류 전기를 가정에서 사용하는 교류 전기로 변환하는 장치인 인버터가 필요한데, 인버터는 전기의 주파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관성이 없다 보니 전기의 주파수가 갑작스럽게 낮아지면 단시간에 발전량 손실이 발생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ESS는 재생에너지로 과잉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뒀다가 기상 등의 이유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해지면 전력을 낸다. 2025년 기준 전 세계 ESS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0.02% 정도인 92GW(기가와트)의 전력을 저장하고 있다. 2025년, 에너지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 NEF는 전 세계 ESS의 전력 저장 용량이 2035년까지 8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기 난방 시스템은 ‘히트 펌프’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2025년 12월 한국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히트 펌프로 발생한 열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면서 최근 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외부의 공기에서 열을 조금씩 모은 뒤 냉매를 증발시키고, 냉매를 압축한 뒤 실내로 보내 열을 방출하게 하면 난방할 수 있다. 히트 펌프는 냉매를 압출할 때만 전기가 쓰여, 압축 시 사용한 전기에너지 대비 4~5배 많은 열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 난방 공간의 약 10%는 히트 펌프로 데워지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히트 펌프가 전체 난방 설비 판매의 28%를 차지한다. IEA는 넷제로를 위해서 2030년까지 전 세계에 6억 대의 히트 펌프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2020년 히트 펌프 수의 3배다.
히트 펌프 사용률을 높이려면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12월 5일 송찬호 한국기계연구원 히트펌프연구센터 센터장은 “히트 펌프로 가정에서 쓸 온수를 만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축열 탱크에 온수를 저장해 놔야 하는데, 한국 아파트와 주택 기계실에 축열탱크를 설치할 공간이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또 “히트 펌프는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다 보니 한국의 전기 요금 체계에서는 요금이 많이 나와 사용률이 떨어진다”고 전했다.
앞서 소개한 기술들과 달리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은 상용화를 위한 기술 개발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유럽과 미국, 중국, 호주 등에서는 CCUS가 이미 상용화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연구가 더 필요하다.
CCUS는 탄소를 저장하는 CCS와 탄소를 다른 물질로 활용하는 CCU로 나뉜다. CCS는 이산화탄소와 화학 결합을 하는 아민계 화합물 등으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모은 이산화탄소를 염수가 존재하는 지하 암반층에 넣는다. 시간이 흐르면 이산화탄소는 염수와 반응해 광물로 변한다. CCU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화학 반응을 통해 플라스틱이나 연료로 전환한다.
CCU는 활용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문제가 남아있다. CCS는 저장 과정에서 지층이 불안정해지는 문제가 있고, 광물을 저장할 넓은 장소가 더 필요하다. 한국은 동해 가스전에서 CCS 실험을 하며 더 넓은 저장 공간을 찾고 있다. 이현주 KIST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연구원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흡수제와 이산화탄소를 분리하는 탈거 작업에 비용이 대부분 들어가기 때문에 탈거 비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장태선 한국화학연구원 CO2에너지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 장소까지 운반할 효율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기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미국, 유럽과 비교해 한국의 CCUS 기술 완성도는 80~85%에 이른다”며 “연구 개발을 가속화하면 3~5년 안에 미국과 유럽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EA는 2070년까지 넷제로를 이룬다는 가정하에 CCUS가 넷제로에 15% 정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까지 언급한 기술을 모두 활용하더라도, 화석연료 사용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한 제도는 여전히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석탄발전소를 폐쇄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에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한국은 2040년까지 운영하는 61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40기를 폐지할 계획이다. 유럽은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에서 제품을 생산할 때,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2026년부터 시행한다.
지난 40년 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100Gt(기가톤)당 약 0.1℃만큼 지구의 온도가 상승했다. 100Gt는 전 세계가 2~3년 동안 배출한 온실가스 양이다. 국제 기후연구단체 기후행동추적(CAT)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추가 노력 없이는 40년 안에 지구 온도가 산업혁명 이전 대비 2℃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해원 KAIST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교수는 “온실가스 감축 없이 시간을 허비하면 티핑 포인트를 막기 어렵다”며 “30~40년 안에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 배출 ‘0’ 전환 가능할까?
지구가 시원해질 미래
지금으로부터 40년이 지난 뒤, 넷제로 기술은 얼마나 발전하고 상용화는 어느 정도 돼 있을까. 40년 뒤 넷제로에 성공하려면 앞으로 에너지 로드맵을 어떻게 그려나가야 할지 알아보자.

2066년, 우리가 넷제로를 이룬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