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진시황은 결국 죽었다. 살아서 얻은 권력을 영원히 갖기 위해 수천 명의 병사를 빚어 무덤까지 데리고 간 그는 영생에 대한 인류의 오랜 열망을 되돌아보게 한다
과학은 지금 늙을 이유를 하나씩 격파하고 있다. 손상된 DNA를 고쳐 노화 시계를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온다. 노화한 장기를 젊은 장기로 바꾸겠다는 전략도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런 성취를 보자면, 자연스럽게 현대 생명과학이 기어이 진시황이 못다 이룬 ‘불로장생’이란 꿈에 도달할지 질문하게 된다. 생명과학의 판도를 뒤집을 특이점, 불로장생이 어디까지 왔는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브라이언 존슨은 지금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는 1977년 8월 22일 태어난 미국의 기업가다. 그에겐 돈이 많았다. 그래서 불로장생을 꿈꾸기 시작했다. 2021년 존슨은 ‘프로젝트 블루프린트(Project Blueprint)’를 시작했다. 당시 존슨의 나이는 44세, 목표는 18세의 몸으로 되돌아가는 것이었다. 존슨은 이후로 매년 200만 달러(약 29억 4404만 원)를 들여 현대 과학이 노화를 막을 것이라고 추정한 각종 방식을 자신의 몸에 실험해보고 있다.
30여 명의 의학 전문가로 구성된 존슨의 팀은 그가 늙지 않을 온갖 방법을 고안하고 추천했다. 그 중에는 친아들인 텔메이즈 존스의 피를 수혈받는 것도 포함돼 있었다. ‘젊은 피’가 자신을 젊게 만들어 줄 거란 생각에서다. 텔메이즈 존스의 당시 나이는 17세다.
존슨은 2025년 그의 X(구 트위터)에 현재 자신의 나이는 48세지만, 생물학적 나이는 18세라고 밝혔다. 그리고 자신의 ‘회춘 비법’을 그가 설립한 회사 ‘블루프린트’에서 팔고 있다. 존슨은 블루프린트 홈페이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 꿈은 인류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세대가 죽지 않는 첫 세대가 되도록 만들고자 마음먹었다. 이것이 앞으로 인류가 해야 할 일이다. 죽지 말자.”
과학동아는 창간 40주년을 맞아, 앞으로 찾아올 과학기술 분야의 특이점을 살폈다. 특이점은 기존 방식과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설명하기 어려워지는 지점을 칭한다. 브라이언 존슨의 말을 비판적으로 볼 필요는 있지만, 한 가지는 동의할 수 있다. 누구도 늙어서 죽지 않는 첫 세대가 등장한다면 인류는 크게 바뀔 것이다. 그래서 과학동아는 생명과학 분야의 특이점을 ‘불로장생’으로 정했다.
젊은 피로 회춘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인간이 불로장생 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늙지 않는 몸, 그리고 건강한 몸으로 오래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2025년 12월 5일 대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권은수 노화융합연구단장을 만났다. 권 단장은 “브라이언 존슨을 이상하다고 웃고 넘어갈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노화 연구 결과를 아무에게나 적용해 볼 수는 없으니,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삼은 거죠.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나쁜 일이 아녜요.”
권 단장의 이 같은 관점은 연구자들이 노화를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보는 데에서 기인한다. 본래 노화융합연구단의 이름은 노화 ‘치료’ 융합 연구단이었다. 치료는 병을 낫게 할 때 쓰는 말이다. 권 단장은 “노화는 치매, 심혈관 질환, 고혈압, 암 등 질환의 선행 질환이라고 본다”면서 “노화라는 병을 진단하고 치료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단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인류가 불로장생에 도달할 시기를 가늠하기 위해 권 단장을 비롯한 국내 과학자 3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들은 제각기 다른 시기를 짚었다. 그러나 모두의 의견이 같았던 부분이 있었다. 과학동아가 만난 과학자들은 인류가 언젠가 노화를 정복할 거라고 말했다.
낙관적인 미래 예측이 의외로 비슷하게 맞아떨어질 때가 있다. 과학동아는 1999년, 새천년을 앞두고 12월호에 ‘미리 가보는 2025년’이란 기획을 실었다. 기사에선 2013년엔 알츠하이머 치료법이 개발될 거라고 내다봤다. 2023년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2015년엔 사람 세포로 만든 인공장기가 상용화될거라고 했다.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 임상 연구는 현재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니 수십 년 뒤 과학동아를 다시 들여다보며 “과학동아가 이전에 노화를 정복할 거라고 했는데, 그 일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말하게 될 수도 있다.
노화를 되돌릴 방법을 찾아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화를 치료하기 위한 연구들은 큰 틀에서 세 종류로 나눠 볼 수 있다. 제각기 노화가 보이는 현상인 ‘노화의 징후(hallmark)’를 해결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유전체 불안정성’을 해결하는 것이다. 유전체 불안정성이란 DNA 손상, 돌연변이, 염색체 이상이 축적되면서 세포 기능이 망가지는 현상을 말한다. 명경재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장은 이런 DNA의 손상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오랜 시간 트럭을 몬 운전기사의 얼굴을 보면, 햇빛을 맞는 오른쪽 부분에 특히나 주름이 많다는 통설이 있다. 명 단장은 2025년 12월 5일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자외선과 같이 DNA에 손상을 입히는 외부 요인이 있다”면서 “이럴 때 몸에서는 손상된 DNA를 고치는데, DNA를 고치지 못하도록 변형을 가할 경우 노화가 빠르게 이뤄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상된 DNA를 수리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게 되는 건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수리 기능을 보완해주면 노화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현재 노화 연구 분야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 중에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가 있다. 그는 2024년 NMN이라는 화학물질이 쥐의 노화를 막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전 공개 논문을 발표했다. NMN은 DNA 손상을 복구하는 데 관여하는 화학물질, NAD+를 만드는 재료다. doi: 10.1101/2024.06.21.599604
싱클레어 교수팀은 중년 쥐(13개월)에게 NMN을 매일 물에 타 먹인 후, 약 1년 뒤 쥐의 건강상태와 신체나이를 살펴봤다. 그 결과, NMN이 쥐의 노화 진행을 지연시켰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나 암컷 쥐에서는 최대 수명이 7.9% 늘어났다. 수컷 쥐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최대 수명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 논문이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흥미로운 결과다.
DNA의 ‘후성유전학적 변형 이상’이라는 노화의 징후를 해결하는 방법도 있다. 세포가 DNA 속 정보를 모두 이용하진 않는다. 뇌세포는 뇌세포대로, 피부세포는 피부세포대로 사용하는 정보가 다르다. 그래서 각 세포는 활용할 DNA 속 정보에 책갈피를 꽂아 둔다. 이걸 후성유전학적 변형이라고 부른다. DNA에 메틸기라는 표식자를 붙이거나, DNA와 결합하는 히스톤 단백질을 조절하기도 한다. 후성유전학적 변형을 통해 DNA에 생긴 변화가 시간이 지나 흐트러지면, 세포가 정체성을 잃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다. 이 오류가 쌓여도 노화가 진행된다.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는 성체 세포를 다시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2006년 개발했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유전자들이 Oct4, Sox2, Klf4, Myc다. 싱클레어 교수와 양재현 KAIST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2023년, 늙은 쥐에 Oct4, Sox2, Klf4 유전자를 주입했더니, 쥐가 회춘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늙은 쥐의 세포가 시간을 역행해, 일부 조직에서 후성유전학적 변형 상태를 회복했던 것이다. 이 접근법은 2022년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투자해 주목을 받은 회사, 알토스랩스의 주요 전략 중 하나다.
노화의 또 다른 징후로는 ‘세포 노쇠’가 있다. 권 단장은 “우리 몸에는 원래 노화 세포가 끊임없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젊은 사람의 경우, 노화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이 좋은데, 나이 들수록 그런 능력이 떨어집니다. 노화 세포는 암세포와 달리 자기 자신은 증식하지 않아요. 대신, 주변 세포를 노화하게 하는 화학물질을 계속 뿜어냅니다. 그래서 좀비 세포라고도 불러요. 좀비가 물면 정상인이 좀비가 되잖아요?” 약물을 투여해 노화 세포만 골라 죽이거나, 몸의 면역 세포에게 노화 세포를 잡게 만들도록 유도하는 방법 등으로 좀비 세포를 없애는 연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앞서 아들의 ‘젊은 피’를 수혈 받아 젊어지겠다는 꿈을 가진 백만장자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가 사실 어느 정도 과학적으로 가능성이 있다는 게 권 단장의 설명이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서로 연결해 본 실험이 있었어요. 그랬더니 늙은 쥐는 젊어지고, 젊은 쥐는 늙어가는 변화가 발견됐어요. 그렇다는 건 혈액 속에 노화를 조절하는 인자가 있다는 뜻이 됩니다. 도대체 그런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무엇일지 밝히는 연구도 현재 진행 중입니다. 혹은 노화가 될 때 우리 몸에 쌓이는 단백질을 없애 노화를 늦출 수 있을지, 연구해보고 있습니다.”
한편 2025년 12월 4일 만난 서진수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서 오가노이드(장기 유사체)를 만들면, 노화 장기를 건강한 장기로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기업인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장, 침샘, 간, 자궁내막 등 장기 오가노이드를 손상된 장기에 주입하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서 교수는 “뇌를 제외한 장기 오가노이드는 10년 이내로 성공해 인체에 적용 가능할 것이고, 뇌의 경우에도 국지적인 영역의 대체는 20~30년 내로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빨라요. 연구자들이 각각의 요소 기술 개발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마치 최근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와 같습니다.”
권 단장은 “인간이 노화를 조절할 수 있게 되는 시기는 빠르면 5년 내에 올 수도 있고, 길게는 10년, 20년 뒤에도 안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많은 국가가 고령화 문제를 겪으면서, 연구자들이 노화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노화를 정복할 전략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해 만든 장기 유사체다. 노화에 따라 장기가 노쇠할 때 오가노이드로 대체하는 식으로 건강한 장수를 노리겠다는 전략이 있다. 그러나, 뇌 오가노이드의 경우 새로운 뇌 조직을 만들어 대체하더라도, 그 안의 정보를 살릴 수는 없다는 문제가 따른다.
노화한 세포는 좀비처럼 주변 세포도 함께 늙게 만든다. 이런 좀비 세포만 타겟으로 한 약물이나 면역 치료법을 개발하면, 노화를 멈출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긴다.
DNA의 후성유전학적 변형 이상은 세포가 DNA에서 어떤 부분을 읽어 생명활동을 할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이다. 이를 다시 조절해 젊은 세포의 DNA 상태로 되돌리면 회춘이 가능하다는 연구가 있다. 또, 염색체 말단의 텔로미어가 노화에 따라 짧아지는 등의 요인으로 손상된 유전체를 복구해 노화를 치료한다는 전략도 나온다.
인류는 정말 불로장생의 꿈을 꾸는가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불로장생을 가져다 준다면,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좋은 일일까? 과학동아가 만난 세 명의 과학자는 과학기술이 노화를 정복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가능은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세 명 모두 “불로장생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지금 저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자연스럽게 늙고 있습니다. 언젠가 이 역할을 내려놓아야 하겠죠. 그 방법은 늙어 은퇴하는 것 밖에는 없고요. 기자님은 계속 일하며 불로장생하고 싶으세요?” 권 단장이 물었다.
선뜻 그렇다고 말할 수 없었다. ‘저속노화’란 개념을 퍼뜨린 것으로 잘 알려진 정희원 서울시 건강총괄관은 노년내과 전문의다. 한국은 이미 2024년부터 65세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살고있다. 이 가운데 노화와 삶, 죽음을 전공한 정 건강총괄관은 과학동아와의 인터뷰에서 “한번 태어난 사람이 영원히 산다면, 조직이나 사회지도층의 세대 교체가 정체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 한국은 기대수명이 갑자기 길어지면서 이런 모습을 보고 있죠. 막대한 비용을 들여야 불로장생 기술을 누릴 수 있다면, 부유층만이 혜택을 보는 불평등이 심화돼 사회 갈등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불로장생을 얻는다 해도 삶의 의미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와 직면하게 됩니다. 많은 철학자들은 유한한 수명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동기부여를 갖는다고 보는데요. 무한히 살 수 있다면 권태와 허무를 느끼는 사람이 늘어난 가운데 ‘언제, 어떻게 죽을지’의 문제가 사라지는 대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가 더욱 부각되겠죠.”
2026년, 불로장생이 찾아온 사회는 생각보다 멀지 않다. 평균 수명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는 지금, 우리는 불로장생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긴 시간,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정 교수는 “불로장생 그 자체가 궁극적 목표가 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삶의 질과 행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의 목표는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데 그쳐선 안되고, 삶의 의미와 정신적 행복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영원히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불로장생 향한 미래
영국 옥스퍼드대 글로벌 변화 데이터 연구소에서 운영하는 프로젝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Our World in Data)’ 홈페이지에는 2024년 국제연합(UN)에서 발표한 연도별 평균 수명 자료를 토대로 미래 인류의 기대수명을 예측한 그래프가 있다.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는 이 그래프를 뒤바꿀지도 모르는 불로장생 연구의 특이점을 예측해봤다.

인류 수명의 한계선 ‘120~150세’
“이 임계점이 인간 수명의 근본적 한계를 의미한다”고 했다.
doi: 10.1038/s41467-021-23014-1
가장 오래 산 사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