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utterstock, 이한철
고리를 다룬 연구들은 고리라는 천체의 역동성과 일시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제 천체물리학자들은 행성의 고리들이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톰킨스 교수팀의 연구는 대다수의 과학 연구와는 다른 마력이 있다. 지금은 멀리 떨어진 행성을 망원경으로 봐야 겨우 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고리가 지구를 둘러싼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이와 함께 고리를 다룬 연구들은 고리라는 천체의 역동성과 일시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우주가 유리구에 천체들이 박혀 무한히 돌아가는 변치 않는 세계라 믿었다. 카시니-하위헌스호를 날려 보낸 천체물리학자들은 고리가 생각보다 빠르게 만들어지거나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천문학적 단위의 시간을 이제야 깨달아가는 것 아닐까.
그렇기 때문에 고리는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대상이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목성 고리를 연구했던 케인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천문학자들에게 고리는 범죄 현장의 벽에 튄 피 얼룩과 같다”고 말했다. 거대 행성에 고리가 있다면, 어떤 재앙적인 사건이 터졌기 때문에 그곳에 잔해들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고리는 천문학자들이 이전에 어떤 소천체가 다가왔거나 충돌했는지, 그 소천체의 종류는 무엇이었는지 행성의 복잡다단한 역사를 이해하는 증거로 작용한다.
그러니,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은 망원경으로 토성의 고리를 직접 보자. 우리는 어쩌면 지구 둘레를 수놓은 고리를 보기엔 너무 뒤늦게 태어났을지 모르지만, 토성 고리를 보기엔 적절한 시기에 태어난 건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