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 Miller
거대 행성, 혹은 갈색 왜성 J1407b의 고리를 상상해 그린 일러스트. 토성 고리보다 200배 이상 큰, 1억 2000만 km의 지름을 가질 것으로 추측된다.
ESA
해왕성 바깥을 돌고 있는 소천체 ‘콰오아’의 고리를 상상해 그린 일러스트. 왼쪽으로 콰오와의 위성인 웨이워트가 보인다.
태양계에는 토성 이외에도 목성, 천왕성, 해왕성이 고리를 가지고 있다. 단지 이들의 고리가 훨씬 어두워 눈에 띄지 않을 뿐이다. 우선 세 행성의 고리를 이루는 물질의 절대적 양이 토성보다 적다. 다음으로, 빛 반사율이 높은 얼음 비율이 낮고 어두운 먼지가 주로 고리를 구성해서 잘 보이지 않는다. 세 행성의 고리가 발견된 연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수직으로 돌고 있는 천왕성의 고리는 1977년에 처음 보고됐고, 목성과 해왕성의 고리는 1979년과 1984년에 발견됐다. 발견을 전후해 주위를 지나가던 두 보이저 탐사선이 고리를 자세히 관찰했다. 그렇다면 이들 행성 중 질량이 가장 큰 목성이 가장 크고 멋진 고리를 가지고 있어야하지 않을까?
스테판 케인 미국 UC 리버사이드대 천문학및행성천체물리학과 교수팀은 목성이 토성처럼 큰 고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이유를 두 행성의 위성에서 찾았다. 토성과 달리 목성의 큰 위성들은 고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것이다. doi: 10.3847/PSJ/ac7de6 목성에는 이오, 유로파, 가니메데, 칼리스토라는 네 개의 큰 위성이 있다. 이 네 위성은 갈릴레이가 발견해서 ‘갈릴레이 위성’이라고도 불린다. 연구팀은 마치 케이크에 코코아 파우더를 뿌리듯, 컴퓨터로 목성 주변에 작은 유성체를 흩뿌려 가상의 고리를 만들었다. 그 후 갈릴레이 위성들과 행성 궤도, 고리가 형성되는 데 걸리는 시간 정보를 입력해 시뮬레이션했다. 그러자 갈릴레이 위성들의 강한 중력의 영향으로 고리 물질이 행성 궤도에서 튕겨 나가거나, 위성에 끌려와 충돌했다. 거대한 4개의 위성은 고리 생성에 있어 중력적 불안정 조건이었던 셈이다.
정안 연구원은 “고리가 안정적으로 천체를 돌기 위한 요소는 여러 가지”라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모천체의 질량이다. 질량이 크면 클수록 고리를 유지하기 쉽다. “두 번째는 위성의 존재입니다. 목성처럼 큰 위성이 아닌 작은 질량의 위성은 고리가 사라지지 않도록 잡아두는 역할을 하기도 해요. 이런 위성을 ‘양치기 위성’이라 부릅니다.” 실제로 토성의 위성 프로메테우스는 F 고리의 안에서 인력을 작용해 고리의 폭을 유지한다.
2000년대 들어서는 행성이 아닌 소천체에서 고리가 발견되는 사례가 늘기 시작했다. 목성과 해왕성 사이 궤도를 공전하는 ‘10199 카리클로’를 시작으로, ‘2060 키론’, ‘하우메아’, ‘콰오아’까지 지금까지 총 4개의 소천체에서 고리가 발견됐다. 정안 연구원은 “질량이 훨씬 작은 소천체에서도 고리를 안정화하는 양치기 위성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