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 해안, 마다가스카르섬 바로 위에 있는 인도양의 작은 섬나라 코르모스에는 아주 희귀한 물고기가 살고 있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일컬어지는 강극어(coelacanth, 학명은 Latimeria chalumnae)가 그랜드 코모어섬 해변을 따라 서식하고 있는 것.
지느러미가 마치 팔다리처럼 보이는 이 물고기는 공룡전성시대의 중생대에 번창하다가 공룡과 더불어 멸종한 것으로 간주됐으나 1938년 아프리카 동해안에서 발견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당시 고생물학자들과 진화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3억5천만년 전에서 6천만년 전의 화석을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강극어를 직접 접하게 되었으니.
일부 과학자들은 강극어가 육상에서 걷기 시작한 생물의 바로 직전 선조라고 믿는다. 따라서 인간도 결국은 강극어의 후손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강극어의 몸 아래 쪽에 달린 지느러미들이 육상생활의 다리 형태 및 움직임과 유사하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다른 부류의 과학자들은 네다리로 걷는 육상생물의 선조는 강극어와는 계통이 다른, 폐를 지닌 물고기라는 학설을 내세운다.
이처럼 고생물학적으로 또 진화학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강극어가 현재 멸종위기에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의 동물학자 한스 프리케는 과학전문지 내이처지(금년 4월)에 강극어의 위기상황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989년과 19991년 사이에는 강극어 수가 일정하게 유지됐으나 1991년에서 1994년 사이에 격감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이 기간에 그랜드 코모어섬 연안의 한 해저동굴당 강극어의 숫자는 평균 20.5마리에서 6.5마리로 줄어 들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 지역에 2백마리 내외의 강극어만이 생존해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야말로 벼랑 끝에 몰린 것이다.
이렇게 강극어의 수가 감소한 원인은 무엇일까. 자연적인 인구 유동현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를 조절할 만큼 강극어가 이 지역에 많이 서식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극어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기 때문인가. 이 가능성도 희박하다. 대부분의 강극어에는 일종의 주민등록증인 전자 표지를 붙여 그 이동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데 강극어는 여행을 즐기지 않는 붙박이 물고기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원인은 인간에게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주변의 어부들이 강극어를 무심코 죽여 지구급 보호생물을 멸종위기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길이가 1.5m 가량 되는 강극어는 상업적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물고기이다. 그리고 코르모스 정부는 강극어의 포획을 법으로 금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랜드 코모어섬 주변의 어부들은 별 생각없이 강극어를 잡은 뒤 죽인다. 단단한 턱과 단검같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강극어에 행여 물릴까봐 몽둥이로 때려 저항불능 상태로 만든다. 설령 바다로 다시 돌려 보낸다 할지라도 낚시 바늘에 상처를 입은 물고기는 수시간 내에 생명을 잃는다. 낚시대나 그물에 끌려 오는 동안 강극어의 체내에 생기는 압력의 변화가 직접적인 사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프리케박사의 표현대로 "먼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창이며 자연의 보물"인 강극어의 현재 상태를 방치한다면 지구 전체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강극어 살리기의 묘안들이 백방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그 일부는 이미 실행되고 있다. 예컨대 강극어의 서식지 주변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또 강극어 외의 물고기를 유혹할만한 밝은 색을 칠한 긴 플라스틱 판을 바다 위에 띄워 이곳으로 어부들을 집중시키는 방법도 시행됐다. 그러나 이 플라스틱 판이 연안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카누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이 지역 어부들을 유인하지 못했다. 그래서 모터가 달린 배를 제공했지만 지난 해 12월 프리케박사는 다시 한번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동력선들은 거의 고장나 있었고 어부들이 강극어 서식지역 근처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프리케박사는 "솔직히 말해 강극어가 생존할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지만 우리는 그들을 위해 지금 무언가를 해야만 한다"고 말한다.(금년 4월 18일자 뉴욕 타임스 기사)
또 4월 29일자 뉴 사이언티스트에는 세계은행이 강극어의 보호를 위해 재정지원을 할 것이라는 기사가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