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ESA, CSA, Jupiter ERS Team/Ricardo Hueso(UPV/EHU)와 Judy Schmidt.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해 2022년 8월 공개한 목성. 목성 주변으로 아주 흐릿한 고리가 보인다.
그렇다. 고리는 생각보다 흔하다. 심지어 지구에도 고리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2024년 11월 15일, 앤드류 톰킨스 호주 모나쉬대 지구대기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어스 앤 플래네터리 사이언스 레터스(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이런 주장을 담은 연구를 발표했다. doi: 10.1016/j.epsl.2024.118991 이 논문은 약 4억 6600만 년 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에 지구를 둘러싼 고리가 있었을 가능성을 다루고 있다.
오르도비스기는 다른 지질 시대보다는 유명세가 덜하지만, 생명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생물이 최초로 불모지였던 육지에 상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시기 바다는 삼엽충은 물론 앵무조개를 닮은 두족류, 바다나리, 조개 같은 갓 진화한 해양 생물로 가득 찼다. 바닷가에는 육상 식물과 절지동물이 최초로 해변에 흔적을 남겼다.
지구의 역사에서 이 시기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오르도비스기 말에 ‘5대 대멸종’ 중 최초로 꼽히는 대멸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오르도비스기 후기, 갑작스럽게 지구의 평균 온도가 7~8℃가량 떨어지며 전체 해양 생물종의 80%가 사라졌다. doi: 10.1126/science.adk3705
그렇다면 무엇이 지구 냉각을 일으켰을까. 지금까지는 대륙 풍화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흡수, 화산 활동, 소행성 충돌 등이 빙하기 원인으로 지목됐다. 톰킨스 교수팀은 지구 고리가 그 원인이라 주장했다. 연구팀의 가설에 의하면 약 4억 6600만 년 전, 지구를 가까이 지나가던 소행성이 지구의 조석력에 끌려 부서졌다. 소행성의 잔해는 지구 적도를 둘러싼 고리를 만들었고, 고리가 만든 그림자가 지구를 냉각시키며 대멸종 사태를 낳았다. 이후로 고리를 이루던 소행성의 잔해는 적도 가까이 떨어져 충돌구를 남기며 사라졌다는 것이다.
고리가 있었다는 증거는 무엇일까. 연구팀은 지구의 표면에 운석이 충돌하며 생긴 충돌구(crater)를 분석했다. 오르도비스기에는 ‘오르도비스기 충돌 스파이크’라 불리는, 약 40만 년 동안 갑자기 운석 충돌이 잦아진 기간이 있다. 연구팀이 이 시기에 생겨난 대형 충돌구 21개의 충돌 당시 위치를 분석하니, 21개 충돌구 모두 적도에서 위도 30도 이내의 위치에 있었다.
이 발견이 이상한 이유는, 대개 충돌구는 위도와 관계없이 무작위적으로 생기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르도비스기 당시 적도에서 위도내에 있었던 대륙은 전체의 30%에 불과하다. 확률적으로 고위도에 충돌구가 더 남기 쉬웠을 조건인데, 적도 가까운 곳에만 충돌구가 많이 생겼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지구의 적도 궤도를 도는 고리가 있었다고 해석했다. 정안 연구원은 “추가 연구와 검증이 있어야겠지만 논문 자체의 방법론적인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